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이 올해 발표한 새 앨범의 이름은 이다. 그가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을 결합한 존재라는 의미다. 정말 그랬다. 그는 TV의 야생 원숭이였다.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에서는 등장부터 까나리 액젓을 원샷 했고, 혼자 낙오돼 숭어를 맨손으로 잡았다. 하하와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듣는 사람이 아슬아슬할 만큼 수위를 넘나들었고, 토크쇼에서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그의 솔로 데뷔곡 ‘180도’는 그의 삶과 화법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줬다. ‘1991년식 낡은 스틱 고물차에서 빛나는 스포츠카로’. 성공은 남의 이야기였고, 가야할 길은 까마득했다. 겁날 것도,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저 밀림의 야생 동물처럼 걸리적거리는 것들은 거침없이 넘겨 버리면 됐다.

야생동물은 인간이 된다

하지만,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에서 윤종신이 ‘180도’를 “(MC몽의) 진정성이 살아있는 노래”라고 할 때 쯤, 이 야생 원숭이는 자신이 밀림이 아닌 도시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라디오 스타’의 MC들은 그의 신곡 ‘인디언 보이’가 예전보다 잘 안됐다고 놀렸고, 그가 공개한 여자 친구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이미 그는 성공한지 꽤 된 연예인이었고, 언론은 그의 사생활을 가십 기사로 쓰길 원한다. 그가 ‘1박 2일’에서 화면 뒤편에서 조그맣게 담배를 피운 장면이 편집 없이 나가자 수많은 기사들이 그의 행실을 문제 삼았다. 사람들은 야생 동물이 TV를 휘젓고 다니는 것을 재밌어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야성을 부담스러워한다. ‘인디언 보이’의 퍼포먼스가 인종차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도 알았어야 했다. 토크쇼의 거침없는 발언에 “솔직해서 좋아요”라는 칭찬이 나오다 어느 순간부터 “가릴 것과 안 가릴 걸 생각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인생. “(나에 대한) 욕이 ‘1박 2일’ 게시판의 30페이지 정도를 채울 때 쯤” MC몽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예쁜 여자 친구를 공개해서 싫고, 성공해서 거만해진 것 같아 싫단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이전보다는 상업적 파괴력이 덜했던 ‘인디언 보이’가, 그리고 이 흥미로운 건 바로 그 때문이다. ‘HUMANIMAL’은 TV의 야생동물로 살았던 MC몽의 모습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지만, 바로 지금 MC몽에 대한 비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앨범 발매 전 내놓은 티저 포스터를 통해 유인원이 MC몽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듯, 그는 지금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변하고 있다. 악플에 겁을 먹기도 하고,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해준 가족과 회사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은 갈수록 커진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서른하나

멋모르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던 20대. 자신이 앨범을 제작중인 신인들을 책임져야 하는 30대. MC몽은 에서 바로 그 변화의 순간을 포착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한 없이 행복해지고 싶은 자신의 바람을 말하고, 멜로디는 ‘180도’처럼 강하게 누르는 대신 바람처럼 뻗어 나간다. 그리고, 앨범의 사운드는 한층 복잡해졌다. MC몽의 앨범에서 대규모 스트링이 등장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관악기 소리가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돈은 벌었고, 보고 듣는 건 많아졌다. 그리고, 과거는 점점 멀어진다. 바로 그 때, MC몽은 자신의 과거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는 대신 자신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러쇼’는 ‘MC몽 인생 part III’를 시작하는 노래가 될 것이다. 인생에서 실패만 맛봤던 래퍼는 ‘180도’로 180도 바뀐 인생을 살기 시작했고, 음악과 예능 양쪽의 스타가 됐다. 그리고, 그 인생이 자신에게도 익숙해질 때 쯤, 그는 ‘호러쇼’를 통해 자신의 바뀐 인생을 투영한다. 그는 예능계에서 자신의 정신적 지주가 된 ‘예능의 몬스터’ 강호동처럼 ‘무대 위의 몬스터’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호러쇼’를 만들었고, 그 곡 안에서 가상의 세계의 교주가 되길 자처했다.

아직 발매되지 않았기에 문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호러쇼’는 MC몽의 곡 중 가장 야심만만하다. 치밀하게 구성한 곡의 멜로디는 마치 작은 뮤지컬이라도 만들 수 있을 것처럼 화려하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언젠가부터 귀가 예민해진” 그의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사운드를 촘촘히 박아 넣도록 만들었다. 강호동이 참여했기 때문에 장난스러운 곡일 것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는다면, ‘호러쇼’는 MC몽이 보다 깊은 자기 음악의 세계로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곡이 될 것이다. 힘들었던 과거사로부터 가져온 동력이 떨어져갈 때 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상상력을 가상의 세계 안에서 풀어내기 시작했다. 야생 원숭이는 예전 같지 않다. 도시를 밀림으로 착각하고 뛰어다니기엔, 그는 너무 인간처럼 변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는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그는 얌전해진 야생 동물이 되는 대신 진지한 ‘인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니.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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