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OCN 토 밤 10시
독일의 문예평론가 발터 벤야민은 브레히트와의 대화에서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은 유행이 지난 뒤에 읽는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뜨거운 유행이 지난 후에 차가운 이성으로 차분히 점검하며 읽기 위해서일 텐데, 2007년 <디 워>를 보지 않은 사람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이 영화가 한국 SF의 획을 그었음에도 평론가에 의해 저평가된 작품인지, 민족주의와 노이즈 마케팅에 기대 완성도 이상의 돈을 벌어들인 작품인지 참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졌었고 많은 사람들은 낚이는 걸 알면서도 논쟁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이번 주 TV 최초로 방영하는 <디 워>는 그 때 호기심에라도 이 작품을 보지 않고 나중에 평정심으로 보겠노라 마음먹었던 사람들이 차분히 ‘돈 안 들이고’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복싱스페셜> KBS N 스포츠 일 오전 9시 50분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는 야구나 농구가 아닌, 복싱일 것이다. 그만큼 범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복싱이란 스포츠 안에서 매니 파퀴아오는 WBC 준우승을 이뤄낸 한국팀만큼이나 특별한 존재다. 복싱의 변방인 필리핀 출신의 그는 멕시코 복시영웅 3인방을 물리치며 4체급을 석권했을 뿐 아니라 최근엔 웰터급의 전설 오스카 델라 호야를 TKO로 꺾으며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런 파퀴아오와 역시 영국의 복싱 영웅인 리키 해튼의 경기는 오래 전부터 최고의 흥행 떡밥으로 논의돼 왔다. 다만 다른 면이 있다면 경량급의 파퀴아오가 해튼에게 밀릴 것이라는 게 과거의 평가였다면 파퀴아오가 호야를 꺾은 지금은 파퀴아오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는 말이 필요 없다. 일요일 아침, 그들의 주먹이 부딪힐 일만 남았다.

<2009 외인구단> 첫 회 MBC 토 밤 10시 40분
뛰어난 원작이 영화 혹은 드라마로 재탄생될 때 많은 팬들은 기대보단 우려를 나타낼 때가 많다. 간혹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나 일본드라마 <백야행>처럼 원작을 뛰어넘는 탁월한 작품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드라마 <식객>, <타짜>, <바람의 나라>처럼 원작의 매력이 무엇이었는지 망각한 작품들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2009 외인구단>을 지켜보는 심정은 두근거리는 한편 불안하다. 특히 프로야구선수로 성공해 최고의 부와 인기를 누리고, 과거의 자신과 작별하기 위해 무인도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야구 훈련을 하는 모습을 21세기에도 공감가게 그릴 수 있는지는 정말 미지수다. 그렇다고 원작의 설정과 단절하는 것 역시 위험한 선택이란 걸 생각해보면 까치와 엄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하기 위해선 오늘 그 서막을 확인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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