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정말 창대할 것인가. 방영 초기, MBC <위대한 탄생>은 엉성한 연출과 Mnet <슈퍼스타 K>와의 비교 등으로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본선무대인 ‘위대한 캠프’의 오디션을 치르며 장족의 발전을 이룬 출연자들처럼 <위대한 탄생>은 ‘위대한 캠프’를 거치며 급부상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출연자의 가능성을 극대화 시키고, 인상적인 멘트로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납득시키고 감동시킨 멘토들이 있었다. <위대한 탄생>의 주인공은 오디션 참가자들이지만, 지금 이 쇼를 끌고 가는 건 5명의 멘토들이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뽑은 네 명의 멘티들을 이끌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그들이 합격하거나 탈락하지는 않지만, 멘티들의 우승 여부는 곧 그들의 자존심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지금 다섯 명의 멘토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김태원, <슬램덩크> 안 선생님의 마음으로
팀의 색깔은 확실하다. 하지만 각자의 캐릭터는 미지수다. 김태원은 네 남자를 모아 ‘김태원과 외인구단’을 결성했고,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월등한 실력을 보여준 이태권을 빼면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의 매력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세 사람은 ‘절박함’, ‘고난’ 같은 단어들로 묶일 뿐 개개인이 튀지는 않는다. 김태원에게 몇 번씩 구제된 손진영은 실력이 늘지 않으면 비호감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해답은 이태권이 보여줬다. 그는 듬직한 체구와 달리 비지스의 ‘Stayin` alive’를 날렵하게 불러 주목받기 시작했다. 네 사람이 내세울 건 노래밖에 없는 만큼, 가능성을 최대치로 높일 선곡과 트레이닝으로 목소리 자체를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 그 점에서 김태원이 박칼린을 트레이너로 초청한 건 좋은 선택이다. 자신의 밴드 부활에 어울리는 보컬을 찾아온 김태원과 달리, 박칼린은 네 사람의 목소리가 가진 개성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약한 네 사람의 비주얼을 개선하는 스타일링 역시 필수다. 시청자는 측은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지지만, 계속 그 모습 그대로면 실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김태원은 정말 위기의 순간에는 이 한마디를 던지자. “우리 애들 뽑아주지 않으면 제가 진영이를 선택한 이유는 평생 말하지 않을 겁니다.”



방시혁, 현직 프로듀서의 실력을 드러내라
김태원과 방시혁의 멘티들을 일렬로 놓고 비교해보라. ‘외인구단’ 만큼이나 방시혁의 멘티들 역시 특성이 뚜렷하다. 노지훈, 이미소, 데이비드 오는 모두 매력적인 비주얼과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 방시혁마저 흐뭇한 아빠미소를 짓게 만드는 꼬마 김정인은 누구도 싫어하기 어렵다. 방시혁은 그의 공언대로 정말 “우승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뽑은 듯 하다. 노지훈과 이미소가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음에도 인터넷에 그들의 출연분량이 도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위대한 탄생> 버전 존 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존 박도 ‘슈퍼 위크’ 초반의 실수로 ‘거품’이라고 비난 받았고, 우승은 외모는 빼어나지 않아도 고난의 스토리와 실력을 동시에 가진 허각이 차지했다. 네 사람은 단순한 매력을 넘어 시청자가 납득할 만큼의 실력과 몰입할 수 있는 서사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Mnet <슈퍼스타 K 2>에서 강승윤이 온갖 비난들을 ‘본능적으로’로 잠재운 건 고난과 성장의 서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포텐셜’은 충분히 보여줬다. 이제는 의지와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방시혁이 실제로 프로듀싱 하는 가수들에게 디렉팅하는 것의 반만큼만 해도 그들은 절박하게 노래하게 될 것이다. 물론 방시혁은 또다시 시청자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프로듀서의 운명이다.



이은미, 지옥의 수문장이 되어라
20명의 멘티들 중 노래실력이 가장 의문이었던 권리세. 노래를 집전하는 제사장 이은미. 다시 말하면, 권리세의 지옥이 시작됐다. 게다가 이은미의 옆에는 그의 ‘일급수’ 김혜리까지 있다. 그는 김혜리와 끊임없이 비교당할 것이고, 이은미에게 숱한 시련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권리세에게 이은미와의 만남은 최고의 기회다. 초반의 주목에 비해 부족한 실력, 2번의 패자 부활전을 통해 올라온 과정은 그를 비호감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권리세가 이은미의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올라가면, 그는 순식간에 우승 근접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은미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김혜리, 박원미, 이진선 세 사람과 권리세의 관계를 통해 네 사람 모두의 캐릭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옥은 분명히 고달프다. 하지만 그 곳에서 벗어나는 순간 모든 땅은 천국이 된다. 지금 이은미는 지옥의 수문장이 돼야 하고, 권리세는 그 지옥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다.



김윤아, ‘일단’ 본인의 캐릭터부터 만들자
요즘 홍대에는 수많은 ‘여신’들이 있다. 하지만 15년 전 쯤에는 단 한 명의 홍대 마녀가 있었다. 그 때의 김윤아는 좋은 록 보컬리스트였고, 매력적인 여성이었으며, ‘한 성깔’하는 싱어송 라이터이기도 했다. 그 시절이 지난 뒤에는 호오가 분명하게 갈릴지언정 자신의 노래에서 100%의 표현력을 보여주는 보컬리스트가 됐다. <위대한 탄생>에서 그가 출연자의 선택을 좀처럼 받지 못한 건 그런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도 이유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멘티들도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 외에 아직 개성이 보이지 않는다. 김윤아의 팀에 필요한 건 멘티에 앞서 김윤아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일이다. 멘트는 필요 없다. 자우림의 ‘#1’ 같은 곡 한 번만 불러도 충분하다. 김윤아의 저력이 확인되고, 그의 지도법이 통하는 순간, ‘베짱이들’의 캐릭터도 잡히기 시작할 것이다. 목소리만으로 자신의 노래를 마치 연기하듯 부르는 김윤아의 독특한 노래 해석 방식이 멘티들에게 통하면, 멘티들은 어느 순간 무대 위에서 노래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승훈, 멘티의 목소리 그 자체에 집중하라
셰인은 음색이 곱다. 황지환은 리듬을 잘 탄다. 신승훈은 어떤 부분이든 확실한 강점이 있는 목소리를 골라냈고, 그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이다. 신승훈 본인도 스스로 “콜라 같다”고 할 만큼의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동시에, 두터우면서도 부드러운 질감과 강한 힘을 실을 수 있는 능력도 가졌다. 신승훈이라도 셰인의 부족한 성량을 순식간에 키울 수는 없다. 하지만 셰인이든 황지환이든, 또는 조형우와 윤건희든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의 노래를 찾아 그들의 가능성을 극대화 시킬 수는 있다. 신승훈이 자신이 트레이닝 하던 것처럼 노래를 가르친다면, 네 명의 멘티들은 자신들의 음색이 곧 캐릭터가 될 것이다. 특히 셰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꾸미기에 따라 얼마든지 더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외모를 가진 동시에 시청자의 보호본능을 유발하는 매력을 함께 가졌다. 여기에 다른 것 보지 않고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신승훈의 트레이닝이 더해진다면, 그는 이 험난한 리얼리티 쇼에서 시청자에게 폭 넓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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