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슬럼가가 접수했다.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가 22일 LA에서 열린 제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은 물론 각색, 촬영, 편집, 음향, 음악, 주제가상까지 8관왕에 올랐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8관왕 영예

인도의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의 원작 소설 를 각색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뭄바이 슬럼가에 사는 열여덟 살의 고아 소년 자말이 상금 2천만 루피가 걸린 퀴즈쇼에 출연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우승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지난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작품, 감독, 각본, 음악상을 휩쓴 바 있다.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 감독은 이 작품에서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인도의 빈민가를 생동감 넘치게 그려내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자말 역을 연기한 배우 데브 파텔은 2007년부터 방영된 영국 드라마 <스킨스>에서 엄격한 무슬림 가정에서 자랐지만 머릿속은 온통 여자 생각뿐인 철없는 소년 앤워 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먼저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케이트 윈슬렛, 골든 글로브에 이어 여우주연상 수상

남우주연상은 70년대 미국에서 동성애자 최초로 시의원에 당선되었던 인권운동가 겸 정치인 하비 밀크의 생애를 그린 영화 <밀크>의 타이틀 롤을 맡은 숀 펜에게 돌아갔다. 평소 정치적 견해를 뚜렷하게 표현하는 배우 가운데 하나로 유명한 숀 펜은 수상 소감에서도 감사와 영광을 표한 데 이어 “최근 캘리포니아의 동성 결혼 금지 법안에 투표한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동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3년 <미스틱 리버>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숀 펜과 달리 그동안 <센스 앤 센서빌리티>, <타이타닉> 등 쟁쟁한 작품들과 함께 무려 다섯 번이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이 상을 놓치곤 했던 케이트 윈슬렛도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전후 독일을 배경으로 십대 소년과 사랑에 빠지는 비밀스런 여인 한나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슬렛은 “여덟 살 때부터 샴푸통을 들고 욕실 거울을 보며 수상 소감을 연습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트로피는 샴푸통이 아니다” 라는 농담을 섞어 감격스런 심경을 드러냈다. 케이트 윈슬렛은 골든 글로브에서도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어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3개 부문 수상

한편 우디 앨런 감독의 로맨스 영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질투심 강하지만 매력적인 여인 마리아 엘레나를 연기한 페넬로페 크루즈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 故 히스 레저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그의 가족들이 대신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았다. 히스 레저의 이름이 발표되는 순간 시상식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기립해 그를 추모했다. 그 밖에 무려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기대를 모았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미술, 분장, 시각효과 등 기술 부문에서 3개상을 수상했다.

각 부문 수상작 및 수상자

작품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감독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남우주연상 <밀크> 숀 펜
여우주연상 <더 리더> 케이트 윈슬렛
남우조연상 <다크 나이트>히스 레저
여우조연상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페넬로페 크루즈
각본 <밀크> 더스틴 랜스 블랙
각색 <슬럼독 밀리어네어> 사이먼 뷰포이
촬영, 편집, 음악, 주제가, 음향 <슬럼독 밀리어네어>
미술, 분장, 시각효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음향효과 <다크 나이트>
의상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
외국어 영화 <굿바이> (일본)
단편영화 <토이랜드>
단편 애니메이션 <라 메종 드 프띠 큐브>
장편 애니메이션 <월 E>
단편 다큐멘터리 <스마일 핑키>
장편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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