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바다도 불렀고, 양파도 불렀고, 김미려도 불렀던 ‘listen’을 실제 무대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007년 국내에서 개봉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영화 <드림걸즈>의 뮤지컬버전이 2월 27일부터 5개월 동안 한국무대에 오른다. 2월 24일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는 한국의 신춘수 프로듀서와 미국의 존 브릴리오 프로듀서를 비롯해 연출과 안무를 맡은 로버트 롱버톰, 배우 김승우, 홍지민, 정선아, 김소향, 최민철이 함께 했다.

1960년대 흑인 스타들의 화려한 성공과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면을 다뤘던 뮤지컬 <드림걸즈>는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006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국내에서 오르는 버전은 브로드웨이에서 올려진 <드림걸즈>에 대한 리바이벌버전이며, 기존 라이선스 뮤지컬들과 달리 브로드웨이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우는 조명, 무대, 의상 디자이너들과 국내배우 및 스태프들이 함께하는 한미합작프로젝트이다. 2007년 가을 라이선스 계약 체결 이후 2년, 그동안의 연습과정과 공연에 대한 소감을 말하던 홍지민과 정선아는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공동프로젝트인만큼 “서로의 견해차에 어렵기도 했고, 최고의 스태프들에게 배우는 자리”이기도 했던 이번 공연은 2월 27일 본 공연을 필두로 7월 26일까지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되며, 2009년 11월부터는 미국 투어를 시작한다.

쇼비지니스에 대한 타고난 ‘감’을 지닌 커티스, 김승우
영화 속 제이미 폭스가 맡았던 ‘드림즈’의 매니저 커티스 역에는 김승우와 오만석이 더블캐스팅 되었다. <드림걸즈>를 통해 뮤지컬 무대에 처음으로 서는 김승우는 모든 것에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중이다. “당연히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하고, 극복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모자란 부분을 김승우의 한계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현재까지 2번정도 무대에 섰는데 아직 성에 안 찬다. 당연히 내가 성에 안 차니 관객분들도 성에 안 차실 거다. 하지만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오랜만에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고 있는데 이 느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사랑과 노래 모두를 빼앗겼던 에피, 홍지민
제니퍼 허드슨의 미친 가창력으로 기억되는 에피 화이트 역에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와 지난 해 SBS <온에어>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홍지민과 <씨왓아이워너씨>의 차지연이 더블캐스팅 되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는데, ‘listen’을 작곡한 헨리 크리거가 프리뷰 전날 와서 공연을 봤다. 공연 후 ‘많은 에피를 만나봤지만 네가 가장 사랑스러우니 고민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줘 그날 이후 자신감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내가 느끼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팀의 중심이 되어 사랑받는 디나, 정선아
영화 속 비욘세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디나 존스 역에는 18살에 뮤지컬 <렌트>의 미미로 뽑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정선아가 맡았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정상을 달리던 ‘드림즈’가 각자의 길과 꿈을 향해 떠나기 위해 마지막 공연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 신 마지막에 떠났던 에피를 불러 함께 노래를 부르는 데 너무나 가슴이 벅차서 항상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지만 원했던 작품이었고, 그런 부분들을 모두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7년간 한 남자만을 사랑했던 로렐, 김소향
‘드림즈’ 안에서 가장 발랄하지만, 의외로 에피와 디나 사이를 어른스럽게 중재하는 로렐은 뮤지컬 <아이다>, <에비타> 등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김소향이 맡았다. “월드 프리미엄이라 어떤 기대를 하고 관객들이 찾을지 모르겠지만, 힘들었던만큼 무대에 오르고 나니 감격스럽다. 첫 프리뷰 하던 날 펑펑 울어서 공연진행이 어렵기도 했었다. 슬픈 눈물이 아니라 해냈다는 성취감과 행복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 180회 공연이 남았는데 한 회 한 회 최선을 다해서 세계 최고의 ‘드림걸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당대 최고의 R&B가수 지미, 최민철
영화 속 에디 머피가 맡아 뛰어난 끼를 보여줬던 지미 역은 <맨 오브 라만차>에서 여관 주인 역으로 웃음을 주었던 최민철이 맡아 뮤지컬에서도 진지해지는 극 중간 중간마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앞선 배우들도 말했듯이, 힘들었던만큼 지금 보상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soul인 것 같다. 화려한 무대, 의상, 쇼, 음악 등에 가려져 우리가 표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안 들릴까봐 걱정되지만 여배우들의 땀, 눈물, 열정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니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웃음)”

관전 포인트
연출가의 입을 통해 “한 작품에 각 분야 최고의 스태프가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얘기할 정도로 뮤지컬 <드림걸즈>는 화려한 면면을 가지고 있다. 기존 뮤지컬들이 많이 차용하고 있는 세트로 이루어진 무대 대신 다채로운 영상과 화려한 색감을 표현하는 LED무대, ‘드림즈’가 22번 갈아입는 의상, 화려한 군무 등이 바로 그것. 하지만 앞서 배우 최민철이 언급했던 바 대로 잘못하면 화려한 스케일 안에 메시지가 묻힐 위험성도 있다. 또한, 프리뷰를 본 관객들은 영화에 비해 커티스 캐릭터가 단조로워졌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땀과 눈물, 열정으로 이루어진 영혼”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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