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는 <대장금>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는 <대장금>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3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예상보다 빠른 등장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숙종보다 더 운명적인 동이의 상대역이 될 장옥정(이소연)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 앞에 선 어린 소녀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한눈에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군졸들을 차분하게 따돌리는 침착한 기품 그리고 배려와 함께. 도사 김환(정인기)은 옥정과 동이가 “빛과 그림자”라는 숙명의 짝패임을 예언하며 두 여인의 운명적 만남에 무게를 더했다. 이는 앞으로 가 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 것과 같다. 이 한 비범한 주인공이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전형적 영웅서사를 여성들의 세계로 완벽하게 옮겨온 여성영웅서사의 모범적 사례였다면, 그 길을 이어받아 두 여성 영웅의 숙명적 대결을 통해 한 걸음 더 내딛은 이후 등장한 는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마냥 착하고 순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낮고 어두운 곳에서도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 등 자기 욕망에 그토록 충실한 소녀 동이, 그리고 욕망의 화신 팜므파탈이 아니라 지혜와 위엄 서린 눈빛을 지닌 장희빈의 만남. 물론 그 거창한 예언의 끝이 고작 왕의 부인과 어머니라는 점이 의 가장 큰 아이러니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역사적 한계는 가 진일보한 여성사극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흐리게 한다. 하지만 어제 절망에 빠진 어린 동이의 주변 위로 환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그 아름다운 장면과 예고편에서 화려하게 비상하는 꽃등 장면처럼 여성사극의 미학적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들도 분명 존재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오프닝 연출의 수수께끼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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