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강(안내상), 김현찰(오대규), 김이상(이준혁)은 삼형제다. 아버지는 김순경(박인환)에, 어머니는 전과자(이효춘)다. 드라마에서 이런 이름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작가, 그렇다. 문영남 작가가 말 많고 탈 많고 시청률도 높았던 SBS <조강지처 클럽> 이후 KBS <수상한 삼형제>로 돌아왔다. 12일 서울 마포 가든 호텔에서 열린 <수상한 삼형제>의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안내상, 오대규, 이준혁, 도지원, 김희정, 오지은 등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들 때문에 “돈과 건강, 꿈 중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 “도우미라는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같은 질문을 받았다.

문영남의 이름으로

독특한 이름뿐만 아니라, <수상한 삼형제>는 여기저기에 문영남 작가의 특성이 강하게 반영 돼 있다. <조강지처 클럽>처럼 <수상한 삼형제>에도 삼형제가 출연할 뿐만 아니라 안내상, 오대규, 김희정 등 출연진도 그대로다. 여기에 박인환과 노주현 등 KBS <소문난 칠공주>에 출연했던 중견 출연자도 가세한다. 외양만 본다면 <조강지처 클럽>과 유사한 형제들이 보여주는 남자판 <소문난 칠공주>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전 한 가지. 적어도 아직까지는, <수상한 삼형제>의 설정에는 불륜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수상한 삼형제>는 각각의 인생을 사는 삼형제를 중심으로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가족사를 그릴 예정이다. 정말 그렇다면, 문영남 작가는 익숙한 이름과 배우들 사이에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몸만 건강한 첫째 김건강, 안내상
언젠가부터 안내상은 문영남 작가 드라마의 아이콘처럼 됐다. <소문난 칠공주>와 <조강지처 클럽>에 이어 세 작품 연속 출연한다. 이번에 그가 연기하는 김건강은 <소문난 칠공주>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는 멋진 남자는 아니지만, 조강지처를 내치는 진상 남편도 아니다. 삼형제 중 맏형으로 능력 없고 다소 철없기도 하지만 이혼 후 만난 엄청난(도지원)을 사랑하게 돼 그와 결혼하게 되는 캐릭터. 하지만 엄청난이 이름 그대로 ‘엄청난’ 비밀을 갖게 되면서 인생이 파란에 빠진다. “<솔약국집 아들들>도 멋진 드라마였지만 우리 드라마가 더 잘생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웃음) 즐거운 드라마를 보여드리겠다.”

돈 많은 둘째 김현찰, 오대규
“뭐니 뭐니 해도 머니죠. 여기 계신 분들 중 그걸 부인할 수 있는 분은 없지 않나요?” 오대규는 돈과 건강, 이상 중 가장 소중한 것을 골라보라는 말에 농담조로 이렇게 답했다. 그만큼 김현찰은 이름부터 성품까지 모든 것이 돈으로 치장된 캐릭터. 어려서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 상당한 재산을 가졌지만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어린 시절에는 장남인 건강에게 가려 부모의 사랑을 다 못 받았다 생각하고, 현재는 아내 도우미(김희정)와 명목상의 결혼 생활만 유지하고 있기 때문. “돈은 많지만 아내와는 각방을 쓸 만큼 사이가 나쁘고, 아내 역시 이혼하고 싶지만 가난한 친정을 먹여 살려야 해서 이혼하지 못한다. 인간적인 고민이 많은 캐릭터”라고.

반듯한 셋째 김이상, 이준혁
어딘가 문제가 있는 두 형들과 달리 반듯하게 자란 집안의 자랑거리. 경찰인 아버지의 바람대로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찰이 됐고, 밝고 구김살 없는 성격으로 매사 긍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인 성격으로 과거 사기꾼이었다가 일확천금을 벌어 부유하게 살고 있는 주범인(노주현)의 딸 주어영(오지은)을 사랑해 결혼까지 이른다. “KBS를 지나는데 KBS 건물에 내 얼굴이 크게 찍힌 사진이 걸려 있더라. 신기해서 그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웃음) 열심히 하겠다.”

관전 포인트
안내상은 “작가님의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문영남 작가는 대중성에 있어서만큼은 검증된 이름이다. 그리고 KBS 주말 드라마는 최근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시간대. 큰 이변이 없는 한 일정 이상의 시청률을 달성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다만 문영남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전작들을 연상시킬 수 있는 설정의 유사성과 배우들의 캐스팅은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도 있다. 문영남 작가가 불륜 없이 가족 간의 이야기만으로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관심거리. <수상한 삼형제>는 17일 저녁 7시 55분 첫 방영한다.

사진제공_KBS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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