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같은 드라마는 태어나는 것일까" /> 6회 KBS2 일 밤 11시 15분
치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 가 말하는 것은 우연이라는 불운에 관한 것이다. 죽은 김진수가 조영재(김영광)의 풍선에 맞고, 파란 얼굴로 윤수(이수혁)를 찾아간 과정이나 이재규(홍종현)가 그의 일기를 발견한 것에는 어떤 계획이나 의도도 없었다. 그러나 우연들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비극을 향해 모여들었고, 의미 없이 스쳐 갔던 순간들은 치명적인 사건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우연의 짓궂은 장난에 가장 깊숙하게 걸려든 사람은 다름 아닌 박무열(백성현)이다. 아픈 사람을 살리겠다는 그의 순수한 의도는 연쇄 살인범에게 새 힘을 주었고, 다친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친절함은 악당의 동지를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총을 쥔 김요한(김상경)은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선택’을 강요했지만 드라마는 반대로 선택의 허무함을 말한다. 약한 얼룩말을 미끼로 희생시키고 사자의 눈을 피하겠다는 얼룩말들의 선택은 그저 선택일 뿐, 무엇도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세상의 슬픈 비밀이다. 더욱 슬픈 것은 선택을 한 뒤에도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낯선 여인을 만난 덕분에 강미르(김현중)는 눈 속에서 살아남았고, 아이들은 김요한의 위협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그 여인은 다시 강미르를 위협하고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린다. 행운은 불운의 등을 타고 왔으며, 그 둘은 서로 꼭 닮은 우연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드라마는 앞서 두 개의 거울이 마주한 곳에서 괴물이 튀어나온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이 까만 얼굴을 하고 있는 두 개의 우연이 마주 선 순간, 이제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다. 구원 없는 질문만을 던지는 김요한이 신 없는 종교의 사제라면, 이제 등장할 괴물은 파멸이든 축복이든 혼돈의 끝을 보여줄 존재일 것이다. 그 예감은 강렬하되, 이유는 흐릿하다. 그 역시 김요한의 말 속에 해답이 있다. 원인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일 뿐 진실은 아니다. 불길하고도 불안한 기운이 자꾸만 드라마의 다음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 괴물 같은 드라마는 태어나는 것일까,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길러진 것일까.
글. 윤희성 nine@
치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 가 말하는 것은 우연이라는 불운에 관한 것이다. 죽은 김진수가 조영재(김영광)의 풍선에 맞고, 파란 얼굴로 윤수(이수혁)를 찾아간 과정이나 이재규(홍종현)가 그의 일기를 발견한 것에는 어떤 계획이나 의도도 없었다. 그러나 우연들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비극을 향해 모여들었고, 의미 없이 스쳐 갔던 순간들은 치명적인 사건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우연의 짓궂은 장난에 가장 깊숙하게 걸려든 사람은 다름 아닌 박무열(백성현)이다. 아픈 사람을 살리겠다는 그의 순수한 의도는 연쇄 살인범에게 새 힘을 주었고, 다친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친절함은 악당의 동지를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 총을 쥔 김요한(김상경)은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선택’을 강요했지만 드라마는 반대로 선택의 허무함을 말한다. 약한 얼룩말을 미끼로 희생시키고 사자의 눈을 피하겠다는 얼룩말들의 선택은 그저 선택일 뿐, 무엇도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세상의 슬픈 비밀이다. 더욱 슬픈 것은 선택을 한 뒤에도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낯선 여인을 만난 덕분에 강미르(김현중)는 눈 속에서 살아남았고, 아이들은 김요한의 위협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그 여인은 다시 강미르를 위협하고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린다. 행운은 불운의 등을 타고 왔으며, 그 둘은 서로 꼭 닮은 우연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드라마는 앞서 두 개의 거울이 마주한 곳에서 괴물이 튀어나온다고 했다. 예측할 수 없이 까만 얼굴을 하고 있는 두 개의 우연이 마주 선 순간, 이제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다. 구원 없는 질문만을 던지는 김요한이 신 없는 종교의 사제라면, 이제 등장할 괴물은 파멸이든 축복이든 혼돈의 끝을 보여줄 존재일 것이다. 그 예감은 강렬하되, 이유는 흐릿하다. 그 역시 김요한의 말 속에 해답이 있다. 원인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일 뿐 진실은 아니다. 불길하고도 불안한 기운이 자꾸만 드라마의 다음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 괴물 같은 드라마는 태어나는 것일까,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길러진 것일까.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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