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끈이 풀어졌다. 냉큼 달려온 스타일리스트에게 알렉스가 황급히 말한다. “괜찮아.” 그리고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괜찮겠지?”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얼굴은 익숙한 모양으로 활짝 웃는다. 조금의 흐트러짐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의견을 배제하지 않고, 이 모든 과정을 결국은 미소로 마무리 짓는 남자. 알렉스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다정하고 친절한 가운데, 알렉스는 결코 흐릿한 수채화처럼 이미지로만 읽히는 심심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이쪽에서 빛이 들어오는 거죠?”라고 포토그래퍼에게 되물으며 예리하게 집중하다가도 이내 자신을 지켜보는 스태프들에게 농담을 던져 스튜디오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는 마치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의무를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방심하고 그냥 웃어버리면 큰일 나. 완전히 빙구처럼 보인다니까”라며 몸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거나 “오늘 인터뷰 끝나고 나서는 꼭 설렁탕 먹을 거야. 지난주부터 계속 먹고 싶었어”라고 애교 섞인 다짐을 받아내는 그의 수다스러움과 유쾌함은 로맨티스트라는 분류표에 가둬둘 수 없는 보통 남자의 것이었다. 알렉스에게는 그런 보통의 징후들이 있었다. 인터뷰어의 안부를 살뜰하게 물으며 진짜 인사를 나누는 과정은 지극히 ‘세상을 사는 사람의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우연히 만난 아는 얼굴이 “(그의 본명)헌곤아!”하고 부르면 담배 한 대를 같이 피면서 반가움을 전하는 방식은 ‘한국 남자’다웠다. MBC 를 처음 시작할 때 권석장 감독이 자신에게 “걱정하지 마. 드라마 망해도 네 탓 아니니까 니 맘대로 해!”라는 말로 긴장을 풀어주었던 일을 전할 때 성대모사를 하듯 목소리와 동작이 과장되는 것도, 스케줄이 제법 많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굳이 아침부터 일어나 “운동하고 왔잖아요”라며 슬쩍 어깨에 힘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를 질주하는 알렉스, MBC 를 통해 연애의 화신이 된 알렉스, 속을 알 수 없는 김산을 연기하는 알렉스에게는 결핍되어 있었던 소탈하고 실없어 보일 정도로 사소한 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일은 거꾸로 그동안 그가 얼마나 오해되고 있었던가를 일깨우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를 감미로운 목소리, 그늘진 속눈썹, 능글맞은 표정으로만 기억하고, 그것으로 알렉스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앞의 알렉스에게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팔꿈치에, 눈썹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흉터였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팔 근육, “여자친구가 손을 잡으면 ‘오빠, 손인지 발인지 모르겠어!’라고 놀랄 정도로 손이 거칠거든요”라고 스스로 자부할 만큼 투박한 손과 더불어 그의 몸에 남은 흔적들은 가장 평범하고도 가장 선명한 방식으로 이 남자를 설명한다. 알렉스의 로맨스는 목소리에서, 혹은 미소에서, 그도 아니면 발을 씻겨 주는 수고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속에 닻처럼 드리워진 ‘생활하는 남자’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어떻게 해서든 제 사람을 굶기지 않을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한 믿음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알렉스의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은 모래로 쌓아 올려 허물어질 이미지의 탑이 아니다. 가장 보통의 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성 위로 부는 바람과 같은 그 여유가 오히려 보는 이를 긴장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드럽되 무르지 않아서 알렉스는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서 쉬지 않고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 해서든 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만큼 해 낼 것이다. 이렇게 정직한 믿음을 주는 남자는, 요즘 세상에 드물다.
[스타ON]은 (www.10asia.co.kr)와 네이트(www.nate.com)가 함께 합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그러나 다정하고 친절한 가운데, 알렉스는 결코 흐릿한 수채화처럼 이미지로만 읽히는 심심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이쪽에서 빛이 들어오는 거죠?”라고 포토그래퍼에게 되물으며 예리하게 집중하다가도 이내 자신을 지켜보는 스태프들에게 농담을 던져 스튜디오를 떠들썩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는 마치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의무를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방심하고 그냥 웃어버리면 큰일 나. 완전히 빙구처럼 보인다니까”라며 몸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거나 “오늘 인터뷰 끝나고 나서는 꼭 설렁탕 먹을 거야. 지난주부터 계속 먹고 싶었어”라고 애교 섞인 다짐을 받아내는 그의 수다스러움과 유쾌함은 로맨티스트라는 분류표에 가둬둘 수 없는 보통 남자의 것이었다. 알렉스에게는 그런 보통의 징후들이 있었다. 인터뷰어의 안부를 살뜰하게 물으며 진짜 인사를 나누는 과정은 지극히 ‘세상을 사는 사람의 것’처럼 자연스러웠고, 우연히 만난 아는 얼굴이 “(그의 본명)헌곤아!”하고 부르면 담배 한 대를 같이 피면서 반가움을 전하는 방식은 ‘한국 남자’다웠다. MBC 를 처음 시작할 때 권석장 감독이 자신에게 “걱정하지 마. 드라마 망해도 네 탓 아니니까 니 맘대로 해!”라는 말로 긴장을 풀어주었던 일을 전할 때 성대모사를 하듯 목소리와 동작이 과장되는 것도, 스케줄이 제법 많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굳이 아침부터 일어나 “운동하고 왔잖아요”라며 슬쩍 어깨에 힘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위를 질주하는 알렉스, MBC 를 통해 연애의 화신이 된 알렉스, 속을 알 수 없는 김산을 연기하는 알렉스에게는 결핍되어 있었던 소탈하고 실없어 보일 정도로 사소한 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일은 거꾸로 그동안 그가 얼마나 오해되고 있었던가를 일깨우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를 감미로운 목소리, 그늘진 속눈썹, 능글맞은 표정으로만 기억하고, 그것으로 알렉스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눈앞의 알렉스에게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팔꿈치에, 눈썹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흉터였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팔 근육, “여자친구가 손을 잡으면 ‘오빠, 손인지 발인지 모르겠어!’라고 놀랄 정도로 손이 거칠거든요”라고 스스로 자부할 만큼 투박한 손과 더불어 그의 몸에 남은 흔적들은 가장 평범하고도 가장 선명한 방식으로 이 남자를 설명한다. 알렉스의 로맨스는 목소리에서, 혹은 미소에서, 그도 아니면 발을 씻겨 주는 수고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속에 닻처럼 드리워진 ‘생활하는 남자’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어떻게 해서든 제 사람을 굶기지 않을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한 믿음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알렉스의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은 모래로 쌓아 올려 허물어질 이미지의 탑이 아니다. 가장 보통의 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성 위로 부는 바람과 같은 그 여유가 오히려 보는 이를 긴장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드럽되 무르지 않아서 알렉스는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방면에서 쉬지 않고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 해서든 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만큼 해 낼 것이다. 이렇게 정직한 믿음을 주는 남자는, 요즘 세상에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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