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6월 22일은 교육방송 EBS가 한국교육방송공사로 재탄생한 날이다. 다시 말해 공영교육방송이 본격화 된 날이기도 하다. 딱 9년이 지난 이번 6월 22일, 공사창립 9주년 특별기획으로 실용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주식 투자 기법이나 인기 강사의 토익 강좌 대신 EBS <다큐프라임> ‘한반도의 인류’ 편을 방영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6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의 인류’와 역시 창사특집으로 준비한 <다큐프라임> ‘바람의 魂, 참매’의 기자시사회는 해당 프로그램의 영상뿐 아니라 EBS의 교육기획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의지 역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반도에 살았던 최초의 인류와 참매를 불러내다
한민족의 민족적, 문화적 기원은 과연 어디서 출발하는지에 대한, 다분히 인문학적인 질문에서 출발하는 ‘한반도의 인류’는 흔히 북경원인이라 불리는 호모 에렉투스와 현생인류의 조상으로 인정받는 호모 사피엔스가 오랜 세월 동안 한반도에서 일종의 생존 경쟁을 하고, 결국 호모 에렉투스가 완벽하게 멸종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추덕담 PD가 자문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결국 잘 모른다”였다.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받는 가설을 바탕으로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의 조우와 원시인의 언어 사용, 출산하는 모습을 그린다. 고증 뿐 아니라 촬영 자체도 쉽지 않았다. 원시시대를, 심지어 빙하기의 모습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연극인 출신의 배우들은 원시인 특수 분장을 하고 가죽 한 장만 걸친 채 겨울 야외 촬영을 해야 했고, 불의 발견 이전의 식사를 재연하느라 맷돼지의 생간을 먹어야 했다.
촬영 과정이 어려웠던 건 한 때 멸종 위기로 알려졌지만 언젠가부터 조금씩 개체수가 늘어난 참매의 생태를 그린 ‘바람의 魂, 참매’ 역시 마찬가지다. 연출을 맡은 이연규 PD는 숲속에서 참매를 끌어내기 위해 “비둘기를 묶어 유인한 뒤 비둘기를 푸는 방법”을 썼지만 참매가 공중에서 사냥하는 그림을 만들어내기까진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또 엄청난 순발력으로 숲의 장애물을 피하며 날아다니는 참매의 동작을 완전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고속촬영이 필요했지만 기본적으로 일반 고속 카메라를 사용하면 화면 명도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대세임에도 아직 EBS에 구입되지 않은” LCD 고속 카메라를 다른 업체에서 빌려 어렵게 촬영할 수 있었다.
“EBS의 방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들”
제작진과 함께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김이기 EBS 편성센터장은 “이 두 프로그램은 제작기간도 길었지만 무엇보다 EBS의 방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창사특집으로 편성했다”며 교육기획 다큐멘터리가 공영교육의 주요 요소임을 인정했다. 때문에 “자연 다큐멘터리는 방송 PD에게 3D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에 마땅한 후배들이 나오지 않는”(이연규 PD) 현 상황에서는 “편성에서 인문학 및 자연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꾸준히 확대”(김이기 편성센터장)하는 것을 비롯해 EBS의 정체성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공중파를 이용한 교육 콘텐츠가 사업적 이익보다는 국민 전체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서비스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EBS는 한국교육방송공사가 될 수 있었다. 이번 창사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재확인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전제일 것이다.
사진제공_ EBS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한반도에 살았던 최초의 인류와 참매를 불러내다
한민족의 민족적, 문화적 기원은 과연 어디서 출발하는지에 대한, 다분히 인문학적인 질문에서 출발하는 ‘한반도의 인류’는 흔히 북경원인이라 불리는 호모 에렉투스와 현생인류의 조상으로 인정받는 호모 사피엔스가 오랜 세월 동안 한반도에서 일종의 생존 경쟁을 하고, 결국 호모 에렉투스가 완벽하게 멸종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추덕담 PD가 자문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결국 잘 모른다”였다.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받는 가설을 바탕으로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의 조우와 원시인의 언어 사용, 출산하는 모습을 그린다. 고증 뿐 아니라 촬영 자체도 쉽지 않았다. 원시시대를, 심지어 빙하기의 모습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연극인 출신의 배우들은 원시인 특수 분장을 하고 가죽 한 장만 걸친 채 겨울 야외 촬영을 해야 했고, 불의 발견 이전의 식사를 재연하느라 맷돼지의 생간을 먹어야 했다.
촬영 과정이 어려웠던 건 한 때 멸종 위기로 알려졌지만 언젠가부터 조금씩 개체수가 늘어난 참매의 생태를 그린 ‘바람의 魂, 참매’ 역시 마찬가지다. 연출을 맡은 이연규 PD는 숲속에서 참매를 끌어내기 위해 “비둘기를 묶어 유인한 뒤 비둘기를 푸는 방법”을 썼지만 참매가 공중에서 사냥하는 그림을 만들어내기까진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또 엄청난 순발력으로 숲의 장애물을 피하며 날아다니는 참매의 동작을 완전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고속촬영이 필요했지만 기본적으로 일반 고속 카메라를 사용하면 화면 명도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대세임에도 아직 EBS에 구입되지 않은” LCD 고속 카메라를 다른 업체에서 빌려 어렵게 촬영할 수 있었다.
“EBS의 방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들”
제작진과 함께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김이기 EBS 편성센터장은 “이 두 프로그램은 제작기간도 길었지만 무엇보다 EBS의 방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창사특집으로 편성했다”며 교육기획 다큐멘터리가 공영교육의 주요 요소임을 인정했다. 때문에 “자연 다큐멘터리는 방송 PD에게 3D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에 마땅한 후배들이 나오지 않는”(이연규 PD) 현 상황에서는 “편성에서 인문학 및 자연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꾸준히 확대”(김이기 편성센터장)하는 것을 비롯해 EBS의 정체성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공중파를 이용한 교육 콘텐츠가 사업적 이익보다는 국민 전체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서비스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EBS는 한국교육방송공사가 될 수 있었다. 이번 창사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재확인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전제일 것이다.
사진제공_ EBS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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