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이런 본 적 없는 아이돌
, 이런 본 적 없는 아이돌" /> 목 tvN 밤 12시
빅뱅이라는 팀을 회사에 비유한다면 승리는 영업사원에 가깝다. 빅뱅은 좀처럼 범접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가진 톱스타지만 승리는 “빅뱅에 대해 낱낱이, 있는 거 없는 거 다 알려 드리겠다”는 설레발로 대중의 호기심을 끌어올리고 “아이돌이 연애 안 한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라며 업계의 영업 비밀을 태연하게 폭로해 버리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멤버들의 연애 타입을 술술 털어놓고 10초의 짬이라도 나면 자신의 앨범을 홍보하는, 그 놀라운 솔직함과 자기애는 분명 승리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지만 그럼에도 이 능청스런 청년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가 결정적 순간에 자신을 낮춘다는 데 있다. 승리는 “애 같다는 말이 싫어서 남자다워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던 중 여자를 만나 보라는 주위 말을 듣고 나이트에 갔지만 운이 지지리도 없어 사장님에게 걸렸다”는 탈선 사연을 털어놓으며 자신을 희화화했고, 탑에게 반말을 쓰다 들켰다거나 연습생 막내 시절 고기를 굽지 않았다거나 하는 ‘얄미운 승리설’에 대해서도 정색하지 않고 코믹하게 해명했다. 그리고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달성된 빅뱅 멤버 전원과의 통화는 은근한 독설을 퍼붓는 대성, “있는 일만 얘기하라”고 당부하는 태양 등 각자의 캐릭터와 함께 형들을 잔뜩 걱정시키면서도 “얼마나 저를 이뻐하는데요”라 단언하는 승리의 캐릭터, 서열이 뚜렷해 보이지만 의외로 자유분방한 빅뱅의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데뷔 전 고향 광주를 버스로 오갈 때 차가 끊겨 터미널 벤치에서 잠을 자며 성공 의지를 불태웠다는 고백과 함께 그 시절 돈이 없어 먹지 못했던 찐 계란이 눈에 띄자 “삼십 개 주세요”라 호기 부리는 연기를 펼치는 스물 두 살의 아이돌이라니, 확실히 승리는 연예계 둘도 없는 캐릭터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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