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만났던 친구는 “연애세포가 다 죽어버렸다”며 로맨스소설을 좀 읽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녀를 알고 지낸지 벌써 12년째, 단 한 번도 그 친구가 로맨스소설을 읽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그녀는 말만 그렇게 해놓고 결국 책을 사지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가슴속에 남아있기나 하는지 알 수 없는 연애세포들이 궁금해져서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포스터에 배우얼굴은 나오지도 않고 달랑 하트 하나만 있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다.

<김종욱 찾기>는 한 여자가 인도에서 만났던 ‘외로운 각도의 턱선과 날카로운 지성의 콧날’을 지닌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창작뮤지컬.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만큼이나 말랑말랑한 내용의 이 작품은 결국 바스락거려서 찢어지기 일보직전이었던 마음을 그저 바스락거리게만 만들어주었다. 지금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뮤지컬계의 ‘원조훈남’ 오만석, 엄기준, 김무열 등이 거쳐 간 이 작품이 어느새 4번째 시즌이다. 이번 시즌은 <쓰릴 미>의 원조 ‘나’ 강필석, 최근 뮤지컬에 도전하고 있는 고세원, 김지우, 정상훈 등이 합류하여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공연되고 있다. 그동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면서 최근엔 <꽃보다 남자>를 보면서 연애세포를 키우고 있는 바로 우리, 당신께 추천한다. 단, 절대 혼자 가지 말 것. 데이트용으로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는 평가만큼이나 당신의 앞, 뒤, 좌, 우엔 데이트용 의상을 갖춰 입고 만난 커플들이나 대략 사귄지 45일정도된 커플들로 득시글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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