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
훤칠한 30대 초반 남성이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빼면 님이 된다고 하죠?” 다소 촌스러운, 그러나 고전적인 구애 멘트를 마치자 그를 바라보던 서른 명의 여성 가운데 여덟 명이 스위치를 눌러 자리의 램프를 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시다. 이것이 1단계다. 곧이어 얼굴과 이름 외에는 아무 것도 밝히지 않은 남성에 대한 영상이 재생된다. 직업이 밝혀지자 파바바밧, 스위치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웰빙 식단을 선호하는 ‘깐깐한’ 취향이 드러나자 또 몇몇이 스위치를 누른다. 결국 그가 사는 집의 보증금과 월세 액수가 뜨는 순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램프들이 모두 꺼진다. 블랙아웃. 2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남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스튜디오를 나선다. 만약 영상을 다 보고 서로 대화까지 나눈 뒤에도 램프를 끄지 않는 여성들이 있었다면 남성은 3단계에서 그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 데이트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3월 15일 첫 방송 되는 tvN 현장이다.
청춘남녀 중매전선에 뛰어든 이경규와 신동엽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
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기획된 뒤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필리핀, 일본 등 전세계 10여 개국에서 동일 포맷으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버라이어티 쇼로 원제는 (Take Me Out)이다. 그런데 청춘남녀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프로그램의 MC가 50대의 이경규와 40대에 접어든 신동엽, 두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다소 언밸런스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의 총 연출을 맡은 임택수 PD는 “솔직하고 발랄한 30명의 여성들을 상대할 최고의 입담꾼으로 이경규와 신동엽을 더블 캐스팅했다”고 밝혔는데, 3월 8일 녹화 전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 기자간담회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두 MC의 대화만으로도 매끄럽고 유쾌하게 이루어졌다.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
신동엽 : 아직 질문이 없으시면, 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이경규 씨가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거다.
이경규 : 남자 한 명이 나오면 서른 명의 싱글 여성들이 먼저 외모를 보고 1단계 평가를 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위치를 눌러 빠져나오고. 신상명세를 알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빠져나오고. 마지막 3단계에 끝까지 남은 여성들은 남자가 싫어하는 순서대로 스위치를 눌러 마지막에 남는 한 분과 데이트를 하는 거다. 지난 주 첫 녹화를 했는데 남자가 나왔을 때 외모가 좀 떨어지면 여성들 3분의 2가 떨어져 나간다. 요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남성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는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신동엽 :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 남자가 남자를 보는 눈, 여자가 여자를 보는 눈, 여자가 남자를 보는 눈이 다 굉장히 다른 것 같다. 우리는 둘 다 결혼을 했고, 남자니까 남자를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데 여성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 여자끼리 보기엔 내숭이거나 남자 앞에서만 일부러 하는 행동인 걸 남자들은 못 알아볼 때도 많지 않나. 그런 남녀 생각의 차이, 요즘 싱글들의 생각 등 다양한 얘깃거리가 있을 것 같다.
이경규 : 사실 남자들은 여성을 보는 눈이 여성에 비해 단순해서 딱 분위기만 보고 괜찮으면 마음에 들어 하는데 여자 분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깐깐하다. 지난주에는 ‘다 맘에 드는데 손등에 힘줄이 안 서 있다’ 고 떨어뜨리는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서른 명의 여성분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을까를 통해 지금 시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15년 전에는 이런 프로가 나오지 못했을 것”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신동엽 : SBS 에서 ‘이상형 월드컵’을 할 때도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을 실제 스튜디오에 등장시켜 32강부터 한 명씩 떨어뜨리다가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는 그것과 조금 다르지만 현장에서 서른 명의 여성들이 한 명의 남성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선택을 한다는 게 재미있다. 보시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대입시켜보면 특히 재미있을 것 같다.
이경규 : 진행해 보니 남자들이 참 불쌍하다. 여성들은 많이 긴장하지 않는데 남자들은 여성들이 선택하는 순간에 많이 떤다. 지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에는 여학생이 더 적고 남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시대가 계속되면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날이 올 거다. 좀 더 빨리 태어난 걸 굉장히 다행으로 생각한다. 곧 불행의 시대가 닥쳐올 거다. (웃음)
신동엽 : 아마도 이런 포맷의 프로그램을 15, 20년 전에 했다면 유교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 나라 어른들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권이 점점 넓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대를 반영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평소 각자의 진행 스타일을 서로 어떻게 평가했는지.
신동엽 : 예전에 다른 분들하고 MBC 의 ‘건강보감’을 함께 했던 적은 있는데 둘이 같이 하는 건 처음이다.
이경규 : 신동엽 씨는 아기자기하고 자상하게, 많은 것들을 챙기는 스타일인데 나는 통째로 몰아가는 스타일이다.
신동엽 : 우리가 비슷한 점이 있다면 굳이 같이 할 이유가 없을 텐데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이경규 씨가 많이 가지고 있고. 이경규 씨가 갖고 있지 않은…사람에 대한 배려, 인간미 같은 부분을 내가 맡게 될 것 같다. (웃음)
프로그램 내에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경규 : 신동엽 씨가 스튜디오 맞은편에서 여성들의 생각과 입장을 주로 전달하고 나는 이쪽 편에서 남성 출연자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사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 썩 알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남자 편에 서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신동엽 : 사실 이경규 씨가 단호하게, 삼십 명의 여성들과 좀 마주보고 진행하고 싶다고 하셔서…극구…
이경규 : 아니 그건 절대로 아니고, 여성 쪽에서 진행을 하게 되면 멘트를 외울 게 너무 많은데 남성 쪽 자리에 서면 거의 날로 먹을 수 있다. 어쨌든 프로그램에서 나한테 바라는 건 전체를 이끌어가는 거고 신동엽 씨는 잘 챙겨가며 해달라는 것 같다.
혹시 두 사람이 의 출연자가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은가.
이경규 : 신동엽 씨는 1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통과해서 그 날로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1단계에서 나가떨어질 것 같다. 지난주에 한번 해봤는데 내가 나오자마자 램프가 다 꺼졌다. 하지만 2,3 단계에서 날 놓치는 분들이 아까워하실 거다. 파면 팔수록 나오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신동엽 씨와 데이트 끝낸 여성들이 ‘이경규 씨를 선택할 걸’ 할지도 모른다.
신동엽 : 이경규 씨는 우리나라 최고의 MC, 신화적인 인물이지 않나. 물론 바람직한 외모는 아니지만 ‘몰래 카메라’나 ‘양심 냉장고’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많은 분들이 친근감을 느끼시니까 3단계가 끝나도 열 명 정도의 여성들은 남아 있을 것 같다.
이경규 : 남아 있어도 기분이 나쁠지 몰라. 날 놀리는 것 같아서. (웃음)
“일반인 출연자들의 재치가 상당하다”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 지금까지 다양한 데이트 프로그램이 방송됐는데 는 일반인들만 출연한다는 면에서 어려움도 있지 않을까.
이경규 : 남녀를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많이 진화하고 발전해 왔는데 30대 1로 하는 가 지금 시대의 마지막 포맷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 일반인들은 내가 예전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일반인들과 굉장히 다르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 자연스럽게 말씀도 잘 하시고 재미있다.
신동엽 : 10년, 20년 전만 해도 명동에 리포터가 나가서 시민들 인터뷰 하면 다들 카메라 피하고 얼굴 나가는 걸 불편해 하셨는데 요즘은 비연예인인 일반인들이 다들 개인기 가지고 계시고 걸 그룹 춤도 하나씩 출 줄 아신다. 말씀하실 때도 연예인보다 훨씬 과감하고 당당하고, ‘이런 얘기까지 하셔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한 면도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라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다. 지난 주 2,30대 싱글 여성들과 함께 진행해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말씀도 잘 하시고 자신감도 넘치시는 것 같다.
신동엽 씨는 소속사 디 초콜릿 이엔티에프와 분쟁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신동엽 : 서로 오해를 다 풀었고 2월 28일로 계약이 만료되었다. 지금은 혼자서 일하고 있다.
이경규 씨는 KBS ‘남자의 자격’ 등의 인기로 요즘 제 3의 전성기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하는 이유가 있다면.
신동엽 : 영화 제작비…?
이경규 : 한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과 맞춰보기도 하고 스스로 트레이닝을 시키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를 매일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훌륭한 감독들을 봐도 영화를 많이 만든다. 하나만 힘주고 갔을 때 잘 안 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게 좋다. 그래서 프로그램마다 어떤 건 출연자들을 받쳐주기도 하고 어떤 건 독자적으로 끌어가기도 하고, 는 신동엽 씨한테 많이 기대서 가고 는 일반인 출연자에게 많이 기대서 가고. (웃음) 차별화하는 게 굉장히 힘들지만 포장을 좀 달리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집에 있으면 나가라고 해서…
신동엽 :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방송하는 동료나 선후배들 역시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양한 연예인, 일반인들을 만나고 분장실에서 나누는 대화나 방송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다른 프로그램에서 잘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김구라 씨 같은 경우가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나왔던 연예인이 다른 프로그램에 나오면 전에 했던 얘기를 소재로 또 재밌게 풀어나가는 편이라 서로 서로 자양분 역할을 하게 된다.
가 방송되는 시간에 지상파 예능에서는 MBC 가 인기인데, 어느 정도 시청률을 기대하나?
이경규 : 시청률이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케이블의 장점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즐거움이다. 이런 스타일의 프로그램도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실험하면서 보시는 분들만큼은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신동엽 : 아직까지 같은 포맷의 경쟁 프로그램은 없지만 굳이 상대를 꼽자면 나 인데 이경규 씨는 와 중 어느 쪽 시청률이 더 잘 나왔으면 하는지.
이경규 : 음, 한 주 이기고 한 주 지면 좋겠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훤칠한 30대 초반 남성이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빼면 님이 된다고 하죠?” 다소 촌스러운, 그러나 고전적인 구애 멘트를 마치자 그를 바라보던 서른 명의 여성 가운데 여덟 명이 스위치를 눌러 자리의 램프를 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시다. 이것이 1단계다. 곧이어 얼굴과 이름 외에는 아무 것도 밝히지 않은 남성에 대한 영상이 재생된다. 직업이 밝혀지자 파바바밧, 스위치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웰빙 식단을 선호하는 ‘깐깐한’ 취향이 드러나자 또 몇몇이 스위치를 누른다. 결국 그가 사는 집의 보증금과 월세 액수가 뜨는 순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램프들이 모두 꺼진다. 블랙아웃. 2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남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스튜디오를 나선다. 만약 영상을 다 보고 서로 대화까지 나눈 뒤에도 램프를 끄지 않는 여성들이 있었다면 남성은 3단계에서 그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 데이트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3월 15일 첫 방송 되는 tvN 현장이다.
청춘남녀 중매전선에 뛰어든 이경규와 신동엽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
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기획된 뒤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필리핀, 일본 등 전세계 10여 개국에서 동일 포맷으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버라이어티 쇼로 원제는 (Take Me Out)이다. 그런데 청춘남녀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프로그램의 MC가 50대의 이경규와 40대에 접어든 신동엽, 두 유부남이라는 사실은 다소 언밸런스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의 총 연출을 맡은 임택수 PD는 “솔직하고 발랄한 30명의 여성들을 상대할 최고의 입담꾼으로 이경규와 신동엽을 더블 캐스팅했다”고 밝혔는데, 3월 8일 녹화 전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 기자간담회는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두 MC의 대화만으로도 매끄럽고 유쾌하게 이루어졌다.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
신동엽 : 아직 질문이 없으시면, 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이경규 씨가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거다.
이경규 : 남자 한 명이 나오면 서른 명의 싱글 여성들이 먼저 외모를 보고 1단계 평가를 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위치를 눌러 빠져나오고. 신상명세를 알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빠져나오고. 마지막 3단계에 끝까지 남은 여성들은 남자가 싫어하는 순서대로 스위치를 눌러 마지막에 남는 한 분과 데이트를 하는 거다. 지난 주 첫 녹화를 했는데 남자가 나왔을 때 외모가 좀 떨어지면 여성들 3분의 2가 떨어져 나간다. 요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남성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는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신동엽 :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 남자가 남자를 보는 눈, 여자가 여자를 보는 눈, 여자가 남자를 보는 눈이 다 굉장히 다른 것 같다. 우리는 둘 다 결혼을 했고, 남자니까 남자를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데 여성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 여자끼리 보기엔 내숭이거나 남자 앞에서만 일부러 하는 행동인 걸 남자들은 못 알아볼 때도 많지 않나. 그런 남녀 생각의 차이, 요즘 싱글들의 생각 등 다양한 얘깃거리가 있을 것 같다.
이경규 : 사실 남자들은 여성을 보는 눈이 여성에 비해 단순해서 딱 분위기만 보고 괜찮으면 마음에 들어 하는데 여자 분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깐깐하다. 지난주에는 ‘다 맘에 드는데 손등에 힘줄이 안 서 있다’ 고 떨어뜨리는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서른 명의 여성분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을까를 통해 지금 시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15년 전에는 이런 프로가 나오지 못했을 것”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신동엽 : SBS 에서 ‘이상형 월드컵’을 할 때도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을 실제 스튜디오에 등장시켜 32강부터 한 명씩 떨어뜨리다가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는 그것과 조금 다르지만 현장에서 서른 명의 여성들이 한 명의 남성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선택을 한다는 게 재미있다. 보시면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대입시켜보면 특히 재미있을 것 같다.
이경규 : 진행해 보니 남자들이 참 불쌍하다. 여성들은 많이 긴장하지 않는데 남자들은 여성들이 선택하는 순간에 많이 떤다. 지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에는 여학생이 더 적고 남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시대가 계속되면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날이 올 거다. 좀 더 빨리 태어난 걸 굉장히 다행으로 생각한다. 곧 불행의 시대가 닥쳐올 거다. (웃음)
신동엽 : 아마도 이런 포맷의 프로그램을 15, 20년 전에 했다면 유교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 나라 어른들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선택권이 점점 넓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대를 반영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평소 각자의 진행 스타일을 서로 어떻게 평가했는지.
신동엽 : 예전에 다른 분들하고 MBC 의 ‘건강보감’을 함께 했던 적은 있는데 둘이 같이 하는 건 처음이다.
이경규 : 신동엽 씨는 아기자기하고 자상하게, 많은 것들을 챙기는 스타일인데 나는 통째로 몰아가는 스타일이다.
신동엽 : 우리가 비슷한 점이 있다면 굳이 같이 할 이유가 없을 텐데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이경규 씨가 많이 가지고 있고. 이경규 씨가 갖고 있지 않은…사람에 대한 배려, 인간미 같은 부분을 내가 맡게 될 것 같다. (웃음)
프로그램 내에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경규 : 신동엽 씨가 스튜디오 맞은편에서 여성들의 생각과 입장을 주로 전달하고 나는 이쪽 편에서 남성 출연자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사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 썩 알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남자 편에 서서,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신동엽 : 사실 이경규 씨가 단호하게, 삼십 명의 여성들과 좀 마주보고 진행하고 싶다고 하셔서…극구…
이경규 : 아니 그건 절대로 아니고, 여성 쪽에서 진행을 하게 되면 멘트를 외울 게 너무 많은데 남성 쪽 자리에 서면 거의 날로 먹을 수 있다. 어쨌든 프로그램에서 나한테 바라는 건 전체를 이끌어가는 거고 신동엽 씨는 잘 챙겨가며 해달라는 것 같다.
혹시 두 사람이 의 출연자가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은가.
이경규 : 신동엽 씨는 1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통과해서 그 날로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1단계에서 나가떨어질 것 같다. 지난주에 한번 해봤는데 내가 나오자마자 램프가 다 꺼졌다. 하지만 2,3 단계에서 날 놓치는 분들이 아까워하실 거다. 파면 팔수록 나오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신동엽 씨와 데이트 끝낸 여성들이 ‘이경규 씨를 선택할 걸’ 할지도 모른다.
신동엽 : 이경규 씨는 우리나라 최고의 MC, 신화적인 인물이지 않나. 물론 바람직한 외모는 아니지만 ‘몰래 카메라’나 ‘양심 냉장고’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많은 분들이 친근감을 느끼시니까 3단계가 끝나도 열 명 정도의 여성들은 남아 있을 것 같다.
이경규 : 남아 있어도 기분이 나쁠지 몰라. 날 놀리는 것 같아서. (웃음)
“일반인 출연자들의 재치가 상당하다” │매력 없는 남자는 꺼져요" /> 지금까지 다양한 데이트 프로그램이 방송됐는데 는 일반인들만 출연한다는 면에서 어려움도 있지 않을까.
이경규 : 남녀를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많이 진화하고 발전해 왔는데 30대 1로 하는 가 지금 시대의 마지막 포맷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 일반인들은 내가 예전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일반인들과 굉장히 다르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 자연스럽게 말씀도 잘 하시고 재미있다.
신동엽 : 10년, 20년 전만 해도 명동에 리포터가 나가서 시민들 인터뷰 하면 다들 카메라 피하고 얼굴 나가는 걸 불편해 하셨는데 요즘은 비연예인인 일반인들이 다들 개인기 가지고 계시고 걸 그룹 춤도 하나씩 출 줄 아신다. 말씀하실 때도 연예인보다 훨씬 과감하고 당당하고, ‘이런 얘기까지 하셔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한 면도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라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다. 지난 주 2,30대 싱글 여성들과 함께 진행해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말씀도 잘 하시고 자신감도 넘치시는 것 같다.
신동엽 씨는 소속사 디 초콜릿 이엔티에프와 분쟁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신동엽 : 서로 오해를 다 풀었고 2월 28일로 계약이 만료되었다. 지금은 혼자서 일하고 있다.
이경규 씨는 KBS ‘남자의 자격’ 등의 인기로 요즘 제 3의 전성기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하는 이유가 있다면.
신동엽 : 영화 제작비…?
이경규 : 한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과 맞춰보기도 하고 스스로 트레이닝을 시키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를 매일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훌륭한 감독들을 봐도 영화를 많이 만든다. 하나만 힘주고 갔을 때 잘 안 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게 좋다. 그래서 프로그램마다 어떤 건 출연자들을 받쳐주기도 하고 어떤 건 독자적으로 끌어가기도 하고, 는 신동엽 씨한테 많이 기대서 가고 는 일반인 출연자에게 많이 기대서 가고. (웃음) 차별화하는 게 굉장히 힘들지만 포장을 좀 달리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집에 있으면 나가라고 해서…
신동엽 :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방송하는 동료나 선후배들 역시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양한 연예인, 일반인들을 만나고 분장실에서 나누는 대화나 방송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다른 프로그램에서 잘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김구라 씨 같은 경우가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나왔던 연예인이 다른 프로그램에 나오면 전에 했던 얘기를 소재로 또 재밌게 풀어나가는 편이라 서로 서로 자양분 역할을 하게 된다.
가 방송되는 시간에 지상파 예능에서는 MBC 가 인기인데, 어느 정도 시청률을 기대하나?
이경규 : 시청률이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케이블의 장점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즐거움이다. 이런 스타일의 프로그램도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실험하면서 보시는 분들만큼은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신동엽 : 아직까지 같은 포맷의 경쟁 프로그램은 없지만 굳이 상대를 꼽자면 나 인데 이경규 씨는 와 중 어느 쪽 시청률이 더 잘 나왔으면 하는지.
이경규 : 음, 한 주 이기고 한 주 지면 좋겠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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