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 드라마에 대한 오해
, 드라마에 대한 오해" /> 월-화 SBS 오후 9시 55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외형과 구조를 경제적으로 바꾸는 것을 진화라 한다. 그래서 (이하 )은 로부터 얼마간 진화했다. 첫 장면부터 스케일을 과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심심하게 시작한 드라마는 먼저 미션을 정리하는 것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이어진 액션 장면들은 점층적으로 구성되어 전체적으로 극의 흐름을 고조시켰다. 화장실에서의 격투신은 몸으로 만들어 내는 액션이 주는 긴장감으로 몰입을 높였고, 이어 건물의 동선과 지형지물을 이용한 장면들은 빠른 전환을 통해 속도감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러한 동적 에너지는 자동차 격추로 연결되어 극의 규모와 무게감을 한눈에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시퀀스의 크기가 곧 드라마의 흐름이 되는 이와 같은 연출은 내러티브를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거창한 설정이 무색하게 진부한 전개가 이어졌던 의 속편은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김 박사가 어떤 인물인지 몰라도 일단 그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면 드라마는 시청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어설프게 메시지를 강요하거나 스타일을 구축하려 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셀링 포인트를 강조하는 이러한 방식은 차라리 효율적이고 담백하다. 문제는 이러한 의외의 후련함이 유효한 것이 3년 전의 상황을 보여주는 중반 이전에 한정되었다는 점이다. 액션을 접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는 앙상한 뼈대를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개성 없는 캐릭터의 개연성 없는 애정 행각은 전반부에서 쌓아 올린 극의 속도감마저 퇴색 시켰으며 혜인(수애)의 위장 신분과 혁(차승원)의 입국이라는 중요한 전환점들은 긴장감을 유발하지 못했다. 여전히 제작진이 드라마를 액션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의 병렬로 오해하고 있다면 큰일이다. 이야기가 단순한 것과 무의미한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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