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빈자리
2009년 11월 20일 오전 6시 15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마지막으로 목요일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 손석희 교수의 MBC <100분 토론>을 볼 수 없다. 그는 딱딱한 토론 중에도 패널과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위트 있었고, 때론 <100분 토론>에서 패널의 수준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을 만큼 공격적인 이슈 제기도 가능했던 진행자였다. 손석희 교수처럼 첨예한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공평무사’한 진행의 원칙을 지키고, 젊은 층에서 토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만큼 유쾌한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동시에 갖춘 진행자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심지어 그는 우아한 냉철함이 철철 흘러넘치는 미중년이지 않은가. 손 교수님,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어떻게 ‘보이는 라디오’로 안 될까요?

붐의 빈자리
모든 게 그대로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고 있다. 하지만, 뭘 해도 그 ‘미친 싼티의 도가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18일 SBS <강심장>에서 이승기가 붐의 공백을 메우려 이리저리 멘트를 던지는 ‘붐 아카데미’ 수료생인 이특과 은혁에게 “인수인계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 건 붐의 공백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인정이었다. 그가 떠난 뒤, SBS <스타킹>에서 그만큼 ‘싼티 작렬’하며 일반인 출연자와 놀아줄 사람도, <강심장>에서 토크가 아닌 쇼로 분위기를 120% 올려줄 사람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A급’부터 ‘쩌리’까지 손을 붙잡고 함께 춤을 추던 예능계의 1급 웨이터, 언제나 굴욕을 감수하고 웃음거리가 된 유일무이한 예능계의 응원단장. 한국 예능에서 ‘1인자’는 두 명이지만, 붐은 단 한 명이었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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