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알밤을 정과 끌로 다듬은 듯, 작은 얼굴 안에서 드라마틱한 굴곡을 만드는 지창욱의 이목구비는 그저 ‘잘생겼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졌다. 해사하고 밝은 미소가 잦아들고 난 자리에 문득 드러나는 짙은 남자의 표정이나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번져나가는 천진난만한 소년의 눈빛은 그를 하나의 단어로 묶어낼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한없이 음습하고 불편한 영화 <슬리핑 뷰티>에서 서늘하게 마른 얼굴로 건조한 분노를 그려내던 소년과 유머러스한 모바일 서비스 광고에서 교통 카드 잔액이 부족해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냈던 청년과 시끌벅적한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눈물을 훔치며 수예점 누나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착하고 여린 막내아들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고 눈치 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온도와 색깔을 보여주던, 그는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끈다. 스푼으로 떠내듯 배경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그 분위기는 쉽게 정의될 수 없지만, 그래서 그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잘생긴 얼굴이 변주해내는 의외의 디테일

게다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거치지 않은 지창욱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그는 신중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간단한 질문에도 천천히, 제 마음을 샅샅이 살펴서 가장 정직한 대답을 찾아내듯 띄엄띄엄 이어지는 말투는 느릿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마치 제 손위에 올려놓은 열매를 들여다보듯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의 모서리와 면을 모두 전하고 싶어 하는 이 청년의 태도는 도저히 꾸민 구석이라고는 없다. 그래서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진로를 바꿔 연극영화과에 진학 했다는 그의 대답은 기대보다 싱겁지만, 정말 그 이유가 전부일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비록 그 시작은 막연했으나 목표를 선명하게 인화하기 위해 지창욱은 마냥 기다리지 않았다. 무대에서 연기할 기회 없이 스태프로 일해야 하는 연극과 1학년 시절, 그는 영화과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연기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다녔다. “멀리서도 선배들이 보이면 가서 인사하고, 현장 일 돕고 그랬죠. 출연시켜 달라고 계속 얘기했어요.” 몸으로 뛰는 노력 덕분에 그는 단편 영화에 출연했고, 그 영화를 본 이한나 감독은 그를 <슬리핑 뷰티>에 캐스팅 했다. 기회에 목말랐던 그는 시놉시스도 보지 않고 영화 출연을 결심 했고 “멋도 모르고” 발을 들여놓은 현장에서 배우로서의 학습을 다져나갔다. 그리고 배움에 대한 그의 욕심은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즐비한 <솔약국집 아들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선배님들, 선생님들, 연출님, 작가님한테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작가님은 대본 리딩 할 때도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바로 중단하고 디테일까지 다시 알려주시거든요.”

“우리 솔약국 형님들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운 만큼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하지만, 대본을 받고 한 달 내내 고민하면서 “미풍이는 취미가 남자들과 다를 뿐, 여성스러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하고, 배려가 많은 아이죠”라고 분석까지 했지만, 그는 아직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 보는 것조차 겁이 나는 신인이다. “아, 못했구나. 아직 부족하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까요”라고 말하는 문장 꼬리가 수줍게 흐려지는 그가 훗날 꼭 갖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연기력’이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그가 바라는 것은 엉뚱하게도 ‘사람이 되는 것’이란다. “뭐랄까. 그, 좀, 애매한데… 딱 보면 사람냄새 나는 분들이 있어요. 연기만 잘한다고 해서 사랑받는 배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에 대해 한참을 고심하던 그가 마침내 찾아낸 답은 직유법이다. “우리 솔약국 형님들 같은 배우요!” 무엇을 배울지 잘 알고 있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그의 의지다. 50부작 드라마가 끝날 무렵이면 부쩍 성장한 지창욱의 또 하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만큼 지금 그의 얼굴에는 의욕과 투지가 가득하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