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히어로즈>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지난 시즌 작가 파업의 여파와 소재 고갈로 별다른 화제작을 내놓지 못했던 미국 드라마 시장에 모처럼 참신한 시리즈가 등장할 조짐이다. 빌 윌링엄의 만화 <페이블즈>(Fables)를 원작으로 워너브라더스 TV에서 제작하고 ABC에서 방영될 예정인 이 파일럿 프로그램은 백설공주, 피노키오 등 서양의 민간 설화와 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세계로부터 추방당해 현대의 뉴욕으로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쫓겨난 동화 속 주인공들의 뉴욕 정착기

물론 <페이블즈>는 DC 코믹스의 성인 레이블로 <브이 포 벤데타>, <콘스탄틴> 등을 내놓았던 버티고(Vertigo)에서 출간된 시리즈인 만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거나 밝고 따뜻한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백설공주, <잭과 콩나무>의 잭, 수많은 동화에 등장하는 ‘프린스 차밍(Prince Charming)’, <빨간 두건 아가씨>와 <아기돼지 삼형제>의 ‘빅 배드 울프(Big Bad Wolf)’ 등은 적에 의해 자신들의 세계를 빼앗기고 뉴욕의 한 지역에 새로운 마을 ‘페이블 타운’을 건설하고 사는데, 어느 날부터 이들에게는 반군과의 전쟁, 쿠데타, 암살 기도, 비극적인 사랑 등 다채롭고 스펙터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연재되고 있는 <페이블즈>는 2006-2007년 시즌 NBC에서 <카트리나 빌>의 작가 크레이그 실버스타인과 손잡고 제작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SF 영화 <엘렉트라>의 각본을 쓰고 ABC <식스 디그리즈>의 각본과 제작에 참여했던 스투 지커맨과 레이븐 메츠너가 맡아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학 시절 만나서 10여 년 동안 공동 작업을 해 왔으며 “평생 동안 만화의 팬”이었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페이블즈>의 첫 회를 읽었을 때부터 이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백설공주 여동생 살해 사건, 풀 수 있을까

<히어로즈>와 <라이프> 등을 연출했던 데이빗 시멜이 감독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페이블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개과천선한 뒤 특사를 받아 페이블타운의 보안관이 된 ‘빅 배드 울프’가 백설공주의 여동생인 ‘로즈 레드(Rose Red)’의 살해 사건을 조사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지커맨은 “캐릭터들은 서로 비밀과 유대감을 공유한다”고 말했으며 메츠너는 “우리는 어떤 캐릭터든 하나씩의 에피소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화 속 캐릭터들은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만한 특징을 그대로 지닌 채 등장할 예정인데, 예를 들어 ‘프린스 차밍’은 깔끔한 미남인 데 비해 ‘빅 배드 울프’는 계속 수염이 자라기 때문에 매일 면도를 해야 하는 식이다. 그러나 메츠너에 의하면 동화 속 캐릭터들의 외모를 그대로 살리기보다는 “당신이나 나처럼 살아서 숨 쉬는 현실 세계의 보통 사람처럼 보일 것”이라고 하니, 현실 세계로 온 판타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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