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걸>은 2002년 첫 출판된 세실리 본 지게사의 동명 청소년 소설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세실리 본 지게사는 자신이 졸업한 맨해튼의 명문 사립학교와 뉴욕에서의 직장 생활 경험을 살려 <가십 걸>을 집필했고 올해 11월에 시리즈의 12편을 출간할 예정이다. 워너브라더스는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소설을 영화화할 예정이었으나 이 프로젝트는 제작에 이르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 되었으며, 이후 폭스에서도 TV 시리즈로 기획을 시도했으나 무산되었다. 결국 2005년, 과거 폭스 TV에서 청소년 드라마 시리즈 <디 오씨>를 만들었던 조시 슈워츠가 기획과 집필, 제작을 맡았으며 그는 <베로니카 마스>의 마크 피크나스키에게 파일럿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겼다. 마침내 2007년, 우여곡절 끝에 첫 방송된 <가십 걸>은 좋은 반응에 힘입어 전체 시리즈를 제작할 수 있었다.

뉴욕을 배경으로 실제 뉴욕에서 100% 촬영되고 있는 <가십 걸>은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 1년 동안 잠적했던 세레나가 ‘가십 걸’의 레이더망에 걸린 곳은 그랜드 센트럴 역이고, 블레어와 세레나가 화해를 하는 장면은 비 내리는 센트럴 파크를 배경으로 했다. 극 중 척 아버지의 소유이자, 세리나 가족이 집 대신 머무는 곳으로 등장하는 ‘팰리스 호텔’은 실제로 미드타운에 위치한 유명 호텔이며, 토리 버치나 헨리 벤델 등 고급 부티크나 백화점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프렌즈>나 <섹스&시티> 등 과거 뉴욕을 배경으로 했던 다른 시리즈들처럼 <가십 걸>역시 뉴욕에 대한 비현실적인 묘사로 눈총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극 중에서 가난한 것으로 치부되는 댄의 가족이 살고 있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로프트도 현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2백만 달러짜리라고 하니 <섹스&시티>의 미란다가 브루클린에 살게 되며 놀림 받은 데 이어 <가십 걸>에서도 ‘도시의 촌 동네’로 치부 당한 브루클린 주민들로서는 이래저래 억울할 따름이다. 그 밖에도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까지 자동차로 10분 만에 도착한다는 식의 실현 불가능한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자잘한 오류보다도 더 큰 질책을 받는 지점은 일반 청소년들이 이질감을 느낄 정도인 상류층 10대들의 ‘익스트림 버전’이 아닐까.

“그건 너무 비욘세 스타일이야, 너무 메리 케이트 올슨인걸?” <가십 걸>에서는 실제 셀러브리티가 언급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명문가의 대학생이 게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제니와 사귀자 사람들은 “제니가 케이티 홈즈야?”라며 톰 크루즈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또한 세레나와 어린 시절 결혼을 맹세했던 바람둥이 아티스트 애론 로즈는 90년대 언더그라운드 비주얼 아티스트 애론 로즈를 바탕으로 했다고. 그러나 실제 로즈가 아티스트고, 과거 뉴욕에서 활동했다는 것 외에는 성적인 취향에서부터 아티스트로의 자질까지 동일한 점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럽에 거주하고 있었던 로즈는 <가십 걸>의 작가로부터 단 한 통의 연락을 받은 적 밖에 없고, 방송 후 친구와 지인들부터 5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아서 알게 됐다고. 이후 로즈는 법적 소송을 취하지는 않았으나, 동명 캐릭터에 대한 실망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가십 걸> 패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스키니 진에 심플한 T셔츠, 조끼 또는 스키니 가죽 재킷, 굵직한 장신구 그리고 승마 부츠 등을 즐기는 세레나의 노력하지 않은 듯한 뉴욕 시크, 머리띠부터 구두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는 블레어의 프레피 스타일이다. <섹스&시티>에서 패트리샤 필드와 함께 작업해 명성을 얻은 에릭 대먼이 의상을 담당하며 초반부터 눈길을 끌었던 <가십 걸>은 <틴 보그>는 물론 <뉴욕 매거진> <보그> 등에 다뤄질 정도로 단순히 10대 소녀들만이 아니라 2, 30대 여성까지 이들의 패션을 따라가는 붐을 이루고 있다. 시리즈를 위해 실제 맨해튼 사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했다는 대먼에 따르면 시즌 2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있다고. 블레어는 폴란드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작품 등에 영향을 받아 아트 데코 풍으로 변화해 가고, 세레나는 클림트의 작품에 영향을 받는다. 척은 히치콕 감독의 64년 작 영화 <마니>에 출연했던 젊은 시절 숀 코네리의 영향을 받아 타이트하고 시크한 정장, 목욕가운, 스카프, 밝은 색 셔츠나 바지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패션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발맹 등의 최근 런웨이 작품들의 영향을 받아 세레나와 제니의 의상에 약간의 펑크 요소도 가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가십 걸>의 영향은 지금까지 소개된 청소년 대상 시리즈 중 10대 겨냥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간 ABC의 <로스트>나 NBC의 <오피스> 등 인터넷의 덕을 본 프로그램들은 종종 등장했다. 그러나 <가십 걸>은 TV가 아니라, 전적으로 인터넷에서만 성공을 한 첫 프로그램이라 눈길을 끈다. 이 시리즈 평균 시청률은 261만 명이다. 이는 폭스 TV에서 <디 오씨>가 시청률 하락으로 종영 당한 시기의 절반 정도 되는 수치다. 그럼 이 같이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가십 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 일까. 바로 아이튠 판매다. 젊고,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가십 걸> 시청자들은 기존 매체인 TV에서 시청하기 보다는 아이튠을 통해 에피소드를 구입(일반 에피소드 $1.99, HD 에피소드 $2.99)하거나, 녹화 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티보’ 또는 ‘DVR’ 기능을 이용한다. 약 250~260만 명의 시청자는 일주일 후 DVR 시청자를 더하면 317만 명까지 증가한다. 이 뿐만 아니라 시리즈나 출연배우에 대한 루머나 소식을 블로깅하는 등 24시간 <가십 걸>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지는 등 시청자 모두가 ‘가십 걸’이 되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 CW 채널은 <가십 걸>의 아이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식 웹사이트에서 일부 에피소드를 무료 재생시키는 기능을 중단했다.

한 때 제니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 <잇 걸>이 제작된다는 루머가 있었으나, 최근 뉴스에 따르면 세레나의 엄마 릴리가 80년대 LA에서 보낸 10대 시절을 ‘백 도어 파일럿’ (한편의 영화처럼 제작해, 시리즈가 픽업되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는 방식)으로 제작해, 5월 11일 <가십 걸>의 한 에피소드로 방영할 계획이라고. 가족과 인연을 끊은 어린 릴리가 언니가 살고 있는 LA로 이주해 돈 한 푼 없이 ‘공립학교’를 다니며 당시 유명인들이 자주 모이던 선셋 스트립이나 할리우드 파티에 빠져 들어가 와일드한 10대를 보내는 내용으로 이 에피소드의 반응에 따라 <릴리>라는 제목의 스핀오프로 제작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리얼리티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는 케이블 채널 브라보는 <가십 걸>의 리얼리티 버전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이미 서부를 배경으로 한 <라구나 비치>나 <더 힐스> 등이 소개된 바 있지만, 아직 동부 명문 사립고교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는 없었다. 이미 MTV나 CBS 등에서 기획을 했으나, 촬영에 응하는 학교나 학부모들이 없어 무산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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