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보통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는지를 물어본다. 하지만 “잡지, 신문, 인터넷에 음악, 영화, 연애 칼럼을 쓰고 있고, 블로그 ‘3M흥업’을 통해 세상과 격렬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동시에 MBC <섹션 TV 연예통신>,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시즌 2의 고정 패널로 활약하고 있는 김태훈의 정체를 그런 방식으로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팝 칼럼니스트, 연애 칼럼니스트, 평론가, 방송인 등 다양한 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그를 어떤 고정된 호칭으로 명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이 희미하지 않은 건, 그가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는 어떤 ‘관점’을 가졌는가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가 엉뚱한 농담을 즐기고, 영화 프로그램에서 영화에 대한 시비 걸기와 취향으로써의 영화 보기를 우겨보는’ 그는 블로그의 자기소개를 따르자면 ‘즐거움이라면 찬 밥 더운 밥 안 가리는 문화건달’에 가깝다. 타블로의 프로젝트 앨범 의 탁월함을 소개하며 ‘무한 반복되는 자기 노래 베끼기는 1집과 2집의 변별력을 소멸시켜 앨범을 구입하는 소비자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대중가요계에 대한 쓴 소리를 던지거나,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에서 이경실, 김지선 등의 기세에도 눌리지 않고 “옛날엔 가로등이라도 적었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으슥한 곳 찾기 어려우니 스킨십에 대해 좀 관대해야 한다”고 대꾸하며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은 삐딱한 자신의 주관을 뚜렷이 드러낸다.


이런 그가 역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그가 가졌던 생각과 꿈을 사랑했었다. 내가 청춘이란 이름으로 살았을 때의 일”이라 추억하는 것은, 그래서 어색하지 않다. 다음은 ‘김영환 시인의 시집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를 다시금 꺼내 들고,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한 남자의 생각과 꿈을 되새기며’ 듣는 이별한 그 사람을 추억하는 음악들이다.




1. Jeff Buckley의 (Legacy Edition)
김태훈이 가장 먼저 추천한 곡은 존 레전드가 “내가 들어본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까지 말했던 제프 버클리의 ‘hallelujah’다. “모차르트가 자신의 죽음 전 레퀴엠을 작곡했듯, 제프 버클리는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기 전 레너드 코헨의 곡 ‘hallelujah’를 앨범에 수록했어요. 제목 때문에 찬송가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곡은 사랑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애절한 상처를 담담히 담고 있을 뿐이죠. 단 한 장의 앨범을 세상에 던진 후, 의문의 익사로 그 천재성을 영원히 신화의 영역에 올려버린 제프 버클리의 음악은 그 드라마틱한 생애를 알게 되었을 때 더욱 절절히 다가와요. 누군가의 장례식 음악을 단 한 곡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곡을 선택하고 싶어요. 특히 그 장례식의 주인공이 모든 이를 사랑했지만, 그가 준 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더더욱.”



2. Jeff Beck의
록 기타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기타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제프 벡의 최고 명반 에 수록된 ‘Cause We`ve Ended As Lovers’는 연주만으로도 이별의 아픔을 드러내는 곡이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로이 부캐넌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제프 벡이 연주한 곡예요. 제목이 알려주듯, 사랑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이 기타의 가녀린 여섯 줄을 통해 슬프게 다가오죠. 사랑이 그러하듯, 때때로 누군가의 죽음도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와 사람들의 입에서 말을 뺏어가요.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론 설명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심연의 슬픔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가사 없이 제프 벡의 연주만을 통해 전해지는 공명은 가슴 속이 텅 빈 듯 허무함에 빠진 누군가에게 과묵한 친구가 진실한 위로를 들려주는 듯해요. 결국 이 곡은 떠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겨진 자들 마저 다정히 끌어안는 애도곡인 셈이죠.”




3. Bob Dylan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별하고, 추억하는 것에는 우리가 품었던 꿈과 이상, 그리고 젊음도 포함되지 않을까. 김태훈이 밥 딜런의 ‘Forever Young’을 추천하는 건 그래서다. “영원한 젊음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물론 물리적 나이와 시들어가는 피부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밥 딜런의 명곡 ‘Forever Young’은 그 순간 모두의 상식이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할 수 있는 멋진 곡이예요. 이 곡은 평균 나이 81세의 노인들이 로큰롤 음악을 부르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파하는 스티븐 워커의 영화 <로큰롤 인생>에도 수록되었었죠.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곤 해요. 꿈을 꾸는 것을 유치하다고 놀리면 노인이 된 것이라고, 그렇다면 젊음이란 결국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향해 심장이 터지도록 뛸 수 있는 사람에겐 영원한 것이 아닐까라고.”



4. Pink Floyd의
어떤 면에서 이번 추천 음악들은 록계 최고의 명곡이라는 주제에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를 곡들이다. 음악성과 음반 판매량 모두에서 경이적인 결과를 냈던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만든 의 동명 타이틀곡 ‘Wish You Were Here’가 김태훈의 네 번째 추천곡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더는 볼 수 없는 친구 시드 배릿을 위해 헌정한 곡이지만 음악이 갖는 아름다운 선율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잃은 친구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많은 팝 팬들이 즐겨 찾는 곡이기도 하죠. ‘당신이 여기 있었으면…’이라는 제목과 노랫말은 살아남은 자들의 아쉬움을 통해 떠나간 사람이 결코 헛된 삶을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요. ‘당신은 정말로 멋진 삶을 살았고, 좋은 친구였다’라는 조문이 이 노래가 들려주고 싶은 진짜 이야기인 셈이죠.”




5. John Lennon의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멜로디에 극도로 진보적인 정치 신념이 담긴 존 레논 최고의 명곡 ‘Imagine’이 이번 주제의 마지막 추천곡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상상해 봐요. 당신은 내가 꿈을 좇는 몽상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언젠간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고 하나 된 세상을 소망하리라 믿어요.’ 로큰롤로 성자의 자리에까지 오른 존 레논의 곡 ‘Imagine’이 노래하는 세상은 여전히 몽상가의 영역에 남아 있는 듯해요. 세상엔 아직 전쟁이 가득하고, 평화는 불안하기 때문이죠. 탐욕과 굶주림도 여전하고 살인과 죽음도 유효하죠. 그럼에도 그 몽상가의 영역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구에겐 비웃음의 대상일지도 모르지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아름다워요. 몽상가라고 불리던 한 남자에게 이 곡을 바치고 싶네요.”


‘마흔을 넘었지만 아직도 나이를 인정치 않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 때문에 때때로 누군가의 공격 대상이 되는’ 김태훈에게 세상은 참 관용 없는 곳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적당히 철들 생각을 하기보단 ‘자기 자신에게 마저 책임감 없는 이 게으른 중년에 대해 한 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전히 삐딱하고 철없는 40대다. 때문에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명함을 달게 될지, 어떤 활동을 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그는 꾸준히 자신의 모습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가 추천한 ‘Forever Young’의 자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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