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지막 시즌 방송을 시작한 USA 네트워크의 <몽크>는 미국 드라마에 지대한 영향을 준 시리즈다. 물론 과거에도 유난히 사건 단서를 잘 찾아내는 기발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코믹한 요소와 위트를 섞어가며 사건을 풀어가는 시리즈나 작품들은 있었다. 가장 유명한 셜록 홈즈 캐릭터를 비롯해 지난 1971년부터 90년까지 방송됐던 피터 폴크 주연의 <형사 콜롬보>, 안젤라 랜스베리가 주연한 <제시카의 추리극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시즌 8로 막을 내리는 <몽크>가 데뷔한 2002년은 유난히 심각한 시리즈들이 주류를 이뤘던 시기다. 거기에는 9.11 사태 직후라는 시대적 상황도 한몫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시트콤을 제외한 1시간짜리 시리즈 중 코미디를 가미한 것은 <길모어 걸스>와 <참드>가 전부였다. 수사물 중에는 <몽크> 처럼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고통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로 앤드 오더>나 <코로싱 조단>, , <가디언>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캐릭터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몽크>는 ‘유머’에 포커스를 맞춰, 시청자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마지막 시즌을 맞은 <몽크>가 이룬 것들

<몽크>의 성공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케이블 채널인 USA 네트워크는 인기 채널로 꼽히게 됐다. 이후 USA 네트워크는 <몽크>에 영향을 받은 시리즈를 연달아 선보여 지속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 중에는 <몽크> 처럼 주인공이 시스템에서 벗어나 ‘아웃사이더’로 표현되는 <번 노티스>와 <사이크> 등이 있고, 가장 최근에는 의학 시리즈에 코미디를 접목시킨 <로얄 페인스>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시즌 첫 방송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CBS의 <멘탈리스트>와 기본 케이블 채널 중 시청률 1위인 TNT의 <클로져>, 폭스 TV의 <하우스>와 <라이 투 미> 등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몽크>의 주인공 에이드리언 몽크 (토니 샬호프) 처럼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괴짜들이고, 거의 초자연적에 가까운 문제 해결 능력을 갖고 있는 등 다양한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멘탈리스트>의 경우, 캐릭터의 성향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몽크와 <멘탈리스트>의 패트릭 제인 (사이먼 베이커)은 살인사건으로 아내를 잃었다. 그 결과 아내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일종의 복수를 하려는 의지가 이들이 다른 사건의 수사를 돕는 원동력이 되었다. 또 이들의 괴상한 성격이나 뜬금없는 행동을 받아주고, 때로는 컨트롤 해주는 강한 여성 캐릭터도 옆에 있다. <몽크>를 시리즈로 개발했던 ABC의 경우에는 <몽크>의 성공 이후, 그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코믹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 <어글리 베티>, <푸싱 데이지스> 등을 대거 방영했다. 한편 그동안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던 <몽크>는 마지막 시즌 8을 16편의 에피소드로 마감할 예정이며, 트루디 몽크의 살인 사건도 마침내 해결된다고 한다. 행운을 빌어요, 에이드리언!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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