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제작비를 앞세운 블록버스터를 신뢰하지 않는 자라도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벌이는 물량공세 앞에서 초연하긴 쉽지 않다. 총 제작비 2억 달러. 그러나 그 천문학적인 액수에서 1센트도 허투루 쓰지 않은 영상이 9일 용산 CGV에서 공개되었다. “전편의 엄청난 흥행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방문한” 마이클 베이 감독과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의 내한은 비록 빗속에서 파행적으로 진행되었고, 연이은 감독과 배우들의 지각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나 관객들은 옵티머스 프라임이 쓰러지는 예고편 영상에도 “우리 옵티머스 어떡해” 라며 열광했다.

2년 전 오토봇 군단과 함께 지구를 구해낸 샘(샤이아 라보프)은 이제 지구 수호나 오토봇들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범블비도 떼어놓고 시작한 대학 생활은 디셉티콘들의 등장으로 풍비박산 나고, 또 다시 전 우주의 안전을 위해 나서게 된다. 전편에서 아쉬웠던 로봇들의 변신 장면은 7단계에 달하는 다양한 버전으로 이어지고 여성 오토봇, 메가트론도 무서워하는 폴른 등 새롭게 가세한 로봇들의 캐릭터도 확실하다. 여기에 한층 강화된 트랜스포머들의 감정 연기 또한 볼만하다. “전편이 신기술에 도전하는 것이었다면 속편에서는 로봇의 감정까지 다 담고 싶었다”는 감독은 트랜스포머들의 연기에 완성도를 높였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죽음이나 구형 로봇들이 느끼는 각종 노후의 징후는 습관성 치매를 앓고, 지팡이를 짚는 등 인간의 노화와 유사하게 표현되었다. 그 결과 트랜스포머들을 자연스럽게 인간과 동등한 생명체로 느끼게 할 만큼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됐고, 액션 외의 소소한 재미를 배가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전편에 열광했던 750만명 중 1人이라면 아이맥스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다소 길게 느껴진다. 실제로 7단계에 이르는 변신 장면과 포탄이 쉴새 없이 터지는 중간에도 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역설적이게도 CG와 액션은 일관되게 좋은 퀄리티를 유지해 기승전결의 호흡이 떨이지고, 관객들을 화려한 영상에 무덤덤하게 만든다. 전작을 보고 나서는 지나가는 버스조차 예사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화려한 액션이 주는 감동이 오히려 적다. 특히 미 군수산업의 PPL로 느껴질 만큼 현란한 미 육해공군의 화력은 관객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감독은 “미군이나 군수방위산업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지만 실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의 위치를 감안했을 때 한국 관객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디펜던스 데이>, <아마겟돈> 등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미국만이 인류를 구한다는 할리우드의 일관된 정서를 또 한 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진제공_ 올댓시네마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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