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나가 엉뚱한 농담을 즐기고, 영화 프로그램에서 영화에 대한 시비 걸기와 취향으로써의 영화 보기를 우겨보는’ 그는 블로그의 자기소개를 따르자면 ‘즐거움이라면 찬 밥 더운 밥 안 가리는 문화건달’에 가깝다. 타블로의 프로젝트 앨범
이런 그가 역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그가 가졌던 생각과 꿈을 사랑했었다. 내가 청춘이란 이름으로 살았을 때의 일”이라 추억하는 것은, 그래서 어색하지 않다. 다음은 ‘김영환 시인의 시집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를 다시금 꺼내 들고,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한 남자의 생각과 꿈을 되새기며’ 듣는 이별한 그 사람을 추억하는 음악들이다.
김태훈이 가장 먼저 추천한 곡은 존 레전드가 “내가 들어본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까지 말했던 제프 버클리의 ‘hallelujah’다. “모차르트가 자신의 죽음 전 레퀴엠을 작곡했듯, 제프 버클리는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기 전 레너드 코헨의 곡 ‘hallelujah’를 앨범에 수록했어요. 제목 때문에 찬송가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곡은 사랑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애절한 상처를 담담히 담고 있을 뿐이죠. 단 한 장의 앨범을 세상에 던진 후, 의문의 익사로 그 천재성을 영원히 신화의 영역에 올려버린 제프 버클리의 음악은 그 드라마틱한 생애를 알게 되었을 때 더욱 절절히 다가와요. 누군가의 장례식 음악을 단 한 곡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곡을 선택하고 싶어요. 특히 그 장례식의 주인공이 모든 이를 사랑했지만, 그가 준 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더더욱.”
록 기타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기타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제프 벡의 최고 명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별하고, 추억하는 것에는 우리가 품었던 꿈과 이상, 그리고 젊음도 포함되지 않을까. 김태훈이 밥 딜런의 ‘Forever Young’을 추천하는 건 그래서다. “영원한 젊음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물론 물리적 나이와 시들어가는 피부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밥 딜런의 명곡 ‘Forever Young’은 그 순간 모두의 상식이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할 수 있는 멋진 곡이예요. 이 곡은 평균 나이 81세의 노인들이 로큰롤 음악을 부르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파하는 스티븐 워커의 영화 <로큰롤 인생>에도 수록되었었죠.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곤 해요. 꿈을 꾸는 것을 유치하다고 놀리면 노인이 된 것이라고, 그렇다면 젊음이란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향해 심장이 터지도록 뛸 수 있는 사람에겐 영원한 것이 아닐까라고.”
어떤 면에서 이번 추천 음악들은 록계 최고의 명곡이라는 주제에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를 곡들이다. 음악성과 음반 판매량 모두에서 경이적인 결과를 냈던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만든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멜로디에 극도로 진보적인 정치 신념이 담긴 존 레논 최고의 명곡 ‘Imagine’이 이번 주제의 마지막 추천곡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상상해 봐요. 당신은 내가 꿈을 좇는 몽상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언젠간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고 하나 된 세상을 소망하리라 믿어요.’ 로큰롤로 성자의 자리에까지 오른 존 레논의 곡 ‘Imagine’이 노래하는 세상은 여전히 몽상가의 영역에 남아 있는 듯해요. 세상엔 아직 전쟁이 가득하고, 평화는 불안하기 때문이죠. 탐욕과 굶주림도 여전하고 살인과 죽음도 유효하죠. 그럼에도 그 몽상가의 영역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구에겐 비웃음의 대상일지도 모르지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아름다워요. 몽상가라고 불리던 한 남자에게 이 곡을 바치고 싶네요.”
‘마흔을 넘었지만 아직도 나이를 인정치 않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 때문에 때때로 누군가의 공격 대상이 되는’ 김태훈에게 세상은 참 관용 없는 곳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적당히 철들 생각을 하기보단 ‘자기 자신에게 마저 책임감 없는 이 게으른 중년에 대해 한 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전히 삐딱하고 철없는 40대다. 때문에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명함을 달게 될지, 어떤 활동을 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그는 꾸준히 자신의 모습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가 추천한 ‘Forever Young’의 자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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