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눈을 떴더니 어두운 창고 안이다. 눈 앞에는 빨간 옷과 파란 옷을 각각 입은 두 남자가 있다. 그런데 둘 중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 한 쪽은 어머니를 죽인 범인, 다른 한 쪽은 죽은 줄 알았던 친아버지다. 테이블 위에는 총알이 단 한 발만 들어 있는 권총이 있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60분이다. 그 시간 안에 친아버지를 찾고 범인을 죽이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이 죽게 된다. 궁극의 선택을 요구하는 이 상황은 실로 ‘악마의 게임’이라 해도 좋을 듯 하다. 이는 지난 6월 30일에 방송된 NTV 스페셜 드라마 (이하 <뮤>)의 내용이다. <뮤>는 오는 7월 4일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 <뮤(MW)>의 프리퀄 격인 드라마다. 영화판 <뮤>는 지난 해 6월 제작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의 원작이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적 같은 도움의 손길은 먼저 의심하라

테즈카 오사무는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으로 우리에게도 그 이름이 익숙한 거장이다. 지난 해 그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여 영화화가 결정된 <뮤>는 한 남자가 복수를 위해 살인마가 되는 이야기다. 16년 전 한 섬에 살고 있던 주민 전원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정부에 의해 은폐되었다. 사건에 관련된 힌트는 ‘MW(뮤)’라는 의미불명의 단어 하나뿐이다. 그런데 모두 죽은 줄 알았던 그 사건에서 살아 남은 두 명의 소년이 있었다. 그들은 유우키 미치오(타마키 히로시)와 가라이 유타로(야마다 타카유키)였다. 유우키는 복수를 위해 당시 사건의 은폐에 관련했던 사람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궁극에는 ‘MW’를 이용하여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한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잡지 <빅 코믹>에 연재되었던 <뮤>는 생생한 살인 묘사와 유우키와 가라이의 동성애 등의 내용으로 인해 테즈카 오사무의 문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드라마 <뮤>는 영화 내용의 수개월 전을 그리는 오리지날 스토리로 영화와 연동한 기획으로 제작되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불황으로 인해 파견직에서 해고된 모리오카 타카시(사토 타케루)다. 직업을 잃은 데다 월세를 내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난 타카시는 자신이 자란 고아원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를 길러준 원장 아버지의 죽음과 빚 때문에 문을 닫게 된 고아원, 그리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 아이들이라는 더 가혹한 현실이다. 그런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타카시에게 예전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코스케(코이데 케이스케)가 일자리를 소개해준다. 물건을 운반하는 단순한 일에 비해 파격적인 보수가 주어지는 대신 꼭 지켜야 할 룰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운반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타카시는 평범하지 않은 일에 불안감을 느끼지만 돈을 벌기 위해 묵묵히 물건을 운반했다.

악마의 게임 앞에서 “왜 내게”라고 묻지 마라

운반 일을 통해 타카시는 유우키와 얽히게 되고 그의 명령에 따라 어떤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이는 범죄 행위였지만 이로 인해 타카시는 큰 돈을 손에 쥐게 되고 그 돈으로 문을 닫았던 고아원을 다시 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줄곧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불안감과 죄의식을 느끼고 있던 타카시는 이제 그만 이 일에서 손을 떼려 하고 그 과정에서 물건의 내용을 봐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깨고 만다. 그 순간 그는 불의의 습격을 받아 쓰러진다. 타카시가 눈을 뜬 곳은 어두운 창고 안이었다. 그리고 타카시의 눈 앞에 나타난 유우키는 총을 내밀며 앞서 말한 궁극의 선택을 할 것을 요구한다.

그랬다. 이것은 모두 유우키가 준비한 ‘악마의 게임’이었다. 빨간 옷의 남자는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파란 옷의 남자는 그저 ‘자신을 죽이라’고 말한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친아버지인가. 60분 안에 선택을 하지 않으면 고아원 원장의 딸이자 자신의 소중한 가족인 유카리(타니무라 미츠키)가 죽게 된다. 그리고 유우키는 왜 타카시를 이 게임이 끌어들인 것일까? 그가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뮤>는 영화 개봉에 앞서 홍보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지만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낸 내용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본연의 임무뿐 아니라 작품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서스펜스 드라마로 완성되었다. 냉혹한 악마로 변신한 우리의 ‘치아키 선배’ 타마키 히로시 뿐만 아니라 최근 가파르게 인기 급상승 중인 꽃미남 사토 타케루를 보는 기쁨도 함께 선사한다.

그동안 ‘일파만파’를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일파만파’는 이번 주를 끝으로 물러가지만 다음 주부터는 발빠른 일본 TV 뉴스가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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