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MBC 의 ‘그날’은 세계 4대 비보이대회 중 하나인 영국‘UK 비보이 챔피언십’에 출전할 한국 대표를 뽑는 그날이었어요. 우리나라 비보이 수준이 세계 정상이라는 얘긴 익히 들어왔지만 그처럼 전쟁터를 방불할 줄이야! 그토록 수많은 젊은이들이 춤 하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줄도 물론 몰랐고요. 장관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대단한 장면, 장면들을 지켜보며 감탄하는 사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 남자들이 이처럼 춤을 잘 추게 된 걸까요? 세상 참 좋아졌다 싶어요.
지금 젊은 층들은 짐작도 가지 않을 일이지만 70년대 즈음만 해도 이 땅에서 춤에 일가견이 있는 남자를 만나보기란 모래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웠답니다. 가수가 춤을 추는 예도 남진 씨의 ‘님과 함께’ 정도였어요. 가수들 대부분이 한 자리에 붙박이로 서서 간단한 손동작을 곁들인다거나 기타를 들고 노래했었죠. 지금으로 치면 클럽 같은 장소가 있긴 했으나 남자들이 딱히 춤을 즐기러 간다고는 할 수 없었고요. 춤으로 대변되는 ‘제비’라는 직업군이 성행했지만 그들의 최종 목적이 솔직히 춤은 아니었으니까요. 예부터 가무에 능했다는 우리민족이 무슨 까닭에서인지 춤에서만큼은, 특히 남자들의 춤은 꽤 오랜 동안 암흑기를 맞았던 게 분명합니다. 술 한 잔 걸치면 흥에 겨워 겨우 나온다는 게 일명 ‘군인춤’이었으니 암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뭐에요.
우리나라 남자들 언제부터 춤을 그렇게 잘 췄나요? 그러다 70년대 후반, UCDC(Union Cbllege Disco Qub)라는 이른바 대학 연합 춤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비로소 춤 잘 추는 남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춤을 잘 춘다는 게 점잖지 못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멋지다는 인식이 그제야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댄스뮤직의 원조라 불리는 박남정이 ‘아! 바람이여’를 들고 나왔던 게 1988년이니 불과 십년 사이 세상이 달라져버린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아무리 춤 잘 추는 남자들이 늘어나도 자신의 틀을 깨지 못하는 남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더군요. 음악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게 너무나 어색한 남자들 말이에요.
대한민국 톱스타들의 댄스 스포츠 도전기 MBC 에 참가한 남자 분들의 대다수가 바로 그랬습니다. 댄스그룹 출신의 문희준 씨야 예외였지만 다들 파트너와의 첫 대면 때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시더라고요. 리듬에 맞춰 편하게 아무 춤이나 춰보라고 권하자 마지못해 움직이시는데 그 품새들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춤과는 담을 쌓고 사셨을 연배의 연기자 김영철 씨며 성악가 김동규 씨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신세대 아나운서 오상진 씨조차 파트너에게 막춤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특히나 마라토너 이봉주 씨는 춤은커녕 아예 몸을 움직일 엄두도 못 내시던 걸요. 그러니 이분들이 과연 난이도 높다는 스포츠댄스가 가능하기는 할는지, 더구나 파트너와 짝을 이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게 가능할지 보는 제가 다 두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로 봐서 대충 했다가는 호된 비난에 시달릴 게 불을 보듯 빤한지라 걱정이 앞설 밖에요.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어도 단시간 내에 제대로 된 경연을 보여주자면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진데 과연 다들 그런 각오는 가지고 도전에 임하신 건지, 그도 궁금했어요.
도전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열한명의 참가자 전원이 그간의 노력이 짐작되고도 남는 무대를 펼쳤지만 제가 걱정해마지 않았던 몸치에 가까웠던 남성 참가자들의 변신은 놀라운 수준이었으니까요. 그 뻣뻣하던 오상진 아나운서가 밝은 미소를 지어가며 경쾌하게 자이브 스텝을 밟는 것도 신기했고 예순을 앞둔 김영철 씨가 보여준 기품 있는 왈츠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딸이 아버지와 함께 추는 댄스 스토리였는데 심사평에 의하면 초보자가 그처럼 왈츠 기본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품위를 잃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특히나 마라톤 자세를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해낸 이봉주 선수의 근성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 프로그램 하나가 댄스스포츠 열풍을 선도해주길 기대한다는 건 아마 무리일 겁니다. 저는 그저 여러분의 도전이 음악에 몸을 맡기길 두려워해온 우리나라 남자들 가슴에 느낌표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찍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다가올 첫 경연, 몸치 남자들의 도전, 기다려집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지금 젊은 층들은 짐작도 가지 않을 일이지만 70년대 즈음만 해도 이 땅에서 춤에 일가견이 있는 남자를 만나보기란 모래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려웠답니다. 가수가 춤을 추는 예도 남진 씨의 ‘님과 함께’ 정도였어요. 가수들 대부분이 한 자리에 붙박이로 서서 간단한 손동작을 곁들인다거나 기타를 들고 노래했었죠. 지금으로 치면 클럽 같은 장소가 있긴 했으나 남자들이 딱히 춤을 즐기러 간다고는 할 수 없었고요. 춤으로 대변되는 ‘제비’라는 직업군이 성행했지만 그들의 최종 목적이 솔직히 춤은 아니었으니까요. 예부터 가무에 능했다는 우리민족이 무슨 까닭에서인지 춤에서만큼은, 특히 남자들의 춤은 꽤 오랜 동안 암흑기를 맞았던 게 분명합니다. 술 한 잔 걸치면 흥에 겨워 겨우 나온다는 게 일명 ‘군인춤’이었으니 암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뭐에요.
우리나라 남자들 언제부터 춤을 그렇게 잘 췄나요? 그러다 70년대 후반, UCDC(Union Cbllege Disco Qub)라는 이른바 대학 연합 춤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비로소 춤 잘 추는 남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춤을 잘 춘다는 게 점잖지 못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멋지다는 인식이 그제야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댄스뮤직의 원조라 불리는 박남정이 ‘아! 바람이여’를 들고 나왔던 게 1988년이니 불과 십년 사이 세상이 달라져버린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아무리 춤 잘 추는 남자들이 늘어나도 자신의 틀을 깨지 못하는 남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더군요. 음악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는 게 너무나 어색한 남자들 말이에요.
대한민국 톱스타들의 댄스 스포츠 도전기 MBC 에 참가한 남자 분들의 대다수가 바로 그랬습니다. 댄스그룹 출신의 문희준 씨야 예외였지만 다들 파트너와의 첫 대면 때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시더라고요. 리듬에 맞춰 편하게 아무 춤이나 춰보라고 권하자 마지못해 움직이시는데 그 품새들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춤과는 담을 쌓고 사셨을 연배의 연기자 김영철 씨며 성악가 김동규 씨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신세대 아나운서 오상진 씨조차 파트너에게 막춤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특히나 마라토너 이봉주 씨는 춤은커녕 아예 몸을 움직일 엄두도 못 내시던 걸요. 그러니 이분들이 과연 난이도 높다는 스포츠댄스가 가능하기는 할는지, 더구나 파트너와 짝을 이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게 가능할지 보는 제가 다 두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로 봐서 대충 했다가는 호된 비난에 시달릴 게 불을 보듯 빤한지라 걱정이 앞설 밖에요.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어도 단시간 내에 제대로 된 경연을 보여주자면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진데 과연 다들 그런 각오는 가지고 도전에 임하신 건지, 그도 궁금했어요.
도전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열한명의 참가자 전원이 그간의 노력이 짐작되고도 남는 무대를 펼쳤지만 제가 걱정해마지 않았던 몸치에 가까웠던 남성 참가자들의 변신은 놀라운 수준이었으니까요. 그 뻣뻣하던 오상진 아나운서가 밝은 미소를 지어가며 경쾌하게 자이브 스텝을 밟는 것도 신기했고 예순을 앞둔 김영철 씨가 보여준 기품 있는 왈츠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딸이 아버지와 함께 추는 댄스 스토리였는데 심사평에 의하면 초보자가 그처럼 왈츠 기본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품위를 잃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특히나 마라톤 자세를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해낸 이봉주 선수의 근성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 프로그램 하나가 댄스스포츠 열풍을 선도해주길 기대한다는 건 아마 무리일 겁니다. 저는 그저 여러분의 도전이 음악에 몸을 맡기길 두려워해온 우리나라 남자들 가슴에 느낌표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찍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다가올 첫 경연, 몸치 남자들의 도전, 기다려집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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