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아니 부산에 쓰나미가 밀려온다. <해운대>는 이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는 영화다. 5년 동안 남매처럼 지냈지만 사실은 서로 사랑하고 있는 만식(설경구)과 연희(하지원), 이혼 후 부산에서 만나게 된 휘(박중훈)와 유진(엄정화)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 몇의 커플들이 부산에 닥친 ‘메가 쓰나미’로 인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맞이한다. 관객들이 기대하듯 쓰나미가 부산 전체를 덮치는 스펙터클이 펼쳐지고, 캐릭터들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살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해운대>에서 흥미로운 요소는 재난 영화들 사이에 감춰져 있는 한국의, 아니 부산의 디테일들이다.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보러 온 부산 시민들의 신문지 응원, 걸쭉한 사투리, 부산의 공식지정 음료수나 다름없는 시원 소주 같은 요소들이 곳곳에 깔려 있고, 기자 간담회에서 ‘네이티브 스피커’라는 한 기자가 만족했을 만큼 사투리도 충실하다. 윤제균 감독 역시 사투리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과 해운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뽑아내는데 가장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해운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수백 가지의 실제 사례에서 뽑아낸 것이라고. 헐리웃 블록버스터가 점령중인 여름 시즌에 <해운대>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한국 대중들에게 잘 먹힐 토착형 재난 영화

<해운대>는 토착형 재난영화, 혹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헐리웃 재난 영화의 스펙터클을 가져오되, 그것을 한국의 사회적, 영화적 현실에 맞춰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해운대>에서 쓰나미는 헐리웃 영화처럼 사람들을 쫓아다니듯 도시 속을 누비지 않는다. 블록버스터로서는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만큼, 쓰나미는 해운대를 거대하게 덮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 한다. 대신 <해운대>는 쓰나미가 덮친 전후의 드라마에 충실하다. 윤제균 감독은 자연재해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나 그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거하고, 해운대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집중한다. 사이가 좋든 나쁘든 그들은 모두 이런 저런 관계로 엮여 있는 부산 사람들이고, 쓰나미는 순식간에 그들의 생사를 갈라놓는다. 평소 윤제균 감독에게 지적된 과장된 감동 코드는 쓰나미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헐리웃 블록버스터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치 TV 뉴스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강한 이입감을 주는 한국적인 코드야말로 <해운대>의 강점이다. 헐리웃처럼 도시를 덮치는 쓰나미를 오랫동안 보여주는 대신 실제 물을 이용해 쓰나미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배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것도 똑똑한 선택이다. 컴퓨터 그래픽도 다소 ‘티’는 나지만 몰입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고, 유머와 서스펜스도 매끈하게 섞여 있다. 성급하게 마무리한듯한 후반부가 아쉽지만, 윤제균 감독을 <색즉시공>과 <두사부일체>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놀라운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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