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연출은 지난 2009년에 이어 올해도 뮤지컬 (thrill me)의 연출을 맡았다. 2009년 소년 버전의 를 만들어냈던 그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는 의견과 그간의 긴장감이 휘발되었다는 극과 극의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2010년의 를 앞두고 이 연출가는 “소년 대신 청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나무 상자 몇 개와 조명에 의지했던 모던했던 무대에 디테일한 오브제와 소품도 등장했고, 배심원석이라 불리는 무대석도 만들었다. 이는 과거로의 역행일까, 또 다른 새로운 접근의 시작일까. 이종석 연출과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에게 2010년의 에 대해 물었다.

2007년 초연 이후 시즌을 거듭할수록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용호 : 그동안 를 수차례 해왔는데, 할 때마다 좋은 평가를 해주시고 회를 거듭할수록 배우들의 활약이 일취월장해져서 좋은 작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것에 대한 보람은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이 작품이 별난 작품으로 취급받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면 여성들만 보거나, 소위 마니아들만 보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화, 게이 로맨스, 잔인한 살인사건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있어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해 생기는 비극을 담았다. 파워 게임이라는 걸 인식하고 작품을 느꼈으면 좋겠다. 작품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봐주시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계속 올리는 의미와 이유가 될 것 같다.

“두 사람 사이의 권력의 이동, 소년 보단 청년이 어울린다”
박용호 대표 “<쓰릴 미>는 정독하듯 집중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는 정독하듯 집중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 작년에 이어 의 연출을 맡았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종석 : 우선 작년에 이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을 수 있게 되어서 즐겁고 기쁘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 다른 버전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나에게 큰 행운이다. 2009년의 는 두 사람을 소년으로 해석해, 소년다운 모습을 만들기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2010년의 는 좀 더 성숙한 두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의 주제의식인 두 사람의 관계와 힘의 이동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년보다는 청년이 더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자극적인 설정들 때문에 그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이종석 : 이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2007년 당시만 해도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동성끼리 키스를 하거나 애무하는 것들을 관람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많은 관심을 쏟았던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랑이야기일 뿐이고, 어떤 상황 속에 놓인 두 사람이 자신의 목적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자극적이라 생각하는 건 동성끼리의 키스 장면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자 스티븐 돌기노프와 모든 배우, 스태프들은 이 작품이 단순히 동성애만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행위가 두 사람이 서로의 목적을 위한 관계 속에서 소용되고 통용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어떤 한쪽만으로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가능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썼는데 나머지 판단은 관객의 몫인 것 같다.

무대 위 배심원석이 생겼다. 어떤 이유로 사용한 장치인가.
이종석 : 무대석은 무대에 관객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소극장들이 지어질 때부터 대극장과 같이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어 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연극, 뮤지컬과 같은 무대 장르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관객과 배우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겐 그 공유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다. 무대석은 그런 개념에서 시도한 장치다. 거부감이 덜한 만큼의 수준에서 무대석을 만들었다. 최대한 관객들이 가깝게 그들이 벌였던 일들을 목격하게 하고 싶었다. 관망하고 관람하는 것이 아닌, 깊숙한 곳에서 함께 호흡하고 느끼게. 그래서 배우들의 동선도 객석 가까운 곳 까지 잡았다. 바로 내 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끼게 하고 싶다.

무대석 외에도 무대에 디테일한 장치가 많이 생겼다. 분명 관객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박용호 : 1924년 시카고라는 시공간과 네이슨, 리처드라는 정확한 네이밍이 원작 에는 있다. 하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시대와 캐릭터의 이름이 모호한데, 이는 초연 당시 시대성을 지우고 공간에만 집중하기 위한 작업이었고 그게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무대 부분만 버전 업이 됐다. 무대는 100%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버려진 창고를 의미하고 있다. 바닥을 포함한 전반적인 부분이 오염되고 은밀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부유하고 천재적인 유태인 소년들의 욕망을 담았다. 배우의 연기, 연출의 의도, 조명, 소품 등 전체적인 조화에 의해 새롭게 느끼게 될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여러 재미가 있을 거고, 숨은 그림 찾듯 장면 장면에서 많은 부분을 느끼면 좋겠다.

“공연시작 2달 후, 크로스페어를 시작해보고 싶다”
박용호 대표 “<쓰릴 미>는 정독하듯 집중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는 정독하듯 집중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 초연멤버인 김무열과 최재웅에게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를 권하진 않았나.
박용호 : 두 사람의 캐릭터를 바꾸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제안을 하진 않았다. 음역대도 다르고, 작품 속 분위기도 다르다. 두 사람의 조합은 지금이 가장 완벽한 것 같다. 는 단 둘이서 부르는 노래가 대사가 되고, 대사가 노래가 되는 작품이다. 정독하듯 어느 것 하나 집중하지 않으면 재미없는 작품이다. 그래서 여성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 작품인 것 같다. 사실 4팀이라 많이 걱정했는데, 한 팀 한 팀이 모두 자연스러워서 연극무대가 아닌 실제 단둘이 있을 때의 줄다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 작품을 즐기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이종석 : 4팀 각각의 색깔이 가장 중요하다.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 다른 작품을 했을 때 더블이든 트리플이든 동선과 디테일을 모두 동일하게 지켜왔다. 작년의 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공연의 완성도와 수준은 언제 어떤 페어를 봐도 같아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갖고 연습을 진행했는데, 8명의 배우를 만나보니 모두 다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 합의된 정형성을 요구하고 강조했을 때 작품이 온전해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본 동선은 있지만 페어에 따라 디테일과 해석, 심지어 대사까지 다르게 잡아봤다.

총 여덟 명의 배우, 4개의 페어로 작품을 시작한다. 크로스 페어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종석 : 장기공연의 경우 공연개막 후 2개월이 지나면 배우, 스태프들의 몸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긴장감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공연에 대한, 인물에 대한 긴장감이 없어지기 때문에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배우들의 몸에 캐릭터가 완전히 익었을 때 긴장감을 위해 페어를 흔들어보고 싶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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