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어렸을 때부터 발명가, 모험가가 꿈이었어요.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장치를 방문에 주렁주렁 메달아 놓기도 하고, 늘 을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 모아서 캠핑가구요.”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옷을 입혀주고, 아침으로 계란 프라이가 구워지는 영화 속 만능기계를 만들고 싶었던 아이. 언제 모험을 떠날지 몰라 품에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담은 책을 끼고 다니던 아이. 그래서 그 아이는 어떻게 됐냐고? 발명왕만큼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고, 모험가만큼이나 모험심이 필수인 무대 위의 코미디언이 되었다.

유세윤은 한 번도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였던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낯설어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난감한 연기로 사람들을 웃겼다. KBS 의 ‘할매가 뿔났다’의 버릇없는 손자는 사사건건 똑 부러지는 언행으로 늙은 조부의 속을 뒤집어 놓지만 혼내기 전에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착한 녀석들’의 설인범 역시 살인범을 연상시키는 무서운 이름과 인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알고 보면 여리고 소심한, 그 표면과 실체의 간극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늘 상상 가능한 영역의 존재들을 비틀어 상상 이상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유세윤. 그렇기에 그는 버라이어티쇼의 진행자일 때보다 코미디쇼의 연기자일 때 가장 빛난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막연히 나중에 연기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평소에도 또박또박 말하고, 발성도 신경 썼죠. 덕분에 친구들은 재수 없다고 했지만. (웃음)” 유세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직접 골라보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과 같은 영화잡지들을 꼬박 꼬박 사 모았다. 그리고 영화광이 결국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마지막 단계를 꿈꾸듯 배우라는 직업을 염두에 두게 됐다. 그래서 라는 무대에만 한정되었던 유세윤의 연기를 이제 스크린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잠깐의 외도가 아니다. 오히려 에서 유세윤은 아스트로 보이, 아톰이 물리쳐야만 하는 스톤 총리를 살아 움직이게 한 마지막 주자다. 최후까지도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절대 악이지만 결국 미워하기보다는 피식 웃게 만드는 스톤 총리의 마성은 유세윤의 목소리에 빚진 바가 크다. 막연히 연기자를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그와 함께 한 영화들이 여기 있다. 자, 모험과 낭만이 가득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준비 되셨습니까?
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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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77년 | 임정규
“예전에는 극장에서 만화영화를 잘 개봉하지 않았어요. , 정도만 개봉했었죠. 는 드물게 극장에서 개봉도 했고, 그 시절 어린이들에게 태권도 열풍을 몰고 왔죠.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발차기를 참 많이 따라했거든요. 나중에 군대에서 발차기 시범 조교까지 했다니까요. (웃음) 높게 차는 것보다 저처럼 정확히 한 곳만 차야 된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영향이 아닐까요? 하하하.”

한국형 슈퍼히어로에는 전우치 이전에 마루치, 아라치가 있었다. 깊은 산속에서 태권도를 연마하던 마루치와 아라치는 스승의 원수인 파란해골 13호를 물리치기 위해 세상으로 내려온다. 소년, 소녀가 순전히 태권도 수련만으로 악당을 싸워 이기고, 지구를 지켜낸 것이 경이로울 정도다. 라디오 드라마였던 작품이 1977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개봉됐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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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ack To The Future Part 2)
1989년 | 로버트 저메키스
“극장에 처음으로 혼자 가서 본 영화예요. 아마 초등학교 다닐 때였는데, 엄마한테 졸라서 산 스케이드 보드를 항상 가지고 다녔어요. 물론 지금도 타구요. 영화의 주인공인 마이클 제이 폭스에 푹 빠져서 마티가 스케이드 보드를 탄 채로 트럭을 붙잡고 등교하는 것처럼 누가 자전거 타면 뒤에서 잡고 다니곤 했죠. (웃음) 마이클 제이 폭스는 여전히 제 히어로예요. 키도 히어로고, 저만의 위너죠. 하하하.”

드로리안을 타고 과거로 가 부모를 맺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마티(마이클 제이 폭스)는 이제 자신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30년 후인 2015년으로 향한다. 아들을 무사히 구해내지만 웬일인지 다시 돌아온 집은 엉망이 되어있다. 마티는 잃어버린 가족과 뒤죽박죽된 세상을 다시 원상복귀 시킬 수 있을까? 미래와 현재, 과거를 넘나드는 복잡한 구성은 시리즈 중 가장 정신없지만 자동 맞춤 신발, 날아다니는 스케이드 보드 등 미래를 상징하는 그 당시 다양한 하이테크 소품들이 향수를 자극한다.
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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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e Lion King)
1994년 | 로저 알러스, 롭 민코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거의 다 좋아해요. 배경음악이 너무 좋거든요. , . 도 거의 다 극장에서 챙겨봤어요. 모든 디즈니 영화들의 음악이 좋지만 그 중에서도 의 음악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에서도 티몬과 품바가 함께 부른 ‘하쿠나 마타타’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은 사람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당시로선 모험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러나 사자와 하이에나, 멧돼지와 원숭이 등 동물들의 세계는 인간들의 사회와 놀랍도록 비슷하고, 어린 사자 심바가 당당한 리더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을 연상시킨다.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의 손을 거친 넘버들은 67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엘튼 존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주제가상을 휩쓸었다.
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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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ricky Brains)
1991년 | 왕정
“워낙 주성치를 좋아해요. 는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영화예요. 보통 주성치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이나 을 많이 얘기하는데, 이 영화는 주성치가 유덕화의 가짜 형제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정말 엄청나죠. (웃음) 어렸을 때 큰 맘 먹고 빌려본 비디오테이프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영화가 길면 상하로 나뉘어져 나왔는데, 처음으로 두 편을 한 번에 빌렸죠. (웃음)”

무섭다기보다는 갖가지 성가시고 지저분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 호진(주성치)은 정문걸(유덕화)과 진라라(관지림)의 사이를 갈라놓아야하는 의뢰를 받고 정문걸의 이복동생으로 가장해 접근한다. 물론 주성치는 여기서도 여장에서부터 레슬링에 이르기까지 온몸을 던지고, 여기에 자극받은 유덕화마저 미남배우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망가지기 주저하지 않는다.
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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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e Goonies)
1985년 | 리차드 도너
“어렸을 때부터 항상 모험을 꿈꿨어요. 이라고 모험할 때, 야생에서 필요한 지식들을 담은 책을 늘 가지고 다녔어요. 언제 떠날지 모른다고. (웃음) 실제로 초등학교 때, 주변 친구들을 선동해서 캠핑도 많이 다녔죠. 제가 다 계획세우고, 부모님 설득시키고. 그래서 는 보는 내내 두근거렸어요. 물론 지금 봐도 그 애들이 모험하는 걸 보면 역시 심장이 두근두근 하구요.”

어렸을 적에는 누구나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보물지도로 시작되는 모험을 꿈꿔봤을 것이다. 소심한 청크, 똘똘한 데이타, 수다쟁이 마우스, 리더 미키는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물지도로 철거위기에 놓인 마을을 구할 보물을 찾아 나선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화가 개봉한 후, 동명의 게임도 출시되었는데 영화만큼이나 그 시절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유세윤│어린 시절로 이끄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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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 안에는 모험심이 살아 있어요. 봄이 되면 자전거 여행도 가고 싶구요. 친구들이랑 카드나 지갑은 다 빼고, 정해놓은 현금만 가지구요. 숙박 같은 것도 캠코더 들고 가서 촬영한다고 그러면 재워주실 거 같아요. 이거 방송 나가는 거라고 그러면서. (웃음) 어렸을 때부터 로드무비를 좋아해서 그런 환상이 있어요.” 로드무비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던 그는 이제 서른하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조금만 아파도 들쳐 업고 병원으로 뛰어야 하는 아들도 생겼다. 그러나 아직도 를 찾아보고, 를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길 주저하지 않는 혈기가 어디로 가겠는가? 다가오는 봄, 길 위에서 유세윤을 만나거든 아직 철이 덜 든 어른을 나무라기보다는 우리는 잊고 사는 모험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는 그를 응원해보는 건 어떨지.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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