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인상 때문에 남들에게 오해받은 적 있어요?” “사람을… 많이 안 만나봐서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인터뷰하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역시 상상 못했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닌 청년의 지독한 낯가림이라니. 말 한 마디 허투루 하는 법조차 없어 “배우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말하다가도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배우, 배우, 노래를 부른 건 또 아니었어요”라며 조심스레 덧붙인다. 잘 손질된 머리를 헝클면서까지 머릿속 생각과 일치하는 단어를 찾아내려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대답이 궁금한 나머지 저절로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요즘 KBS 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천재 고등학생 최치훈 역을 연기하는 성준은, 그렇게 짐작과는 다른 얼굴을 슬쩍 드러낸다.
텅 비어 버린 공기 속에서 지낸 사춘기 8명의 고등학생이 폭설로 고립된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 는 성준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운 지 겨우 1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그가 그 길에 당도하기까지는 숱한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중학교 시절 학교생활에서 오는 괴리감을 이기지 못했던 그는 결국 자퇴를 하고 유학을 떠나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2년을 보냈다. “친구가 저한테 백 퍼센트 마음을 줘도 시큰둥하게 반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을 안 준 게 아니라, 줄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땐, 저를 둘러싼 공기가 텅 비어있었나 봐요.” 세상 속에 좀처럼 섞이지 못해 외로웠던 소년은 스스로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나만의 소리를 갖고 싶은 마음”에 기타를 독학으로 깨우쳤고, 그림을 그리며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나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옷이 예쁘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한 모델 생활에서는 오로지 “좋아하는 디자이너 선생님 쇼에 예쁜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사춘기 시절 길고 길었던 자신과의 싸움은 혼자서도 단단히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안개와 폭설 속에서 길을 찾다 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 살아온 그가 두뇌는 명석할지언정 친구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최치훈을 연기하게 된 것은 성준의 배우 인생에서 꽤 흥미로운 시작점이다. “실제의 제 모습은 극 중 영재(김영광)와 비슷한 것 같아요. 영재가 겉으로는 악을 표출하고 있지만 그 안에 여린 면을 숨기고 있잖아요. 저도 상처 잘 받고 나약한 스타일이거든요. 윤수(이수혁)의 우울증도 공감이 가고요.” 물론 연기에 대한 테크닉은 부족했다. “처음 촬영장에 갔을 때, 스태프들끼리 조명이 어쩌고 카메라가 저쩌고 하는 게 다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 줄 알고 그 얘기를 다 신경쓰고 있었더니, 감독님이 왜 이렇게 산만하냐고. (웃음)” 그런 상황에서도 “막연한 자신감”이 앞섰던 이유는 외롭고 흔들리는 십대를 보낸 그가 이미 마음으로 극 중 수신고 학생들의 상처를 이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막연하게 ‘내 속마음은 이런데 당신들은 어때요?’라는 말을 건넬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예술가 중에서도 “굉장한 소통을 하는 직업”이라 생각했던 배우의 꿈을 이룬 지금,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길 위에 서 있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은 뛰어난 테크닉에 앞서 진짜 속내를 보여주고 싶은, 그래서 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신인의 기분 좋은 고민이다. “혼자 있는 게 좋지만 외롭지는 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 묘한 청년이 22년 동안 마음 속 깊이 쌓아두었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텅 비어 버린 공기 속에서 지낸 사춘기 8명의 고등학생이 폭설로 고립된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 는 성준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운 지 겨우 1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그가 그 길에 당도하기까지는 숱한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중학교 시절 학교생활에서 오는 괴리감을 이기지 못했던 그는 결국 자퇴를 하고 유학을 떠나 뉴질랜드와 영국에서 2년을 보냈다. “친구가 저한테 백 퍼센트 마음을 줘도 시큰둥하게 반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을 안 준 게 아니라, 줄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땐, 저를 둘러싼 공기가 텅 비어있었나 봐요.” 세상 속에 좀처럼 섞이지 못해 외로웠던 소년은 스스로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나만의 소리를 갖고 싶은 마음”에 기타를 독학으로 깨우쳤고, 그림을 그리며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채워나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옷이 예쁘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한 모델 생활에서는 오로지 “좋아하는 디자이너 선생님 쇼에 예쁜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사춘기 시절 길고 길었던 자신과의 싸움은 혼자서도 단단히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안개와 폭설 속에서 길을 찾다 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 살아온 그가 두뇌는 명석할지언정 친구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최치훈을 연기하게 된 것은 성준의 배우 인생에서 꽤 흥미로운 시작점이다. “실제의 제 모습은 극 중 영재(김영광)와 비슷한 것 같아요. 영재가 겉으로는 악을 표출하고 있지만 그 안에 여린 면을 숨기고 있잖아요. 저도 상처 잘 받고 나약한 스타일이거든요. 윤수(이수혁)의 우울증도 공감이 가고요.” 물론 연기에 대한 테크닉은 부족했다. “처음 촬영장에 갔을 때, 스태프들끼리 조명이 어쩌고 카메라가 저쩌고 하는 게 다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 줄 알고 그 얘기를 다 신경쓰고 있었더니, 감독님이 왜 이렇게 산만하냐고. (웃음)” 그런 상황에서도 “막연한 자신감”이 앞섰던 이유는 외롭고 흔들리는 십대를 보낸 그가 이미 마음으로 극 중 수신고 학생들의 상처를 이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막연하게 ‘내 속마음은 이런데 당신들은 어때요?’라는 말을 건넬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예술가 중에서도 “굉장한 소통을 하는 직업”이라 생각했던 배우의 꿈을 이룬 지금,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길 위에 서 있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은 뛰어난 테크닉에 앞서 진짜 속내를 보여주고 싶은, 그래서 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신인의 기분 좋은 고민이다. “혼자 있는 게 좋지만 외롭지는 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 묘한 청년이 22년 동안 마음 속 깊이 쌓아두었던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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