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쉽사리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쇼’다.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세부 꼭지들로 이루어졌지만 각 코너들은 장르도 모양새도 다 다르다. 김준호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절묘한 편집의 묘가 만난 ‘김준호쇼’는 토크쇼인가, 페이크 다큐인가? 유세윤과 코미디언이 되고픈 실제 그의 모친이 함께 만드는 ‘유세윤의 인간극장’ 은 꽁트인가, 리얼 버라이어티인가? 그러나 대부분 이들의 정체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웃음이 터지거나 채널을 돌려 버리고 만다. <코미디쇼 희희낙락>이 새로운 코미디쇼의 등장인지, 그저 개그맨들의 이합집산인지 <10 아시아> 강명석 기자와 김교석 TV평론가가 밝히고자 나섰다. /편집자주

KBS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코미디 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합집합이다. 개그맨들은 각자 코미디 쇼를 기획하지만, 그것들은 버라이어티 쇼의 틀 안에서 소화된다. 출연자들의 코미디 쇼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처럼 시청자 평가단에 의해 평가받고, 그들은 스튜디오에 모여 KBS <샴페인>처럼 토크한다. 이 쇼의 6회에서 김준호와 유세윤이 실제 결혼 생활에 대해 털어놓은 것은 이 쇼의 방향을 보여준다. 코미디 쇼는 버라이어티 쇼의 아이템이고, 출연자들은 아이템을 접점 삼아 버라이어티 쇼를 한다. 과거 KBS <폭소클럽>이 <개그콘서트>에 쓸만한 개그맨들을 발굴하는 마이너리그였다면,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김준호처럼 ‘코미디는 강하지만 토크에는 약한’ 개그맨들의 버라이어티 쇼 적응을 돕는 인큐베이터다.

슬랩스틱에서 리얼 버라이어티까지, ‘100엔숍’식 코미디쇼

그러나 <코미디쇼 희희낙락>는 코미디의 재료에 버라이어티 쇼의 토핑이 잘 얹어진 피자가 아닌 쌀과 나물과 초장이 아직 잘 비벼지지 않은 비빔밥이다. 실제 어머니와 사생활을 코너에 끌어들이는 ‘유세윤의 인간극장’이 코미디의 형식 안에서 풀어낸 리얼 버라이어티 쇼라면, 이수근의 ‘스피드 고고’는 <유머 1번지>의 초창기에나 존재했던 짧은 꽁트 모음이다. 시청자 평가단에 김병만의 슬랩스틱 코미디 ‘몸은 살아있다’를 좋아하는 어르신들부터 ‘유세윤의 인간극장’을 좋아하는 10대 여고생이 모두 앉아 있듯, <코미디쇼 희희낙락>에는 여러 장르와 타겟 시청자들이 뒤죽박죽 섞여있다. 심지어 요즘 바쁜 이수근은 ‘스피드 고고’에서 거의 ‘작가’로만 참여한다. 출연자들은 스튜디오에서 한 주 동안 가장 기사가 많이 실리거나, 시청자 게시판에 많이 언급된 코너 등을 이야기하며 버라이어티 쇼의 요소를 갖추려 하지만, 정작 최근 버라이어티 쇼처럼 명확한 콘셉트나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콘셉트 없고, 캐릭터 약하고, 호흡도 불규칙한 버라이어티 쇼와 코미디 쇼의 결합은 그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코미디에 대한 또 다른 해답을 내놓는다.

<코미디쇼 희희낙락>에서 가장 화제가 된 ‘김준호 쇼’는 소녀시대, 이순재, 신구 등의 인터뷰를 자의적인 편집을 통해 패러디적인 웃음을 만들어낸다. ‘김준호 쇼’는 <개그콘서트>같은 공개 코미디가 할 수 없는 요즘 웃음의 트렌드를 찔렀다. 코미디의 대본을 통해 만들어진 리얼 버라이어티 쇼인 ‘유세윤의 인간극장’도 마찬가지다. 그 반대편에는 고전적인 코미디의 형식을 따르되 웃음의 호흡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고,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새로운 내용으로 채우는 ‘이수근의 스피드 고고’가 있다. 반면 황현희의 ‘1vs100’은 개그맨의 짧은 꽁트와 관객의 피드백 사이에 생기는 어색한 여백을 해결하지 못했고, 남희석의 ‘오늘도 참는다’는 단순한 특수효과와 남희석과 김준호의 표정연기 외에는 매주 똑같은 구성의 스토리를 반복하며 갈수록 지루해진다.

보고 있으면 보인다, <개콘>이 살아남은 이유가

‘1vs100’이 1주 만에 폐지되고, ‘오늘도 참는다’가 이미 시청자 평가단에게 최악의 코너로 뽑힌 데는 이유가 있다. 역설적으로,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개그콘서트>를 제외한 코미디 쇼가 실패를 거듭한 이유를 되짚는다. 버라이어티 쇼와 <개그콘서트>가 동시대의 웃음의 요소들을 발견하는 사이, 다른 코미디 쇼는 그것을 따르지 못했다. 그래서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버라이어티 쇼는 어색하고, 각각의 코너들은 뒤죽박죽임에도 쇼의 전체적인 모습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그들의 의도와 별개로, 버라이어티 쇼의 웃음 코드를 코미디 쇼에 응용할 수 있는 이 뒤죽박죽 쇼에는 새로운 코미디의 형식에 대한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건 개그맨으로는 정점을 찍었지만,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A급’이 되기 쉽지 않은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제 3의 길일 수도 있다. 물론, <개그콘서트>와는 달리 몇 개월마다 찾아올 개편의 압박을 이겨낸 다음의 이야기겠지만.
글 강명석

KBS는 늘 코미디를 고민한다. 코미디가 예능의 그늘에 가려지는 언어도단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코미디에 많은 관심을 보인 방송국은 KBS였다. <개그콘서트>의 인기와는 별개로 <개그 사냥>, <웃음 충전소>, <폭소클럽>등 시류와 동떨어졌기에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제작했다. 모두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과 자존감을 찾는 작업이었으리라. 그런데 이런 일련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시도와 의미는 가상하지만 지루하며 재미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참 씁쓸하다.

패러디와 철지난 콩트가 채운 코미디의 자리

<코미디쇼 희희낙락>는 조금 색다르게 출발한다. 미국 코미디 쇼처럼 출연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꼭지씩 맡아서 만든다. 이른바 책임 제작제. 심지어 남희석은 본인 스스로 자신이 없다며 작가 실명제를 도입했다. 책임 제작제는 무대에 한정된 그러면서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기 힘들었던 코미디언들에게 감춰둔 역량과 재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일 줄 알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인간 극장>, <진실게임>, <1vs100>, <체험 삶의 현장>, <사랑과 전쟁> 등의 패러디와 철지난 콩트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주 시청자들을 이번 주와 다음 주에도 낚아 올릴 낚싯바늘이 안 보인다.

숱한 실패 사례를 가지고도 아직까지 <유머1번지>, <웃으면 복이 와요> 등의 콩트가 전통 코미디이자 한국 코미디의 요순 시대였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그 연장선상에 있는 코너 ‘내가 오늘도 참는다’, ‘봉가네’ 등은 분장, 세트, 스토리, 그리고 웃음 포인트 모두 유치하고 지루하다. 풍자나 해학이 없는 패러디는 아무런 정서와 공감대도 느낄 수 없다. <개그콘서트> 올스타라 봐도 무방한 출연진은 <개그 콘서트> 캐릭터를 자기복제 하는데 그치면서 신선도도 떨어졌다. 맥락 없는 단발성 웃음 포인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깔린 멍석에 비해 아이디어가 너무나 박하다. 연예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웃기기를 도전하는 ‘체험 개그현장’과 <만원의 행복> 미션의 차이점이 뭔지, 망가지는 것의 한계를 보여준 ‘타짱’과도 비교해봐야 한다.

웃거나 웃지 않거나

물론 코미디는 처절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웃음은 노력과 열정이 대단한 것을 인정하는데서 나오지 않는다. 준비한 아이디어들이 진부한데다가 웃음코드도 금요일 밤 11시에 걸맞지 않게 너무 착하다. 프로그램의 기본 방식이 매주 제일 재미없는 꼭지를 만들어 온 한 명이 빠져야 하는 살벌한 서바이벌인데, 스튜디오에서 리액션이나 토크 모두 너무 화목하다. ‘김준호 쇼’가 그나마 회자되는 건 못 보던 모습들을 조금씩 뒤틀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진과 황현희라면 차라리 제이 레노 같은 제대로 된 만담이나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것이 그들을 서로 띄워주는 토크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시청자 평가단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코미디 심사위원이라니, 코미디에서는 관객이 바로미터이자 심사위원이다. 품평할 것이 아니라 웃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차라리 면전에서 칸 영화제처럼 비난과 야유 혹은 박수와 웃음소리가 즉각적으로 터져 나온다면 최소한 웃음의 전파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역할이 매우 어정쩡하다.

이제 6회째를 돌아선 <코미디쇼 희희낙락>은 그래도 매회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 사연을 듣고 해답을 내려주는 ‘개그 원포인트 레슨’이나 그 시간 때 불멸의 장수 프로그램이었던 <사랑과 전쟁> 팬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세트 대여까지 여러 시도를 많이 한다. 그러나 코미디에 대한 정의, 다양한 타블렛의 개발, 콩트가 망가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전까지는 ‘황현희의 100 vs 1’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아저씨의 심드렁한 대답과 똑같은 말을 하고 싶다. “별로 할 얘기 없네요.”
글 김교석

글. 강명석 (two@10asia.co.kr)
글. 김교석 (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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