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는 유독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았다. 어느덧 바다와 거친 사나이들의 우정으로 대표되는 부산은 많은 감독들을 자극했고, 제목부터 부산을 전면으로 내세운 영화까지 등장했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사나이들의 우정이 아닌 부정(父情)을 얘기하는 영화 <부산>의 제작보고회가 23일 압구정 예홀에서 열렸다. 부산 출신의 박지원 감독과 김영호, 고창석, 유승호 세 주연배우가 참석했다.
영화 <친구>, <사랑>, <사생결단> 등 대부분의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 <부산>도 거친 밑바닥 인생들이 주인공이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범죄자에 가까운 남자들과 부산의 조합에서 쉽사리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로 가득했다. 룸살롱에 여자를 공급하는 보도방을 운영하며 악착같이 살아온 태석(김영호),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아들을 개 패듯 패는 건달 강수(고창석), 그리고 친아버지인 태석도 자신을 길러준 강수도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아비 없이 살아온 종철(유승호). 핏줄과 우연으로 맺어진 이 세 명의 남자들은 종철의 신장암을 계기로 뒤엉킨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보인 담배나 술, 구타가 없으면 부산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성립이라도 되지 않는 양 이어지는 익숙한 이미지들과 오열로 대표되는 부성애에 대한 묘사 이상의 것을 영화 <부산>은 본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다음은 “감독의 후배인 인연으로 공짜로 사회를 본” 김현숙이 ‘부자유친 OX 퀴즈’ 형식으로 진행한 질의응답 내용이다.
요즘 부산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굳이 부산이란 도시를 전면에 내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박지원 : 그렇다고 해서 <부산>이 부산 홍보영화는 아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부산에서 계속 영화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부산이 가지는 공간적인 느낌, 사람들의 정서적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부산에서 촬영했다. 그리고 부자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부산(父山)’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잘 할 수 있는 공간이라 부산을 택했다.
“승호 군은 내가 본 중 가장 이상적인 청소년”
이제껏 부산에서 나온 영화들이 폭력이나 조폭으로 대표됐는데 <부산>도 그 혐의에선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박지원 : 이 영화는 절대 조폭 영화가 아니다. 물론 등장인물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법의 테두리에서 약간 벗어나서 살 뿐이지 대한민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느 도시에나 있는 밑바닥 인물, 하류인생들의 부자관계나 부성애를 전달하고자 했다.
배우들의 첫 인상은 어땠는가?
김영호 : 처음 만났을 때는 고창석 씨가 나보다 선배인 줄 알았다.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할 정도로. (웃음) 물론 실제로는 내가 형이다. 승호 군은 어린 나이에 비해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하다. 그 정도 나이면 까불기도 하는데 평소에도 조심스럽고. 그래서 어른들이 굳이 말을 많이 안 해도 되는 친구다. 자기 몫을 충분히 했고, 참 예쁘다.
유승호 : 김영호 선배님의 첫 느낌이 악간 무섭고 카리스마 넘쳐서 처음에는 ‘아 이 영화 힘들겠다’ 했는데 의외로 아빠처럼 대해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유승호를 예뻐하는데, 만약에 딸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김영호 : 실제로 딸이 있는데 승호 군이 너무 예쁘고 진지해서 좋다. 내가 보는 가장 이상적인 청소년인 것 같다. (웃음)
고창석 :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딸이 외모도 체형도 나와 똑같이 생겼다. 작년에 커서 “뭐 될래” 하니까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며 “한국 무용은 안 되겠니” 하기도 했다. 이걸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웃음)
“영화를 찍으면서 28시간 동안 내내 맞기도 했다”
공개된 메이킹 필름을 보니 액션 신이 많더라. 촬영하면서 상대배우가 너무 리얼하게 연기해서 화가 난 적은 없나?
고창석 : 상대배우가 아니라 감독님한테 화가 났다. 승호를 때리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팠다. 감독님이 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 머리채를 잡던지 침을 뱉으라고 해서 정말 괴로웠다.
박지원 : 여기 나온 모든 인물이 사실 다 나쁜 놈이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선 좀 더 자연스럽게 악행을 일상처럼 보여줘야 해서 그런 걸 요구했다. (웃음)
그만큼 강도 높은 액션 신들이 많은 데, 현장에서 가장 NG를 많이 낸 배우가 궁금하다.
박지원 : 고창석이 가장 액션이 많았기 때문에 NG도 많았다. 새벽 6시부터 그 다음날까지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맞기 시작해서 그 다음 날 까지 고창석 씨가 계속 맞았다. 나중에는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NG 아닌 NG가 많이 났다.
고창석 : 그 때 28시간 동안 맞았는데, 다른 영화에선 보통 2-3일에 걸쳐 찍는다. 연속해서 계속 맞느라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단편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때 감독님이 꼭 출연해주십사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웃음)
실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바닥까지 떨어지는 막장을 체험해 본 적이 있는지?
김영호 : 좀 일찍 아버지를 여의어서 집에서 책임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고, 내가 발버둥을 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고창석 : 대부분의 연극하던 배우들이 2-30대 때에 낮에는 극단생활하고, 밤에 공장 다니거나 배 타고 그런다. 그래서 막장이라 해서 힘들다기보다는 이 상태에서 더 잃을 게 없다는 순간들이 있었다.
“키스 신보다는 액션 신이 수월하다”
유승호의 경우, 얼마 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에서 키스를 처음 하기도 했는데, 액션과 키스 중 어떤 것이 더 힘든가?
유승호 : 아, 그건 키스도 아니고 뽀뽀 신이다. (웃음) 예전에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이 한 번도 없고, 또 영화에서도 그런 연기는 처음 했는데 좀 떨리기만 하고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남자 선배님들하고 연기를 하니까 훨씬 더 수월했던 거 같다.
계속 잘 크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부산>을 찍고 나서 외모나 연기적으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유승호 : 일단은 키나 외모는 아직 청소년이기 때문에 잘 크고 있다. (웃음) 또 나이를 점차 먹어가면서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울라면 울고, 웃으라면 웃었는데 지금은 내가 열심히 해서 한 작품을 완성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나에게는 연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앞으로 성인이 되면 박지원 감독님과 다른 작품으로 만나서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영화 <친구>, <사랑>, <사생결단> 등 대부분의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 <부산>도 거친 밑바닥 인생들이 주인공이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범죄자에 가까운 남자들과 부산의 조합에서 쉽사리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로 가득했다. 룸살롱에 여자를 공급하는 보도방을 운영하며 악착같이 살아온 태석(김영호),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아들을 개 패듯 패는 건달 강수(고창석), 그리고 친아버지인 태석도 자신을 길러준 강수도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아비 없이 살아온 종철(유승호). 핏줄과 우연으로 맺어진 이 세 명의 남자들은 종철의 신장암을 계기로 뒤엉킨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보인 담배나 술, 구타가 없으면 부산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성립이라도 되지 않는 양 이어지는 익숙한 이미지들과 오열로 대표되는 부성애에 대한 묘사 이상의 것을 영화 <부산>은 본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을까? 다음은 “감독의 후배인 인연으로 공짜로 사회를 본” 김현숙이 ‘부자유친 OX 퀴즈’ 형식으로 진행한 질의응답 내용이다.
요즘 부산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굳이 부산이란 도시를 전면에 내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박지원 : 그렇다고 해서 <부산>이 부산 홍보영화는 아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고, 부산에서 계속 영화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부산이 가지는 공간적인 느낌, 사람들의 정서적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부산에서 촬영했다. 그리고 부자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부산(父山)’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잘 할 수 있는 공간이라 부산을 택했다.
“승호 군은 내가 본 중 가장 이상적인 청소년”
이제껏 부산에서 나온 영화들이 폭력이나 조폭으로 대표됐는데 <부산>도 그 혐의에선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박지원 : 이 영화는 절대 조폭 영화가 아니다. 물론 등장인물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법의 테두리에서 약간 벗어나서 살 뿐이지 대한민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느 도시에나 있는 밑바닥 인물, 하류인생들의 부자관계나 부성애를 전달하고자 했다.
배우들의 첫 인상은 어땠는가?
김영호 : 처음 만났을 때는 고창석 씨가 나보다 선배인 줄 알았다.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할 정도로. (웃음) 물론 실제로는 내가 형이다. 승호 군은 어린 나이에 비해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하다. 그 정도 나이면 까불기도 하는데 평소에도 조심스럽고. 그래서 어른들이 굳이 말을 많이 안 해도 되는 친구다. 자기 몫을 충분히 했고, 참 예쁘다.
유승호 : 김영호 선배님의 첫 느낌이 악간 무섭고 카리스마 넘쳐서 처음에는 ‘아 이 영화 힘들겠다’ 했는데 의외로 아빠처럼 대해주셔서 잘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유승호를 예뻐하는데, 만약에 딸이 있다면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김영호 : 실제로 딸이 있는데 승호 군이 너무 예쁘고 진지해서 좋다. 내가 보는 가장 이상적인 청소년인 것 같다. (웃음)
고창석 :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딸이 외모도 체형도 나와 똑같이 생겼다. 작년에 커서 “뭐 될래” 하니까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며 “한국 무용은 안 되겠니” 하기도 했다. 이걸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웃음)
“영화를 찍으면서 28시간 동안 내내 맞기도 했다”
공개된 메이킹 필름을 보니 액션 신이 많더라. 촬영하면서 상대배우가 너무 리얼하게 연기해서 화가 난 적은 없나?
고창석 : 상대배우가 아니라 감독님한테 화가 났다. 승호를 때리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팠다. 감독님이 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 머리채를 잡던지 침을 뱉으라고 해서 정말 괴로웠다.
박지원 : 여기 나온 모든 인물이 사실 다 나쁜 놈이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선 좀 더 자연스럽게 악행을 일상처럼 보여줘야 해서 그런 걸 요구했다. (웃음)
그만큼 강도 높은 액션 신들이 많은 데, 현장에서 가장 NG를 많이 낸 배우가 궁금하다.
박지원 : 고창석이 가장 액션이 많았기 때문에 NG도 많았다. 새벽 6시부터 그 다음날까지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맞기 시작해서 그 다음 날 까지 고창석 씨가 계속 맞았다. 나중에는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NG 아닌 NG가 많이 났다.
고창석 : 그 때 28시간 동안 맞았는데, 다른 영화에선 보통 2-3일에 걸쳐 찍는다. 연속해서 계속 맞느라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사비를 털어서라도 단편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때 감독님이 꼭 출연해주십사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웃음)
실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바닥까지 떨어지는 막장을 체험해 본 적이 있는지?
김영호 : 좀 일찍 아버지를 여의어서 집에서 책임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고, 내가 발버둥을 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고창석 : 대부분의 연극하던 배우들이 2-30대 때에 낮에는 극단생활하고, 밤에 공장 다니거나 배 타고 그런다. 그래서 막장이라 해서 힘들다기보다는 이 상태에서 더 잃을 게 없다는 순간들이 있었다.
“키스 신보다는 액션 신이 수월하다”
유승호의 경우, 얼마 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에서 키스를 처음 하기도 했는데, 액션과 키스 중 어떤 것이 더 힘든가?
유승호 : 아, 그건 키스도 아니고 뽀뽀 신이다. (웃음) 예전에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이 한 번도 없고, 또 영화에서도 그런 연기는 처음 했는데 좀 떨리기만 하고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남자 선배님들하고 연기를 하니까 훨씬 더 수월했던 거 같다.
계속 잘 크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부산>을 찍고 나서 외모나 연기적으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유승호 : 일단은 키나 외모는 아직 청소년이기 때문에 잘 크고 있다. (웃음) 또 나이를 점차 먹어가면서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울라면 울고, 웃으라면 웃었는데 지금은 내가 열심히 해서 한 작품을 완성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나에게는 연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앞으로 성인이 되면 박지원 감독님과 다른 작품으로 만나서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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