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누들로드>와 MBC <북극의 눈물> 같은 국내제작 다큐멘터리들이 시청자들을 찾았다. 지난해 방영했던 KBS <차마고도>처럼 이들 작품 역시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의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의욕은 높아졌지만 해외에서 통할 다큐멘터리는 어떤 스토리가 좋은지, 어떤 홍보기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주관으로 8일부터 9일까지 목동 방송회관에서 진행하는 ‘다큐멘터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제작 전문가 초청 스토리텔링 및 피칭 워크숍’에는 이런 국내 제작환경을 위해 준비한 행사다. 행사 제목 그대로 국내 제작자들에게 제언을 해줄 두 명의 다큐멘터리 전문가가 초빙됐다. 한 명은 <천리마 축구단>, <어떤 나라> 등 북한을 주제로 한 작품을 연출해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친숙한 대니얼 고든이고, 다른 한 명은 유럽지역 다큐멘터리 제작자 네트워크인 EDN의 이사회 멤버인 스티븐 사이덴버그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청계천 관련 다큐멘터리 <인간이 만든 경이, 서울 탐색>의 작가 및 연출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전체주의 국가로만 알려진 북한의 의외로 인간적인 소소한 모습들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공사처럼 어떤 주어진 사실들을 시청자가 보편적으로 재밌어할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기법이야말로 해외 시장 진출을 원하는 국내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노하우가 될 것이다. 다음은 워크숍이 시작되기 전 이들 초청강사가 기자들과 진행한 공동 인터뷰 내용이다.

“<누들로드>의 경우 외국에 나가면 잘 될 거 같다”

한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본 경험은 있나.

스티븐 사이덴버그
: 내가 본 한국 작품은 6편인데 모두 다 부족하고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이들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국제용이 아니었다.

국제용이 아니라는 것은 퀄리티의 문제인 건가.
스티븐 사이덴버그
: 한국 시청자가 알고 있는 걸 해외 시청자도 알 거란 기대에서 출발하는 작품이 해외에서 통할 리 없다. 그들은 서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도를 보여주고 줌인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서울을 보여줘야 한다. 다큐멘터리의 기본 시작은 배경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한국 다큐멘터리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유교사상 배경과 서울의 인구도 알아야 한다. 이런 정보를 줘야 그들이 다큐멘터리를 본다.
대니얼 고든 : 퀄리티도 문제다. 한국의 경우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퀄리티 차이가 크다. 한국 영화는 이제 세계적으로 존중받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런 일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스티븐 사이덴버그: 그래도 어제 한국에서 본 는 상당히 잘 만든 다큐멘터리였다. 영상도 잘 찍었지만 무엇보다 스토리가 좋았다. 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볼륨을 끄고 봐도 이해할 수 있다면 잘 만든 다큐멘터리”

어떤 방식으로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까.

대니얼 고든
: 재미있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흥미로운 주제를 골라야 한다. 흥미가 없는 주제를 고르면 다른 요소가 아무리 좋아도 흥미를 느낄 수 없다.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말 재밌는 시각 기법을 사용한다. 우리 팀의 카메라맨은 정말 잘 찍고 편집하는 사람도 정말 창의적으로 한다. 그리고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도 많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조합될 때 재밌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티븐 사이덴버그 : 가장 중요한 것은 비주얼이다. 다큐멘터리를 볼 때 볼륨을 꺼도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잘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렇지 않다면 실패한 것이고. 특히 정말 중요한 건 먼저 영상을 찍고 나서 스크립트를 만드는 것이다. 스크립트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 맞게 영상을 찍는 건 틀린 작업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현지인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우의 내레이션이나 작가의 글이 아니라 직접 그 지역에 있는 등장인물이 나타나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된다.

그런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식으로 팀을 운영해야 할까.
스티븐 사이덴버그
: 프로젝트마다 구성되는 팀이 다를 거다. 때문에 독특한 하나의 답이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거다. 예를 들어 만약 북극에 가는 팀이 있다면 체력이 엄청나게 좋아야 할 테니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론적으로 말한다면 리서처, 카메라맨, 편집자, 작가, 사운드맨, 음악 작곡가, 이렇게 6개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
대니얼 고든 : 질문을 듣자마자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즉 협동 작업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절대로 우리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감독이지만 직접 리서치를 하고 스크립트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카메라맨, 편집자, 사운드맨, 이 셋은 내게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들이 없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나는 결코 감독이 리드맨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축구와 마찬가지다. 감독 혼자서, 혹은 감독 없이 팀만 있다고 경기가 가능할 수 없는 것처럼.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절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지는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 통하기 위해 내레이션도 중요할 것 같다.
대니얼 고든
: 내 경우 북한 관련 첫 두 영화에서 예산이 부족해서 내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고, 월북한 미국 병사에 대한 영화인 <푸른 눈의 평양 시민>에서는 미국 배우인 크리스찬 슬레이터에게 부탁했다. (스티븐 사이덴버그 : 악센트 때문인가?) 맞다. 예를 들어 광산에서 노동자들이 즐기는 개 경주에 관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 지역 출신 코미디언을 썼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그 지역 악센트를 정확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스티븐 사이덴버그 : 악센트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영국식 악센트를 싫어한다. 그에 비해 영국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미국식 악센트를 싫어하진 않는다. 작년에 두 개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방송국에서 정말 엄청난 돈을 지불해 유명한 여배우를 내레이션으로 캐스팅했다. 그러고 나서 완성된 걸 미국으로 보냈는데 결국 미국에서는 현지 배우를 써서 새롭게 녹음을 했다. 한 시장에서 굉장히 의미 있던 목소리가 다른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메시지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당신(대니얼 고든)의 영화를 보면 ‘결국 세상 사람들은 같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대니얼 고든
: 내가 원하는 건 위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내가 스포츠를 영화화한다면 스포츠를 통해 사람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거다. 만약 여기서 ‘세상 사람들은 같다’는 메시지를 받는다면 영화의 부산물일 뿐 내 의도는 아니다.
스티븐 사이덴버그: 내게 한 질문은 아니지만 대답하겠다.(웃음)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절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지는 않는다. 스토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다큐멘터리다. 물론 그 스토리를 보며 시청자가 어떤 메시지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게 내 의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몰다가 대기오염이 생겼다고 오염을 위해 자동차를 모는 건 아니지 않나.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닌 시청자들이 메시지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파악하는 과정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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