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리포트 -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가수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50819000720810_1.jpg)
임재범 가장 파격적인 해석은 임재범과 이소라의 무대였다. 임재범은 남진의 트로트 곡 ‘빈잔’을 골랐고, 이소라는 보아의 댄스 넘버 ‘No. 1’을 선택했다. 해석된 곡은 전혀 다른 장르로 탈바꿈했다. 대북 연주와 함께 시작된 임재범의 무대는 수도승을 연상시키는 저음으로 시작해 록 그룹 시나위나 아시아나 시절을 연상시키는 록 보컬로 ‘빈잔’을 뒤바꿔놓았다. 감기 몸살로 인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임재범은 연주를 마치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해 이후 녹화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이소라 이소라는 보아의 원곡을 전혀 다른 곡으로 변형시켰다. 에미넴의 ‘Lose Yourself’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기타 연주로 시작된 이소라의 ‘No. 1’은 경쾌하고 밝은 원곡에 그림자와 습도를 강하게 덧칠해 슬프고 격정적인 인디 록 넘버로 바꿔놓았다. 임재범과 마찬가지로 이소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아티스트의 개성이 살아 있는 해석이었다. 무엇보다 원곡을 관통하는 댄스 리듬과 발랄한 정서를 100% 지워내고 기본적인 뼈대만 남긴 채 새로운 편곡과 창법으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다는 점은, 감정 표현이 다소 과잉이었다는 점에도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시도였다.
김범수 선호도 조사에서 7위에 그쳤던 김범수는 비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의상으로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나 변함없는 가창력과 해석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원곡인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보다 훨씬 깊은 감정 표현으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가수 자신의 말처럼 마음을 비우고 노래해서인지 원곡의 선율이 지닌 장점과 자신의 노래 스타일의 장점을 조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참신한 해석은 없었으나 원곡에 맞춰 가장 무난하게 부른 곡이었다.
김연우 김연우는 김건모의 ‘미련’을 불렀다. 이날 출연 가수 중 원곡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연주했다. 흐느끼는 듯한 감성적인 노래 스타일은 원곡의 느낌을 잘 살리는 듯했으나 감정 묘사가 과잉인 듯한 인상도 지우기 힘들었다. 김연우는 “준비한 대로 잘 못 했고 많이 틀려서 아쉽다”고 말했다.
BMK BMK는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를 불렀다. 보컬의 문제라기 보다는 창법과 재즈 밴드 편성이 어울리기 힘들었다는 점이 청중 평가단의 호응을 받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차분한 재즈 편곡과 달리 BMK의 노래는 너무 힘차고 뜨거웠기 때문이다. 넘치는 성량과 감정 묘사가 특징인 BMK와 변진섭의 노래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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