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는 고수들의 각축장이었다. 마지막 1초까지도 화면을 장악했던 공순호 회장, 김영애는 연기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을 매순간 넘어섰고, 김마리와 K, 김인숙을 오가는 염정아 또한 오랜 응축시킨 배우의 에너지를 마침내 터뜨렸다. 드라마로는 드물게 1분이 넘는 독백을 이끈 지성이나 ‘탁구 엄마’의 포근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지운 JK가의 맏며느리, 전미선까지 는 매순간 뜨거웠다. 그리고 그 열연의 용광로에는 배우 안내상도 있었다. 그가 맡은 JK그룹의 장남 조동진은 후계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임에도 늘 동생들에 대한 열등감과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으로 칼날처럼 예민한 인물이었다. 뜨거움의 한 복판에 선 한 줄기의 차가움.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재벌이지만 늘 불안함을 안고 사는 조동진의 피로한 얼굴은 절대적인 분량에 상관없이 존재감을 가졌다. 그것은 극이 진행될수록 주인공 외의 인물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인 미니시리즈의 캐릭터로서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미미한 존재감이었죠. (웃음) 처음엔 를 안 한다고 했어요. 역할도 대본에 한두 신 있고, 캐릭터를 못 잡겠더라구요. 더구나 재벌이라는 거는 나와 안 맞는 세상의 이야기라 모르겠고. 주변에서도 권하고 작가님들도 간절하다고 하시니 하게 됐는데 방송이 진행되면서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 조금 소홀해졌던 부분들이 어쩔 수 없이 있었죠. 하지만 좋은 작품이었고 후회는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배우의 존재감. “그의 삶이 확 들어와서 너무 아팠던” KBS 의 정조나 “그 분이 오셨던” SBS 의 한원수, 생애 첫 주연작인 영화 의 ‘막장 아빠’를 거치며 어느새 안내상은 자신의 이름만으로 캐릭터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물론 안내상과의 대화는 그러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연기파 배우에게 흔히 가지게 되는 엄숙함을 깨뜨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음은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부르는 것은 즐긴다는 그가 혼자 있을 때, 여럿이 어울리는 회식 자리에서,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띄울 때 신나게 부르는 노래들이다. 1. 남진의 ‘빈 잔’이 수록된
최근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화제가 된 노래들이 많지만 ‘빈 잔’은 임재범의 뜻밖의 편곡으로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안내상에게는 더욱 특별한 노래다. “남진의 ‘빈 잔’은 제 아내가 잘 불러요. ‘오 나의 빈 잔을 채워주오’ 하는데 정말 채워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결혼했어요. 그 노래 때문에. (웃음) 제가 그때 처음 ‘빈 잔’을 들었는데 가사도 너무 좋고, 그걸 부르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죠. 쓸쓸해 보이면서도 뭔가 간절하고, 애달픈 게 있었죠. 우리 때는 노래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누가 부르는데 그 노래에 꽂혀서, 그 노래 부른 사람에게 꽂혀서 프로포즈 하고 이런 것들이 많았죠. 저도 그 일환으로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웃음)” 2.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가 수록된
“저는 평소에는 전혀 음악을 안 들어요. 더러는 차로 이동하면서도 듣고 촬영장에서 기다리면서도 듣던데 저는 음악이랑은 참 관계가 없어요. (웃음)” 스스로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안내상이지만 애창곡 리스트를 묻자 망설임 없이 술술 나온다. 심수봉을 스타덤에 올린 ‘사랑밖엔 난 몰라’는 그가 “현장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 언제 들어도 애간장을 녹이는 심수봉의 목소리는 가녀리다 싶다가도 강하게 가슴팍에 박히고, 파워풀하게 밀어 붙이다가도 이내 낭창낭창하게 감긴다. “‘사랑밖에 난 몰라’는 언제고 따라 불러도 기분이 좋아져요. 애창곡이 몇 곡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자주 부르는 노래 같아요.” 3.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 수록된
“제가 원체 노래하고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안내상에게 음악은 정좌하고 앉아 감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심심하거나 옛 생각이 날 때” 부르는 술친구 같은 존재다. 특히 ‘그 겨울의 찻집’은 혼자 있을 때 부르게 되는 노래.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사람 때문에 밤을 지샌 이가 홀로 옛 사랑을 떠올리는 노랫말처럼 ‘그 겨울의 찻집’은 조용필의 목소리에 조용히 미소 짓다가도 눈물이 나는 곡이다. “심심하면 곧잘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다 옛날 노래죠 뭐. 잘 부른다기보다는 그냥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남이 듣든 말든, 남들이 좋든 싫든 신경 안 쓰고 저 혼자 부릅니다. (읏음) 음치는 아니니까 대부분 듣기는 좋더라구요. 하하” 4. 박현빈의 ‘샤방샤방’이 수록된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직장인들의 고충은 즐거워야할 회식 자리까지 이어진다. 마이크를 놓지 않는 부장님, 최신곡 퍼포먼스를 펼치는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흘러간 옛 노래만 불렀다간 모두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물론 안내상에게는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 “옛날 노래만 부르다가 애들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가끔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박현빈의 ‘샤방샤방’이죠. ‘얼굴도 샤방샤방, 몸매도 샤방샤방’ 이러면 반응이 장난이 아니죠. 애들이랑 장난치느라고 부르는데 그 때마다 다들 좋아라합니다. (웃음)” 대한민국의 아주머니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본의 아주머니들 마음까지 사로잡은 박현빈의 ‘샤방샤방’이라면 회식 자리에서 비장의 무기로 갈고 닦을 만하다. 5. 김흥국의 ‘59년 왕십리’가 수록된 < Kim Heung Kook Golden Album >
“‘59년 왕십리’는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예요.” 최근 출연했던 MBC 에서 밝힌 바 있듯, 근엄해 보이는 연기파의 이미지와 다르게 안내상은 놀 때는 확실히 노는 배우다. “제가 또 분위기를 띄우려면 확실하게 띄웁니다. 전공이 술 난동이라 거의 난동수준으로 놉니다. (웃음)” 다른 스태프들도 제치고 열창하는 안내상의 모습에 영감을 받은 드라마 캐릭터가 탄생할 정도로 흥이 넘치는 그에게 역시나 만만치 않은 에너지를 가진 가수 김흥국의 노래는 썩 잘 어울린다. 레게, 트로트 등 장르적 실험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김흥국의 출세곡 ‘59년 왕십리’에서는 ‘축구인’이 아닌 가수로서 그의 저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안내상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카페 한켠에서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모여 기타 연주를 배우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대여섯 명 되는 그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즉석에서 기타 교습을 청하는 그에게선 KBS 의 인자한 스승이나 의 예민한 재벌 2세가 풍겼던 기운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스스로가 자신을 “20대와 동일시”하며 “아직도 청춘”이라 말한 이의 모습다웠다. 누구보다 치열한 청춘을 보냈고, 절망의 늪에서 “정체된 삶” 또한 살았으며 연기를 통해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해소시킨 47살의 배우. 그럼에도 안내상이 아직도 청춘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먼저 치열하게 청춘을 보낸 이가 청년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열정이 없는 청년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때는 학생운동을 하든 안하든 그 열정 하나만을 갖고 어떤 이는 학업에 집중을 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 열정을 좀 소모한다는 느낌은 들더라구요. 그 열정을 사회에 뺏기는 것 같아요. 가치롭지 않은 일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으니까 시간이 낭비되고 허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를 가지고 사는 것 같죠. 이 공간에서 분명히 주어진 삶의 가치가 있을 텐데 그걸 찾아야합니다. 길은 여러 가지가 있고, 정답은 없지만 순수한 열정만큼은 지워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미미한 존재감이었죠. (웃음) 처음엔 를 안 한다고 했어요. 역할도 대본에 한두 신 있고, 캐릭터를 못 잡겠더라구요. 더구나 재벌이라는 거는 나와 안 맞는 세상의 이야기라 모르겠고. 주변에서도 권하고 작가님들도 간절하다고 하시니 하게 됐는데 방송이 진행되면서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 조금 소홀해졌던 부분들이 어쩔 수 없이 있었죠. 하지만 좋은 작품이었고 후회는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배우의 존재감. “그의 삶이 확 들어와서 너무 아팠던” KBS 의 정조나 “그 분이 오셨던” SBS 의 한원수, 생애 첫 주연작인 영화 의 ‘막장 아빠’를 거치며 어느새 안내상은 자신의 이름만으로 캐릭터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물론 안내상과의 대화는 그러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연기파 배우에게 흔히 가지게 되는 엄숙함을 깨뜨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음은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부르는 것은 즐긴다는 그가 혼자 있을 때, 여럿이 어울리는 회식 자리에서,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띄울 때 신나게 부르는 노래들이다. 1. 남진의 ‘빈 잔’이 수록된
최근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화제가 된 노래들이 많지만 ‘빈 잔’은 임재범의 뜻밖의 편곡으로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안내상에게는 더욱 특별한 노래다. “남진의 ‘빈 잔’은 제 아내가 잘 불러요. ‘오 나의 빈 잔을 채워주오’ 하는데 정말 채워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결혼했어요. 그 노래 때문에. (웃음) 제가 그때 처음 ‘빈 잔’을 들었는데 가사도 너무 좋고, 그걸 부르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죠. 쓸쓸해 보이면서도 뭔가 간절하고, 애달픈 게 있었죠. 우리 때는 노래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누가 부르는데 그 노래에 꽂혀서, 그 노래 부른 사람에게 꽂혀서 프로포즈 하고 이런 것들이 많았죠. 저도 그 일환으로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웃음)” 2.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가 수록된
“저는 평소에는 전혀 음악을 안 들어요. 더러는 차로 이동하면서도 듣고 촬영장에서 기다리면서도 듣던데 저는 음악이랑은 참 관계가 없어요. (웃음)” 스스로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안내상이지만 애창곡 리스트를 묻자 망설임 없이 술술 나온다. 심수봉을 스타덤에 올린 ‘사랑밖엔 난 몰라’는 그가 “현장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 언제 들어도 애간장을 녹이는 심수봉의 목소리는 가녀리다 싶다가도 강하게 가슴팍에 박히고, 파워풀하게 밀어 붙이다가도 이내 낭창낭창하게 감긴다. “‘사랑밖에 난 몰라’는 언제고 따라 불러도 기분이 좋아져요. 애창곡이 몇 곡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자주 부르는 노래 같아요.” 3.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 수록된
“제가 원체 노래하고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안내상에게 음악은 정좌하고 앉아 감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심심하거나 옛 생각이 날 때” 부르는 술친구 같은 존재다. 특히 ‘그 겨울의 찻집’은 혼자 있을 때 부르게 되는 노래.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사람 때문에 밤을 지샌 이가 홀로 옛 사랑을 떠올리는 노랫말처럼 ‘그 겨울의 찻집’은 조용필의 목소리에 조용히 미소 짓다가도 눈물이 나는 곡이다. “심심하면 곧잘 노래를 부르곤 하는데 다 옛날 노래죠 뭐. 잘 부른다기보다는 그냥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남이 듣든 말든, 남들이 좋든 싫든 신경 안 쓰고 저 혼자 부릅니다. (읏음) 음치는 아니니까 대부분 듣기는 좋더라구요. 하하” 4. 박현빈의 ‘샤방샤방’이 수록된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직장인들의 고충은 즐거워야할 회식 자리까지 이어진다. 마이크를 놓지 않는 부장님, 최신곡 퍼포먼스를 펼치는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흘러간 옛 노래만 불렀다간 모두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물론 안내상에게는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 “옛날 노래만 부르다가 애들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가끔 부르는 노래가 있어요. 박현빈의 ‘샤방샤방’이죠. ‘얼굴도 샤방샤방, 몸매도 샤방샤방’ 이러면 반응이 장난이 아니죠. 애들이랑 장난치느라고 부르는데 그 때마다 다들 좋아라합니다. (웃음)” 대한민국의 아주머니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본의 아주머니들 마음까지 사로잡은 박현빈의 ‘샤방샤방’이라면 회식 자리에서 비장의 무기로 갈고 닦을 만하다. 5. 김흥국의 ‘59년 왕십리’가 수록된 < Kim Heung Kook Golden Album >
“‘59년 왕십리’는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예요.” 최근 출연했던 MBC 에서 밝힌 바 있듯, 근엄해 보이는 연기파의 이미지와 다르게 안내상은 놀 때는 확실히 노는 배우다. “제가 또 분위기를 띄우려면 확실하게 띄웁니다. 전공이 술 난동이라 거의 난동수준으로 놉니다. (웃음)” 다른 스태프들도 제치고 열창하는 안내상의 모습에 영감을 받은 드라마 캐릭터가 탄생할 정도로 흥이 넘치는 그에게 역시나 만만치 않은 에너지를 가진 가수 김흥국의 노래는 썩 잘 어울린다. 레게, 트로트 등 장르적 실험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김흥국의 출세곡 ‘59년 왕십리’에서는 ‘축구인’이 아닌 가수로서 그의 저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안내상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카페 한켠에서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모여 기타 연주를 배우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대여섯 명 되는 그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즉석에서 기타 교습을 청하는 그에게선 KBS 의 인자한 스승이나 의 예민한 재벌 2세가 풍겼던 기운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스스로가 자신을 “20대와 동일시”하며 “아직도 청춘”이라 말한 이의 모습다웠다. 누구보다 치열한 청춘을 보냈고, 절망의 늪에서 “정체된 삶” 또한 살았으며 연기를 통해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해소시킨 47살의 배우. 그럼에도 안내상이 아직도 청춘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먼저 치열하게 청춘을 보낸 이가 청년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열정이 없는 청년은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때는 학생운동을 하든 안하든 그 열정 하나만을 갖고 어떤 이는 학업에 집중을 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 열정을 좀 소모한다는 느낌은 들더라구요. 그 열정을 사회에 뺏기는 것 같아요. 가치롭지 않은 일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으니까 시간이 낭비되고 허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를 가지고 사는 것 같죠. 이 공간에서 분명히 주어진 삶의 가치가 있을 텐데 그걸 찾아야합니다. 길은 여러 가지가 있고, 정답은 없지만 순수한 열정만큼은 지워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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