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방송을 시작한 SBS <미남이시네요>는 역대 미니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어린’ 드라마일 것이다. 네 명의 주인공 가운데 맏형 장근석은 87년생, 정용화는 89년생, 박신혜와 이홍기는 90년생으로 평균 연령 스물한 살, 그러나 홍정은-홍미란 작가의 발랄한 대본을 최대한 반짝거리게 살려낼 수 있는 비결은 사실 이들의 젊음과 개성이다. 국내 최고의 인기 그룹 A.N.JELL의 세 멤버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장을 하고 새로운 멤버가 된 소녀의 이야기가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10월 13일 오후 SBS 일산 탄현 제작센터에서 이루어진 현장 공개 후 <미남이시네요>의 네 배우들을 만났다. 다음은 꾸밈없이, 숨김없이, 오로지 에너지만 넘치는 A.N.JELL의 고미남(박신혜), 황태경(장근석), 제르미(이홍기), 강신우(정용화)와의 인터뷰다.

오늘 촬영 분은 어떤 내용인가.
장근석
: 과거 A.N.JELL의 첫 데뷔 무대다. 극 중에서 예전 A.N.JELL의 자료를 보던 미남이가 “태경이 형이 제일 멋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걸 태경이가 듣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사랑에 빠지는 걸 보여주는 건지, 아니면 작가님들이 지금 머리를 마음에 안 들어 하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지난 주 1, 2회가 방송되었는데 기분이 어떤가.
박신혜
: 좋은 반응들이 많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미남이시네요>가 좀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다 보니까 적응이 안 된다는 반응과 재미있다는 반응, 두 가지가 예상대로 나왔는데 2회에 접어들면서 많은 분들이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남장 여자 치고 너무 여성스럽다는 얘기도 좀 들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 씨나 SBS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씨 같은 경우 남장을 했지만 사실 여자일 때도 털털한 성격이었던 캐릭터다. 그런데 미녀는 원래 굉장히 여성스런 아이기 때문에 남자가 되고 나서 털털하게 표현해 버리면 캐릭터가 너무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 작가님과 상의해 미녀의 성격을 계속 가져가기로 한 거다.

“촬영장에서는 군기반장처럼 텐션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미녀 특유의 말투가 재미있다. 어색할 수도 있을 만큼 독특한 말투인데 보다 보면 적응이 된다. 어떤 고민 끝에 나온 건가.
박신혜
: 보통 여자들이 남자 말투를 따라할 땐 “어, 야, 그랬냐?” 하는데 원래 미녀가 쓰던 말투도 “그랬지요. 그랬답니다”처럼 특이한 거라 바뀌더라도 좀 색다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마침 군대 있는 친척 오빠들이 휴가 나와서 통화할 때 평소 말투와 다르게 “~습니까? ~습니다” 하는 걸 듣고 작가님들과 상의해서 써 봤는데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처음에는 거슬린다거나 이상한 말투 쓰지 말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슬슬 따라하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 사이에서 “그랬습니까? 저는 그런 거 모릅니다!” 같은 내 말투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홍기 : 여동생이 그러는데 벌써 학교에서 신혜 씨 말투가 굉장히 유행이라고 한다. 근석이 형 헤어스타일도 이슈고, 내가 극 중에서 하고 나오는 해골 액세서리도, 오늘 옷 사려고 인터넷 검색하고 있는데 ‘이홍기 협찬’ 해서 똑같은 디자인의 액세서리가 올라와 있는 걸 봤다. (웃음)

장근석 씨도 스타일 등 비주얼적인 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2대 8 가르마 등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특히 화제인데.
장근석
: 나는 대본을 보고 연기에만 파고들어도 모자란 상황에 거기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 것 같아 스타일리스트 등 전문가 분들을 믿고 맡겼다. 초반에 헤어스타일 때문에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는데, 사실 방송 시작 전 작품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캐릭터를 믿고 갈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사람들은 ‘장근석 비주얼은 꽃미남일 때 빛나는데 왜 그걸 안 하냐’고 하는데 나라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연기를 끌고 가려면 그 바탕에는 좀 어색하더라도 캐릭터와의 연관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른 세 명이 아이돌스럽고 샤방샤방하게 받쳐 주기 때문에 괜찮다.

팀의 맏형인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리드하나.
장근석
: 사실 지금까지 어느 팀에서나 늘 막내였다. <쾌도 홍길동>에서는 (강)지환이 형의 모습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김)명민이 형의 모습을 많이 보고 배웠다. 이번에 내가 처음으로 맏형이 되어서 한 팀을 이끄는데, 내가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건 A.N.JELL이라는 팀의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는 거였다. 평소에는 한없이 풀어지다가도 촬영장에서는 감독님께서 나한테 요구하신대로 군기반장처럼 텐션을 잡아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지환이형으로부터 리더로서의 모습을 많이 배웠다”는 말을 했는데 형이 그걸 보고 문자를 보냈다. “웃기시네. 제일 말 안 들어놓고!” 라고. (웃음)

거울을 보면서 ‘썩소(썩은 미소)’를 연습하는 등 표정 연구를 많이 한다던데, 그런 자기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장근석
: 모니터해보면 재미있다. 황태경은 직선적이고 즉각적이고 예민한 데다 결벽증까지 있지만 그 안에서 허용되는 빈틈이 있다. 그 구멍을 통해 태경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고, 사람들도 태경이를 그렇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썩소’나 평소 잘 하지 않는 희화화된 표정을 짓다 보면 굉장히 재미있다. 이번 주부터 등장하는, 태경이가 입을 특이하게 오므리는 표정이 있는데 그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편집장을 연기했던 메릴 스트립이 마음에 안 드는 상황에서 지었던 표정을 참고했다.

앞으로 황태경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어필하고 싶은가.
장근석
: 황태경의 매력은 엣지 속의 빈틈? (웃음)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결벽증이 있지만 결국 ‘쟤가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드라마에는 빈틈이 별로 없다. 만화처럼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대본과,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샷을 보여주시는 작가님과 감독님의 능력을 믿는다.

“초반에 촬영한 거라 많이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다”

정용화 씨는 벌써 ‘수건남’이라는 별명이 생기는 등 반응이 좋다. 인기가 실감나는지.
정용화
: 솔직히 말해 항상 촬영장에 있기 때문에 크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가끔 시간날 때마다 검색창에 내 이름도 쳐 보고 글도 찾아보곤 한다. 1, 2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던 초반에 촬영한 거라 많이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었는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 모든 장면이 너무나 연기하기 어려운데 항상 선배들이 많이 챙겨주고 잘 설명해 준다.
박신혜 : 내 친구들도 방송 끝나자마자 전화해서 용화 씨에 대해 물어보느라 정신없었다. 그분은 누구냐며, 잘 생겼다며, 심장이 떨렸다며. 그래서 ‘나는 어떻게 나왔어?’ 하고 물어봤더니 그건 상관없다고 하고! (웃음)

원래 같이 활동하는 씨엔블루의 멤버들과 A.N.JELL 멤버들 중 누가 더 좋은가.
정용화
: 가슴 속에 둘 다 들어있다. (웃음) A.N.JELL과 있을 땐 우리 멤버들이 생각나고 우리 멤버들과 같이 있으면 A.N.JELL이 생각나고 그렇다.

신우는 2회에서 미남이 여자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어떨까.
정용화
: 처음에는 신우라는 캐릭터가 차갑고 접대용 웃음만 짓는 캐릭터였는데 미남이 여자라는 사실과, 여장을 하게 된 이유를 알고 나서부터는 미남을 잘 돌봐주게 된다.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신혜와 여러 가지를 맞춰 본다. 내가 생각하기엔 신우가, 옛날에 아픈 사랑을 한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상처도 크고 사람을 기피하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 미남이란 녀석을 보면 볼수록 자신의 그런 상처들이 치유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미남이와 있을 때만은 밝고, 얘를 정말 아껴주고 싶어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될 것 같다.
장근석 : 사실 나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할 캐릭터다.

반면 제르미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둔한 편으로 아직 미남의 정체에 대해 모르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이홍기
: 실제로도 좀 둔하다. 유독 뭘 잘 모른다. (웃음) 혼자 멍하게 있다 나중에 매니저 형들이 소식을 전해 줘야 알곤 하는데 그래도 나한테 좋은 것들에 대해서는 눈치가 빠르다.

작품 초반보다 지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이홍기
: 감독님께서 대본 리딩을 할 때부터 나에게 주신 미션이 ‘몸을 빨리 만들어라’였다. 제르미의 캐릭터는 굉장히 밝고 어린아이 같지만 벗으면 ‘남자’라는 걸 보여줘야 한 대서 체지방을 6,7kg 정도 뺐다. 드라마가 가을, 겨울 배경이지만 감독님이 제르미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으라고 하셔서 클럽에서나 춤 연습하는 데서나 민소매를 입는다. 그래서 촬영장이 헬스장이다. (웃음)
박신혜 : 정말 쉬지 않고 운동한다. 인터넷에 뜬 ‘백만돌이 홍기’ 동영상이 실제다. 그래서 나도 같이 옆에서 복근 운동하고 그런다.

“태경이는 사실 남자도 받아주기 힘든 캐릭터”

F.T 아일랜드로 데뷔하기 전 어릴 때는 아역 배우였는데 <미남이시네요>로 성인 연기를 하게 되면서 반응은 어떤 것 같은가.
이홍기
: 1회 방송이 나가고 나서는 반응들이 다 “오그라든다” 였다. 그런데 다음 날 방송이 나간 뒤에는 오히려 그게 내 캐릭터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이 좋게 봐 주시는 것 같다. F.T 아일랜드 멤버들이 평소에는 서로 부족한 면을 많이 지적해 주는 편인데 이번에는 칭찬을 많이 해 줬다. 드라마 너무 재미있고 이제는 오그라들지 않는다고, 형 같다고. (웃음)

미남이 벤치에서 떨어지는 걸 다른 멤버들이 받아 주다가 미남과 태경이 입술을 부딪치게 되는 1회 마지막 신이 재미있었다.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신혜
: 내 몸에 와이어를 매달고 찍었는데 내가 몸을 뻣뻣하게 펴지 못해서 다들 받쳐주느라 팔 아프다고 난리였다.
이홍기 : 신혜 씨가 우웩-한 게 근석이 형 입에 좀 묻는데 그걸 찍을 때 너무 웃겼다.
박신혜 : 요플레랑 야채죽을 섞은 거였는데…내가 우웩-하는 소리를 내면서도 웃겨서 혼났다. 그런데 홍기 씨가 근석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강했는지 “태경이 형!”을 외치면서 내 몸을 확 뒤집었는데 너무 힘이 셌던 나머지 내가 반은 날아가서 몸이 뒤집혔다. 아무리 그래도 난 여잔데. (웃음)
이홍기 : 하하, 연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렇게 된 것 뿐이다.

함께 출연하는 세 명의 남자 배우 가운데 누가 제일 이상형에 가까운가.
박신혜
: 세 분 다 너무 잘 챙겨 주고 그러는데, 딱히 이상형은 없는 것 같다. 너무 잘 생긴 분들 사이에 끼어 있다 보니까 마냥 좋다. 캐릭터 중에서 고르라면, 신우. 아무래도 많은 여자 분들이 그럴 것 같다. 그런데 태경이는 좀. (웃음) 내 평소 성격상 태경이의 까칠함은 다 못 받아줄 것 같다.
이홍기 : 사실 태경 씨의 캐릭터는 남자들끼리도 좀 받아주기 힘든…(저 쪽에서 쳐다보는 장근석을 향해) 아니, 형 말고 형 캐릭터! (웃음)

KBS <아이리스>가 이번 주에 방송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시청률 전쟁이 시작된다. 어떤 각오를 하고 있나.
박신혜
: 각 드라마마다 장르와 캐릭터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 여러분의 선택에 대해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우리 드라마는 젊음의 패기와 끼로 똘똘 뭉쳐서 펼쳐 나가는 얘기다. 미남이와 태경이의 티격태격하는 모습, 신우의 질투, 제르미의 오해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다.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듯 <미남이시네요>는 ‘만만한 드라마’고 우리는 발로 밟아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애들이다. (웃음) 요즘 길을 걷다 지나가는 분들 표정을 무심코 봤는데 웃고 계신 분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김병욱 감독님의 시트콤이나 홍자매 작가님들의 드라마를 보고 나중에 떠올렸을 때 절로 웃음이 났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오늘 <미남이시네요> 하는 날이네’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웃음이 날 수 있는 드라마를 보여드리고 싶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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