이장수 감독 “소지섭, 윤계상의 변신을 만끽할 수 있다”
이장수 감독 “소지섭, 윤계상의 변신을 만끽할 수 있다”
6월 23일 방영을 앞둔 MBC 은 말하자면 아무도 걷지 않은 길과 같은 작품이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제작되는 20부작짜리 본격 전쟁 드라마인 동시에, 3년 전 기획 단계부터 100% 사전 제작을 목표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두 가지는 별개가 아니다. 높은 퀄리티를 지향하는 대작이기에 방송 일정에 쫓기지 않는 사전 제작의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처음 걷는 모든 길은 낯설고 어렵다. 의 키를 잡은 연출자의 의도와 방향이 그 어느 때보다 궁금한 건 그래서다. 의 촬영이 진행된 충북 보은군에서 의 제작사 로고스 필름의 대표이자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장수 감독, 그리고 그와 공동 연출을 맡은 MBC 김진민 감독을 만나 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처음 만난 길을 걷는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드라마의 한 축이 한국전쟁이라면 다른 한 축은 세 주인공의 멜로다. 두 요소의 비율은 어느 정도라고 보면 될까.
이장수 감독 : 처음에는 10부작 정도로 생각하고 한국 전쟁을 리얼하게 그려보자고 했는데 20부작이 되면서 그보다 극적인 요소가 있는 멜로드라마로 전환을 했다. 그러면서 전쟁과 사랑,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한다. 단순한 멜로가 아닌, 전쟁이라는 대서사를 배경으로 한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봐주면 된다. 그러면서 남과 북의 문제, 광의적으로는 우리 분단의 역사까지 얘기하려고 한다.

“한 동네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이 휘말리는 이야기”
이장수 감독 “소지섭, 윤계상의 변신을 만끽할 수 있다”
이장수 감독 “소지섭, 윤계상의 변신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개 요소 중 누가 어떤 걸 연출했나.
이장수 감독 : 보고 ‘뺑이쳤다’ 싶은 건 김진민 감독이 연출한 거고, 쉬워 보이는 건 내가 찍은 거다. (웃음)
김진민 감독 : 멜로는 이장수 감독님이 선 굵게 잡아나갔고, 나는 주로 주인공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장면을 찍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기획 안에서 한 호흡으로 멜로와 전쟁이 맞춰져야 한다. 전쟁이 너무 도드라져서 사람들이 보기 힘들면 안 된다고 봤다. 그보다 내가 많이 다룬 건 장우(소지섭)와 태섭(윤계상)의 우정이다. 거의 사랑에 가까운 관계다. 이 말이 자칫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정말 여러 전투를 거치며 진하게 우정을 나누고 형제 같은 사이가 된다. 그걸 주요 포인트로 잡아갔다.

사랑에 가까운 우정이라면?
김진민 감독 : 현장에서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웃음) 때로 남자들이 느끼기에 우정이 사랑보다 더 큰 감정 같지 않나. 사실 처음에는 그 감정이 잘 안 일어났는데 찍다보니 두 남자가 만들어가는 전우애라는 게 무섭다는 걸 느꼈다. 세상 떠날 때까지 간직할 수 있는 감정이겠다 싶었다.

MBC 같은 작품도 그렇고 김진민 감독은 남자끼리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잘 다룬다. 그런 것에 매력을 느끼나.
김진민 감독 : 언젠가 이장수 감독님께서 시키는 건 다하는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식이다. 매력을 느낀다기보다는 불러서 작품에 들어가 보면 그런 우정이 진하게 깔려 있다. 그리고 어느 드라마에서든 사랑과 우정만큼 매력적인 건 없다고 본다. 사실 나도 사랑, 즉 멜로를 하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나. 이번에 그 부분은 이장수 감독님께 한 수 제대로 배우겠다는 생각이었고, 그러니 결국 남는 건 우정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 두 남자배우의 캐스팅이 중요하다. 소지섭과 윤계상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이장수 감독 : 기획 초기에 김진민 감독에게 소지섭이 캐스팅 되지 않으면 이 드라마를 하지 말자고 했다. 김진민 감독이 캐스팅에 공을 정말 많이 들였다. 밥도 ‘소’머리국밥만 먹었다고 하더라. (웃음) 그렇게 먼저 장우 역으로 소지섭을 캐스팅한 뒤에 태호 역할을 찾으려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내가 생각한 태호의 이미지는 강하지만 부드러운 남자였고, 윤계상이라는 배우가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 드라마에서 두 배우의 변신이랄까, 눈빛이랄까 이런 걸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거다.

두 남자 배우 모두 몸이 좋은데, 그걸 드러내는 서비스 컷이 있나.
김진민 감독 : 처음부터 이장수 감독님과 근육질의 주인공은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이 몸을 만들어야 되는 거냐고 심각하게 물어봤는데 우리는 를 만들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 이건 한 동네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이 휘말리는 이야기지, 특공대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라는 걸 충분히 인지해야 했다.
이장수 감독 : 부대가 직접 모내기를 한 못이 있고, 두 남녀가 사랑을 약속하는 큰 나무가 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나무 밑에서 폭탄이 터지고 자신들이 심은 모에 병사들이 얼굴을 처박는다.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바로 이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공감가게 그리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근육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다.

그럼 아예 노출이 없는 건가.
김진민 감독 : 전장에서 군복을 벗을 일이 없다. 항상 숨을 준비, 혹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름이라도 최소 러닝셔츠는 입어야 한다. 다만 멜로 신은 기대해봐라. 이것저것 보이던데? (웃음)

“후반 작업까지 완벽하게 끝내는 게 제작”
이장수 감독 “소지섭, 윤계상의 변신을 만끽할 수 있다”
이장수 감독 “소지섭, 윤계상의 변신을 만끽할 수 있다”
100% 사전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촬영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이장수 감독 : 약 80퍼센트 정도 완료됐다.

6월 23일 첫 방송인데 그 때까진 가능할 거 같나.
이장수 감독 : 대본부터 촬영까지 모든 걸 계획대로 해보려고 3년 전부터 준비해 ‘완고’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6월 13일까지 끝내기로 약속했고, 그걸 지키려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분명 쉬운 작업은 아니겠다.
이장수 감독 : 우선 모든 사람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들은 물론, 나와 김진민 감독도 혼신을 다해 스케줄을 맞춰가고 있다. 제작적인 측면에선 사계절을 다 담아내야 해서 1월 5일 첫 촬영 때 겨울이 배경인 12부부터 찍었다. 그러다 봄이 오면서 봄과 가을을 찍고, 최근에는 1부와 16부를 넘나들며 찍고 있다. 하지만 배우가 대본을 다 알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왜 그렇게까지 사전 제작을 고집하는 건가.
이장수 감독 : 이런 대작의 대본이 중간 중간 바뀌는 걸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다. 스태프도, 배우도 대본이 갑자기 예상치 않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보다는 어떻게 가는지 완벽하게 아는 게 낫지 않나. 또 그래야 섭외 단계부터 작품을 할지 말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분명 사전 제작만의 장점이란 게 있다. 하지만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이장수 감독 : 글쎄, 과연 시청자가 원한다고 해서 드라마의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방송은 분명 시청자의 것이지만 시청자의 반응이 두려워 사전 제작을 못한다면 한국 드라마는 결국 발전할 수 없다. 그 때 그 때 상황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제작하는 것에서 벗어나 혼신을 다해 대본을 쓰고, 스케줄도 다 맞춰서 계획대로 진행해보고 싶었다. 또 그래야만 하는 작품이고. 그 노력을 통해 시청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길 바란다.

그래야만 하는 작품이라는 건 결국 대작이기 때문인 건가.
이장수 감독 : 제작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야 한다. 그저 스토리텔링만 되면 제작이 다 되는 건가? 당장 1, 2회 나가는 주에 3회를 찍으려면 정말 얼굴만 찍어 내보내는 거다. 그게 제작인가? 은 그럴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사운드를 비롯해 후반 작업이 엄청나게 많다. 촬영이 다 끝나도 실제로는 50퍼센트밖에 끝내지 못한 거다. 후반 작업까지 완벽하게 끝내는 게 제작이라고 본다. 외국 드라마들을 보라. 후반 작업까지 시간을 두고 완료할 수 있어야 퀄리티가 보장된다.

퀄리티 얘기를 해서 그런데 이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해도 사람들의 눈은 같은 미국 드라마에 맞춰져 있다. 고증에 철저한 밀리터리 마니아들도 많고.
이장수 감독 : 우선 이건 돈과 관련된 문제다. 같은 작품의 제작비와 우리 작품을 비교하는 건 어렵지. 가령 탱크의 경우 6. 25 땐 T-34가 대표적인 기종이다. 이걸 열 대는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한 대밖에 못 만들었다. 그것도 허리가 휘게 돈이 많이 들었다. 그걸 앞에 놓고 뒤에는 국방부 탱크를 배치했는데 분명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또 소품 담당하는 친구들은 젊기 때문에 자신들이 태어나지 않았을 때의 군용 장비를 그게 그거인 걸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50년대, 60년대, 70년대 장비는 다 다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미흡할 수 있다. 또 의도적으로 리얼리티에서 벗어난 것도 있다. 국군 군복에 당시 부대 마크를 달수도 있었지만 당시 전쟁을 겪고 아직 생존해 계신 분들이 보기 힘들 수 있어서 그건 그냥 태극기로 대체했다. 그것도 지적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할 거다. 한계는 있겠지만.
김진민 감독 : 우리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을 사량으로 치유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끔찍한 전쟁인데 그걸 리얼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그 한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이 표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전쟁 신에 사랑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연 높은 퀄리티의 전쟁 신이 나올지는 시청자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할 거다.

퀄리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건 그만큼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연출자이자 제작자로서 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길 바라나.
이장수 감독: 당연히 시청률이 잘 나오길 바라지. 40퍼센트는 넘기길 바란다. 배우들 역시 연말 시상식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본다.

사진제공. MBC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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