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예쁜 여자는 많다. 하지만 누구나 ‘바비 인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KBS 로 얼굴을 알린 이래로 한채영은 특출난 미모에 관한 한 언제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켜 왔다. 서구적인 신체 비율과 도회적인 이미지는 상상 속의 이미지로 빚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형의 모습과 흡사했고, 시원스러운 입매는 아름답지만 마냥 순박하지만은 않은 독특한 그녀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마치 ‘신인류의 여신’과도 같은 그 외모에 대한 칭송은 어느 순간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눈을 뗄 수 없지만, 쉽게 말을 걸 수 없을 것 같은 위화감을 스스로 알았던 것일까. 한동안 한채영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난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랄한 여고생을 연기한 KBS 의 인기와 평범한 취업준비생으로 등장한 MBC 에서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채영은 쉽게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스타였다. 여전히 그녀는 의 도도한 나나, 의 부유한 소여가 더 어울리는 ‘예쁜’ 여배우였던 것이다.
그래서 KBS 의 민서현은 너무나 한채영다워서 차라리 신선한 역할이었다. 흠잡을 것 없이 화려한 자신의 외모를 긍정하는 동시에 평범한 소녀 금잔디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며 ‘언니’로서의 이미지를 개척한 한채영은 가진 것을 버리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법을 깨우친 것이다. 그리고 영화 의 진은 아우라를 지녔지만 의외의 귀여운 면을 가진 실제 한채영에게 가장 가까운 역할이자 그녀가 가장 “즐기면서 재미있게”찍은 작품이다. “사실 전 평범한 사람이에요”라며 여자 동료들과의 즐거운 작업을 추억하는 그녀가 ‘감동의 순간을 함께 한 노래들’을 추천했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니. 일단 한채영과 우리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찾은 셈이다. 1. Elvis Costello의 < Notting Hill O.S.T >
“이건, 제 노래에요!”라고 엉뚱한 도발을 할 정도로 한채영은 영화 의 삽입곡인 ‘She’를 아낀다. 보통의 관객과 달리 여배우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해서 본 영화지만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평범한 감상을 털어놓은 그녀는 인생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에도 이 노래를 들었다고 전했다. “결혼식을 할 때 신부 입장의 배경 음악이 ‘She’였어요. 제가 직접 골랐었죠. 그런데 나중에 다른 결혼식 갔더니 종종 이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그때마다 몰래 속상한 거 있죠. 하하하.” 이제는 노래를 들을 때면 영화의 장면들과 동시에 결혼식의 떨림이 함께 떠오른다는 그녀에게 ‘She’는 영원한 사랑의 테마송이 되었다. 2. Beyonce의 < Dreamgirls O.S.T (Delux Edition) >
한채영에게 는 물론, “한눈팔 겨를 없이 몰입해서 본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에 나온 것처럼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경험하진 않아서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비욘세의 멋진 목소리로 를 기억한다. 특히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Listen’은 영화에 등장한 많은 노래 중에서도 한채영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다. “비욘세가 노래에 집중할 때 그녀의 목소리가 보여주는 스케일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에요. 저는 노래를 잘 못 불러서 더 대단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하하하. 최근에 발표한 ‘Honesty’도 정말 좋아하는데, 사실 빌리 조엘이 부른 것보다 제 귀에는 더 멋진 것 같았어요.” 3. 방준석의
스타가 주인공이며, 음악이 인상적인 영화들을 좋아하는 한채영의 선택은 일관되었다. 그리고 그런 지점을 지적하자 오히려 “정말 그렇네요!”라며 놀라는 그녀의 모습은 솔직하고 순수해보였다. 그래서 “저도 의 주인공처럼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저를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녀의 감상은 의심의 여지없는 진심으로 느껴진다. 몰입의 정도가 큰 만큼 영화 속에서 최곤(박중훈)이 불렀던 ‘비와 당신’은 지금도 그녀에게 벅찬 감동을 주는 노래다. 그리고 ‘비와 당신’의 감수성은 그녀의 숨겨진 취향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사실 제가 옛날 느낌이 나는 노래들을 좋아해요. 뭐랄까 느낌이 나는 노래들 있잖아요. 정작 8,90년대에는 미국에서 지내느라 그런 정서를 느낄 기회가 없었는데 신기하죠. 참! 요즘에는 부활의 노래들도 좋던데. 비슷한 느낌이죠? 아닌가요?” 4.
“완전히 감동을 위한 영화잖아요”라는 한채영의 설명처럼 예술과 가족이라는 영원불멸의 가치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낸 는 개봉 당시 많은 관객들에게 순수한 감동을 전해 준 작품이다.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뮤직 컨설턴트를 맡아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들이 영화의 감동을 한층 배가시키며 한채영이 특별히 좋아하는 ‘Raise It Up’은 8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주인공이 음악 소리에 이끌려 교회에 들어가게 되잖아요. 기타연주나 다른 곡들도 물론 좋지만, ‘Raise It Up’의 경건한 분위기는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운명의 소리 같은 웅장함이 있었어요. 그리고 성가대의 합창이 빚어내는 화음도 아름다웠구요.” 5.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 Soul Free >
영화를 통하지 않아도, 음악은 감동을 전한다. 그리고 한채영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목소리를 통해 ‘지상 최고의 악기’가 만들어 내는 감동을 맛보았다. “어느 날 운전을 하다가 이 노래를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너무 좋아서 잊을 수가 없더라구요. CD를 당장 샀죠.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는 꼭 들어요.” 나얼과 정엽이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들이 포함되어 있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특별한 방송활동 없이도 음악의 힘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룹이다. 그리고 한채영은 그 감동을 늘 함께 하기 위해서 남편의 힘을 조금 빌리기도 했다. “CD를 MP3로 옮기고 싶은데, 제가 기계치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컴퓨터로 노래들을 정리 해 줬어요. 하하하. 그런 일은 늘 남편이 도와줘요. 일상의 작은 감동이죠.” 눈부신 외모와 털털한 성격을 동시에 가진 한채영은 때때로 생각지 못한 모습으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다. “FT 아일랜드의 앨범도 하나 갖고 있어요. 서른이 되면서 이홍기군처럼 귀여운 친구들이 너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사랑앓이’도 덩달아 좋아지고……”라는 고백도 귀엽지만, 뒤이어 터지는 경쾌한 웃음은 놀라울 정도로 친근하다. 그래서 아직도 한채영은 미개척지다. 가진 매력을 채 반도 꺼내 보이지 않았을 것 같은 그녀는 “일하는 게 점점 재미있어졌어요. 앞으로 작품을 좀 더 자주하려구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해외로 무대를 넓히고 싶어요”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아, 그런데 쉽지가 않네요”라고 엄살을 부리지만, 머지않아 세계가 한채영이라는 매력의 신대륙을 발견할 것 같다. 욕심 뒤에 따르는 치열한 노력마저도 그녀에게는 미처 짐작 못한 매력으로 숨어 있을테니 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눈을 뗄 수 없지만, 쉽게 말을 걸 수 없을 것 같은 위화감을 스스로 알았던 것일까. 한동안 한채영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난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랄한 여고생을 연기한 KBS 의 인기와 평범한 취업준비생으로 등장한 MBC 에서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채영은 쉽게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스타였다. 여전히 그녀는 의 도도한 나나, 의 부유한 소여가 더 어울리는 ‘예쁜’ 여배우였던 것이다.
그래서 KBS 의 민서현은 너무나 한채영다워서 차라리 신선한 역할이었다. 흠잡을 것 없이 화려한 자신의 외모를 긍정하는 동시에 평범한 소녀 금잔디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며 ‘언니’로서의 이미지를 개척한 한채영은 가진 것을 버리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법을 깨우친 것이다. 그리고 영화 의 진은 아우라를 지녔지만 의외의 귀여운 면을 가진 실제 한채영에게 가장 가까운 역할이자 그녀가 가장 “즐기면서 재미있게”찍은 작품이다. “사실 전 평범한 사람이에요”라며 여자 동료들과의 즐거운 작업을 추억하는 그녀가 ‘감동의 순간을 함께 한 노래들’을 추천했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니. 일단 한채영과 우리들의 첫 번째 공통점은 찾은 셈이다. 1. Elvis Costello의 < Notting Hill O.S.T >
“이건, 제 노래에요!”라고 엉뚱한 도발을 할 정도로 한채영은 영화 의 삽입곡인 ‘She’를 아낀다. 보통의 관객과 달리 여배우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해서 본 영화지만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평범한 감상을 털어놓은 그녀는 인생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에도 이 노래를 들었다고 전했다. “결혼식을 할 때 신부 입장의 배경 음악이 ‘She’였어요. 제가 직접 골랐었죠. 그런데 나중에 다른 결혼식 갔더니 종종 이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그때마다 몰래 속상한 거 있죠. 하하하.” 이제는 노래를 들을 때면 영화의 장면들과 동시에 결혼식의 떨림이 함께 떠오른다는 그녀에게 ‘She’는 영원한 사랑의 테마송이 되었다. 2. Beyonce의 < Dreamgirls O.S.T (Delux Edition) >
한채영에게 는 물론, “한눈팔 겨를 없이 몰입해서 본 영화”였다. 그러나 “영화에 나온 것처럼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경험하진 않아서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는 비욘세의 멋진 목소리로 를 기억한다. 특히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Listen’은 영화에 등장한 많은 노래 중에서도 한채영이 가장 사랑하는 곡이다. “비욘세가 노래에 집중할 때 그녀의 목소리가 보여주는 스케일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에요. 저는 노래를 잘 못 불러서 더 대단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하하하. 최근에 발표한 ‘Honesty’도 정말 좋아하는데, 사실 빌리 조엘이 부른 것보다 제 귀에는 더 멋진 것 같았어요.” 3. 방준석의
스타가 주인공이며, 음악이 인상적인 영화들을 좋아하는 한채영의 선택은 일관되었다. 그리고 그런 지점을 지적하자 오히려 “정말 그렇네요!”라며 놀라는 그녀의 모습은 솔직하고 순수해보였다. 그래서 “저도 의 주인공처럼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저를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녀의 감상은 의심의 여지없는 진심으로 느껴진다. 몰입의 정도가 큰 만큼 영화 속에서 최곤(박중훈)이 불렀던 ‘비와 당신’은 지금도 그녀에게 벅찬 감동을 주는 노래다. 그리고 ‘비와 당신’의 감수성은 그녀의 숨겨진 취향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사실 제가 옛날 느낌이 나는 노래들을 좋아해요. 뭐랄까 느낌이 나는 노래들 있잖아요. 정작 8,90년대에는 미국에서 지내느라 그런 정서를 느낄 기회가 없었는데 신기하죠. 참! 요즘에는 부활의 노래들도 좋던데. 비슷한 느낌이죠? 아닌가요?” 4.
“완전히 감동을 위한 영화잖아요”라는 한채영의 설명처럼 예술과 가족이라는 영원불멸의 가치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낸 는 개봉 당시 많은 관객들에게 순수한 감동을 전해 준 작품이다.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뮤직 컨설턴트를 맡아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들이 영화의 감동을 한층 배가시키며 한채영이 특별히 좋아하는 ‘Raise It Up’은 80회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주인공이 음악 소리에 이끌려 교회에 들어가게 되잖아요. 기타연주나 다른 곡들도 물론 좋지만, ‘Raise It Up’의 경건한 분위기는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운명의 소리 같은 웅장함이 있었어요. 그리고 성가대의 합창이 빚어내는 화음도 아름다웠구요.” 5.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 Soul Free >
영화를 통하지 않아도, 음악은 감동을 전한다. 그리고 한채영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목소리를 통해 ‘지상 최고의 악기’가 만들어 내는 감동을 맛보았다. “어느 날 운전을 하다가 이 노래를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너무 좋아서 잊을 수가 없더라구요. CD를 당장 샀죠.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는 꼭 들어요.” 나얼과 정엽이라는 걸출한 보컬리스트들이 포함되어 있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특별한 방송활동 없이도 음악의 힘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룹이다. 그리고 한채영은 그 감동을 늘 함께 하기 위해서 남편의 힘을 조금 빌리기도 했다. “CD를 MP3로 옮기고 싶은데, 제가 기계치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컴퓨터로 노래들을 정리 해 줬어요. 하하하. 그런 일은 늘 남편이 도와줘요. 일상의 작은 감동이죠.” 눈부신 외모와 털털한 성격을 동시에 가진 한채영은 때때로 생각지 못한 모습으로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다. “FT 아일랜드의 앨범도 하나 갖고 있어요. 서른이 되면서 이홍기군처럼 귀여운 친구들이 너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사랑앓이’도 덩달아 좋아지고……”라는 고백도 귀엽지만, 뒤이어 터지는 경쾌한 웃음은 놀라울 정도로 친근하다. 그래서 아직도 한채영은 미개척지다. 가진 매력을 채 반도 꺼내 보이지 않았을 것 같은 그녀는 “일하는 게 점점 재미있어졌어요. 앞으로 작품을 좀 더 자주하려구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해외로 무대를 넓히고 싶어요”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아, 그런데 쉽지가 않네요”라고 엄살을 부리지만, 머지않아 세계가 한채영이라는 매력의 신대륙을 발견할 것 같다. 욕심 뒤에 따르는 치열한 노력마저도 그녀에게는 미처 짐작 못한 매력으로 숨어 있을테니 말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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