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차>, 너무 뻔하지만 않다면
, 너무 뻔하지만 않다면" /> 2회 금 OCN 밤 12시
를 에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액션의 퀄리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가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크기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비극을 보여주었다면, 의 세계에는 명분이 있고 숙명이 있다. 순박한 이백록(조동혁)이 왕의 권력을 비호하고, 야심가인 이백결(서도영)이 신권의 실세인 강치순(손병호)의 편이라는 것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뚜렷한 선과 악, 빛과 그늘을 결정하고 출발한 셈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사랑과 증오, 희망과 절망을 구분할 수 없었던 KBS 의 세계와도 다른 색을 갖는다. 백록이 백결의 목숨을 구하고, 백결이 형의 여자를 마음에 품는 순간 드라마는 응원할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방향을 안다고 해서 그 여정이 반드시 지루한 것은 아니다. 강치순과 왕의 작전 싸움은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만큼 드러나고, 서로를 위협하는 형제의 운명은 알뜰하게 설명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액션을 위해 상황을 만들거나 스펙터클에 이야기가 눌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에 대해 “결국은 사람”이라고 말하던 도사평(서태화)이 왕을 위해 노파를 죽이고 강치순에게 혐의를 씌우라 명하는 장면은 커다란 명분들 사이에 짓눌린 개인의 영혼이 어떻게 파괴되는가에 대해 보여준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자신을 위해 죽음을 결심했던 정연(전혜빈)을 결국 제 손으로 죽일 뻔한 백록과 그 순간마다 그녀의 곁을 지킨 백결의 상황 역시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 낼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다만, 형제의 운명을 갈라놓는 결정적인 원인이 겨우 여인을 향한 연정이라는 점이 안일함의 흔적으로 느껴져 아쉽다. 그것도 성녀인 동시에 창녀인 여인이라니. 강박적으로 카메라를 향해 뿌려대던 혈흔처럼 너무 속보이는 설정은 장점마저 가려버리기 마련인데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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