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모르겠어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관계자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그들도 SM의 아이돌이 프랑스에서 팬을 만들어낸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전 세계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시대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은 다른 회사들도 개설한다. 그 중 프랑스에서 이틀간 1만 4천명을 모을 만큼 유의미한 소비자를 만든 기획사는 SM뿐이다. 여러 가설이 가능하다. 자로 잰듯 딱딱 맞는 SM 아이돌 특유의 퍼포먼스, 해외 작곡가들의 곡을 가져와 소속 가수의 스타일에 맞게 바꾸는 SM의 작업방식 등등. 답은 이 모든 것의 합일 것이다. 다만 여기에 가설을 하나 더해보자. 가설의 키워드는 ‘미인아’와 ‘루시퍼’, 그리고 유영진이다.
‘미인아’와 ‘링딩동’이 펼친 리듬의 세계 2009년과 2010년, 유영진이 작사/작곡/편곡을 혼자 한 슈퍼 주니어의 ‘Sorry sorry’와 ‘미인아’, 샤이니의 ‘링딩동’, 그리고 국내외 작곡가들과 협업한 ‘루시퍼’는 한 뮤지션이 자신의 스타일을 곡 안에 용해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Sorry sorry’와 ‘미인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같은 전개를 가졌다. 당시 유행했던 이른바 ‘후크송’들처럼 ‘Sorry sorry’는 ‘Sorry sorry’를 반복하는 멜로디로 듣는 사람의 귀를 잡아챈다. 이 멜로디는 곡 시작부터 등장해 끝까지 반복되는 강렬한 전자음을 보컬 멜로디로 바꾼 것으로, ‘Sorry sorry’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 멜로디의 리듬만 변주해 곡이 완성된다. 다른 ‘후크송’들과 달리 비트 하나를 곡 하나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Sorry sorry’는 국내 대중음악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 멜로디 대신 리듬, 그것도 단 하나의 비트가 곡 전체의 뼈대가 됐다.
그 점에서 ‘미인아’는 ‘Sorry sorry’의 후속편이다. ‘넌 알까말까 알까말까 너무 예쁜 미인아’의 멜로디가 시종일관 조금씩 바뀌며 곡 전체에 사용되고, 이 멜로디는 전자음과 퍼쿠션으로 구성된 리듬을 보컬 멜로디로 바꾼 것이다. 국내에서 두 곡은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미인아’는 ‘Sorry sorry’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두 곡은 전혀 다르다. ‘Sorry sorry’의 뼈대가 된 리듬은 리안나의 ‘Disturbia’의 전자음,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 back’ 등에서 사용된 퍼쿠션 샘플과 비슷한 패턴이었다. 이후의 전개가 전혀 다른 만큼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담한 곡 전개에 비하면 ‘Sorry sorry’는 비트 자체의 창조성이 부족했다. ‘미인아’는 바로 그 비트를 유영진 스스로 개발했다. 와의 인터뷰에서 “사물놀이에서 북을 치는 리듬”을 멜로디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힐 만큼, ‘미인아’는 사물놀이 리듬을 멜로디로 옮겼다. ‘Sorry sorry’가 서구의 비트를 바탕으로 매끈하게 흘러간다면, ‘미인아’는 멜로디 앞 부분에 강하게 치고 들어가면서 보다 다이내믹하다.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군가는 빠지고 마는 유영진의 원천 기술 그런데, 이 사물놀이 리듬은 ‘링딩동’부터 시작됐다. ‘링딩동’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퍼쿠션 리듬은 ‘미인아’의 ‘알까말까…’의 멜로디와 거의 똑같다. 다만 리듬 하나를 변주하며 끌고 가는 ‘미인아’와 달리, ‘링딩동’은 파트마다 멜로디의 전개를 바꾸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Sorry sorry’와 ‘미인아’는 리듬 하나로 곡 전체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고, ‘링딩동’은 멜로디가 아닌 ‘단 하나의 리듬’에서 출발한 곡이 스펙터클한 곡으로 안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링딩동’은 건반, 현, 브라스 등 멜로디 악기는 극도로 자체한채 리듬만으로 거의 모든 사운드를 완성하기도 한다. ‘미인아’와 ‘링딩동’은 보다 재미있고 쉬운 곡이 어울렸던 슈퍼주니어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샤이니의 특성이 반영된 곡들이자, 가사마저 리듬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비슷한 발음을 찾아 쓰는 리듬 본위의 뮤지션 유영진의 양극단의 실험이다. ‘Sorry sorry’에서 ‘링딩동’으로 오는 사이 그는 리듬이 곡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작법을 만들고, 다시 리듬 자체를 스스로 만들면서 자신만의 원천기술을 얻었다.
유영진의 원천 기술은 조금씩 그 소득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미인아’는 ‘Sorry sorry’만큼 히트하지 못했다. 하지만 슈퍼주니어는 ‘Sorry sorry’가 아닌 ‘미인아’로 일본에 데뷔, 프로모션 없이도 오리콘 위클리 싱글 차트 2위를 기록했다. ‘루시퍼’에 대한 반응은 보다 극적이다. ‘루시퍼’에 대한 반응과 별개로 SM의 관계자는 “일본에서 ‘루시퍼’의 반응이 가장 좋다”고 말했고, EMI의 관계자는 샤이니가 서양 뮤지션과 ‘다른’ 점을 주목했다. ‘루시퍼’는 유영진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뮤지션들이 참여했지만, 파트마다 화려하게 달라지는 멜로디 전개는 ‘링딩동’과 동일하다. 또한 ‘나를 묶고 가둔다면 / 사랑도 묶인채 / 커질 수 없는데’의 멜로디는 음을 조금씩 늘였을 뿐 ‘미인아’의 사물놀이 리듬과 거의 같다. 민호의 랩파트에서 이 멜로디가 깔리면서 리듬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이 멜로디의 연원을 짐작케 한다. ‘링딩동’에서 곡의 뼈대 역할을 하던 리듬이 ‘미인아’와 ‘루시퍼’에서는 멜로디로 직접 사용되면서 유영진의 색깔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 ‘미인아’와 ‘루시퍼’는 전세계 어디에서든, 누군가는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SM의 노래들이 늘 그랬던 것처럼.
SM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동력 SM의 아이돌이 프랑스에서 공연을 한 후, 는 한국 아이돌의 성형수술이나 상업성에 치중한 마케팅 전략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SM이 소수라할지라도 서구에서도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낸 것은 상업적인 전략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유영진은 H.O.T. 시절부터 샤이니까지 계속 곡을 쓰면서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켰고, SM의 퍼포밍 디렉터 심재원은 10여년 째 소속 가수들의 무대를 체크한다. 그들이 여전히 자신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기에 SM의 상업적인 시스템도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이돌의 노래와 무대가 잘 팔리지만 예술성은 결여된 상품이라는 이분법적인 태도가 아닐 것이다. 가장 좋은 대중문화 상품은 작가의 개성이 담겨 있을 때 나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산업 안에서 그 개성을 더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 아닐까. 팔리건 안 팔리건, 결국 노래는 작곡가의 영감에서 나온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미인아’와 ‘링딩동’이 펼친 리듬의 세계 2009년과 2010년, 유영진이 작사/작곡/편곡을 혼자 한 슈퍼 주니어의 ‘Sorry sorry’와 ‘미인아’, 샤이니의 ‘링딩동’, 그리고 국내외 작곡가들과 협업한 ‘루시퍼’는 한 뮤지션이 자신의 스타일을 곡 안에 용해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Sorry sorry’와 ‘미인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같은 전개를 가졌다. 당시 유행했던 이른바 ‘후크송’들처럼 ‘Sorry sorry’는 ‘Sorry sorry’를 반복하는 멜로디로 듣는 사람의 귀를 잡아챈다. 이 멜로디는 곡 시작부터 등장해 끝까지 반복되는 강렬한 전자음을 보컬 멜로디로 바꾼 것으로, ‘Sorry sorry’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 멜로디의 리듬만 변주해 곡이 완성된다. 다른 ‘후크송’들과 달리 비트 하나를 곡 하나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Sorry sorry’는 국내 대중음악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 멜로디 대신 리듬, 그것도 단 하나의 비트가 곡 전체의 뼈대가 됐다.
그 점에서 ‘미인아’는 ‘Sorry sorry’의 후속편이다. ‘넌 알까말까 알까말까 너무 예쁜 미인아’의 멜로디가 시종일관 조금씩 바뀌며 곡 전체에 사용되고, 이 멜로디는 전자음과 퍼쿠션으로 구성된 리듬을 보컬 멜로디로 바꾼 것이다. 국내에서 두 곡은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미인아’는 ‘Sorry sorry’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두 곡은 전혀 다르다. ‘Sorry sorry’의 뼈대가 된 리듬은 리안나의 ‘Disturbia’의 전자음,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 back’ 등에서 사용된 퍼쿠션 샘플과 비슷한 패턴이었다. 이후의 전개가 전혀 다른 만큼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담한 곡 전개에 비하면 ‘Sorry sorry’는 비트 자체의 창조성이 부족했다. ‘미인아’는 바로 그 비트를 유영진 스스로 개발했다. 와의 인터뷰에서 “사물놀이에서 북을 치는 리듬”을 멜로디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힐 만큼, ‘미인아’는 사물놀이 리듬을 멜로디로 옮겼다. ‘Sorry sorry’가 서구의 비트를 바탕으로 매끈하게 흘러간다면, ‘미인아’는 멜로디 앞 부분에 강하게 치고 들어가면서 보다 다이내믹하다.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군가는 빠지고 마는 유영진의 원천 기술 그런데, 이 사물놀이 리듬은 ‘링딩동’부터 시작됐다. ‘링딩동’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퍼쿠션 리듬은 ‘미인아’의 ‘알까말까…’의 멜로디와 거의 똑같다. 다만 리듬 하나를 변주하며 끌고 가는 ‘미인아’와 달리, ‘링딩동’은 파트마다 멜로디의 전개를 바꾸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Sorry sorry’와 ‘미인아’는 리듬 하나로 곡 전체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고, ‘링딩동’은 멜로디가 아닌 ‘단 하나의 리듬’에서 출발한 곡이 스펙터클한 곡으로 안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링딩동’은 건반, 현, 브라스 등 멜로디 악기는 극도로 자체한채 리듬만으로 거의 모든 사운드를 완성하기도 한다. ‘미인아’와 ‘링딩동’은 보다 재미있고 쉬운 곡이 어울렸던 슈퍼주니어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샤이니의 특성이 반영된 곡들이자, 가사마저 리듬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비슷한 발음을 찾아 쓰는 리듬 본위의 뮤지션 유영진의 양극단의 실험이다. ‘Sorry sorry’에서 ‘링딩동’으로 오는 사이 그는 리듬이 곡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작법을 만들고, 다시 리듬 자체를 스스로 만들면서 자신만의 원천기술을 얻었다.
유영진의 원천 기술은 조금씩 그 소득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미인아’는 ‘Sorry sorry’만큼 히트하지 못했다. 하지만 슈퍼주니어는 ‘Sorry sorry’가 아닌 ‘미인아’로 일본에 데뷔, 프로모션 없이도 오리콘 위클리 싱글 차트 2위를 기록했다. ‘루시퍼’에 대한 반응은 보다 극적이다. ‘루시퍼’에 대한 반응과 별개로 SM의 관계자는 “일본에서 ‘루시퍼’의 반응이 가장 좋다”고 말했고, EMI의 관계자는 샤이니가 서양 뮤지션과 ‘다른’ 점을 주목했다. ‘루시퍼’는 유영진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뮤지션들이 참여했지만, 파트마다 화려하게 달라지는 멜로디 전개는 ‘링딩동’과 동일하다. 또한 ‘나를 묶고 가둔다면 / 사랑도 묶인채 / 커질 수 없는데’의 멜로디는 음을 조금씩 늘였을 뿐 ‘미인아’의 사물놀이 리듬과 거의 같다. 민호의 랩파트에서 이 멜로디가 깔리면서 리듬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이 멜로디의 연원을 짐작케 한다. ‘링딩동’에서 곡의 뼈대 역할을 하던 리듬이 ‘미인아’와 ‘루시퍼’에서는 멜로디로 직접 사용되면서 유영진의 색깔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 ‘미인아’와 ‘루시퍼’는 전세계 어디에서든, 누군가는 열광적으로 좋아한다. SM의 노래들이 늘 그랬던 것처럼.
SM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동력 SM의 아이돌이 프랑스에서 공연을 한 후, 는 한국 아이돌의 성형수술이나 상업성에 치중한 마케팅 전략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SM이 소수라할지라도 서구에서도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낸 것은 상업적인 전략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유영진은 H.O.T. 시절부터 샤이니까지 계속 곡을 쓰면서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켰고, SM의 퍼포밍 디렉터 심재원은 10여년 째 소속 가수들의 무대를 체크한다. 그들이 여전히 자신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기에 SM의 상업적인 시스템도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이돌의 노래와 무대가 잘 팔리지만 예술성은 결여된 상품이라는 이분법적인 태도가 아닐 것이다. 가장 좋은 대중문화 상품은 작가의 개성이 담겨 있을 때 나온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산업 안에서 그 개성을 더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 아닐까. 팔리건 안 팔리건, 결국 노래는 작곡가의 영감에서 나온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