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애 참 얄밉다. MBC <그 분이 오신다>의 재숙을 볼 때 드는 생각이다. 툭하면 쌍둥이 동생 재용(정재용)의 약점을 잡아 5만 원씩 상습적으로 빼앗아가고, 침술을 연습한다고 재용 친구 만수의 눈을 멀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얄밉고, 그러면서도 예쁜 얼굴을 무기 삼아 내숭을 떠는 게 얄밉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쟨 그냥 나쁜 거 아니야?’라고 시청자가 생각할 즈음 기억을 잃은 아버지 문식 때문에 밤새 이불 속에서 울고, 중학생에게 삥을 뜯긴 동생을 위해 정의의 주먹을 행사해 아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게 더욱 얄밉다. 마치 ‘내가 뭘?’이라고 말하듯 동그랗게 뜬 큰 눈이 인상적인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신인 하연주다.
솔직한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큰 눈
“기한이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몇 년 정도 있으면 일이 생긴다는.” <그 분이 오신다>로 데뷔하기 전 광고나 영화 등 여러 오디션에서 항상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던 3년여의 시간을 얘기할 때 그녀의 눈은 감정을 숨길 수 없는 듯 살짝 글썽거린다. 시트콤 안에서는 내숭과 뻔뻔함의 결정체 같았던 그 커다란 눈이. 어색한 인터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아직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은 오히려 그녀와의 대화를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방금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넌지시 말해주자 “제가 원래 누가 글썽인다고 하면 금방 글썽이고, 얼굴 빨개진다고 놀리면 또 더 빨개지고 그래요”라고 대답하면서 어김없이 얼굴을 붉히던 그녀는 재숙 역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말에 “어머,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 얘기 들으면 너무 좋아요”라며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순간순간의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그녀가 가장 환하고 적극적으로 보일 때는 눈물이 아닌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일 때다. 인터뷰어에게 누굴 인터뷰해 보았느냐, 드라마는 언제 다 챙겨 보느냐, 글 쓰는 게 즐겁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볼 때나 “가장 존경하는 연기자”인 나문희의 연극이 너무 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를 때, 그 얼굴에서는 세상을 더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어하는 기분 좋은 조급함이 느껴진다. 아직 초짜인 연기자가 재숙이 어떤 아이일지 상상하며 <엽기적인 그녀> 속 전지현의 뻔뻔함과 ‘패밀리가 떴다’ 속 이효리의 자신만만함을 담아내려 했던 것도 캐릭터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 때문이지 않을까. 이처럼 궁금한 것도, 신기한 것도 많은 그녀가 심지어 3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연기자라는 이름에 설레어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중학교 때부터 “다른 누구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부러웠던” 이 신인 배우에게 <그 분이 오신다>라는 데뷔작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윤소정, 이문식, 정경순 같은 연기 달인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작은 기적인 셈이다.
활짝 열린 창문같은 그녀
인터뷰 중반 그녀가 기사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건넨 A4 뭉치에는 <굿바이 솔로>와 <고맙습니다>처럼 인간의 선함에 대한 믿음이 살아있는 드라마를 향한 애정과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지만 왠지 멋있는 기형도 시에 대한 동경, 나문희의 연기력과 조승우의 카리스마에 대한 존경심까지 그녀의 모든 취향이 무려 100문 100답으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보다 흥미로운 건 소속사의 요청 없이 혼자 그런 자료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그만큼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마치 활짝 열린 창문처럼. 그 창문을 통해 받아들이는 풍경은 숨김없이 드러나는 그녀의 감정처럼 왜곡되지 않은 온전한 모습이지 않을까. 이제 막 연기의 맛을 본, 그것도 코믹 연기로 데뷔한 그녀의 눈이 앞으로 훨씬 많은 감정과 개성을 담아내리라 기대하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솔직한 감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큰 눈
“기한이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몇 년 정도 있으면 일이 생긴다는.” <그 분이 오신다>로 데뷔하기 전 광고나 영화 등 여러 오디션에서 항상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던 3년여의 시간을 얘기할 때 그녀의 눈은 감정을 숨길 수 없는 듯 살짝 글썽거린다. 시트콤 안에서는 내숭과 뻔뻔함의 결정체 같았던 그 커다란 눈이. 어색한 인터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아직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은 오히려 그녀와의 대화를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방금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넌지시 말해주자 “제가 원래 누가 글썽인다고 하면 금방 글썽이고, 얼굴 빨개진다고 놀리면 또 더 빨개지고 그래요”라고 대답하면서 어김없이 얼굴을 붉히던 그녀는 재숙 역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말에 “어머,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 얘기 들으면 너무 좋아요”라며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순간순간의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그녀가 가장 환하고 적극적으로 보일 때는 눈물이 아닌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일 때다. 인터뷰어에게 누굴 인터뷰해 보았느냐, 드라마는 언제 다 챙겨 보느냐, 글 쓰는 게 즐겁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볼 때나 “가장 존경하는 연기자”인 나문희의 연극이 너무 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를 때, 그 얼굴에서는 세상을 더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어하는 기분 좋은 조급함이 느껴진다. 아직 초짜인 연기자가 재숙이 어떤 아이일지 상상하며 <엽기적인 그녀> 속 전지현의 뻔뻔함과 ‘패밀리가 떴다’ 속 이효리의 자신만만함을 담아내려 했던 것도 캐릭터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 때문이지 않을까. 이처럼 궁금한 것도, 신기한 것도 많은 그녀가 심지어 3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연기자라는 이름에 설레어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중학교 때부터 “다른 누구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부러웠던” 이 신인 배우에게 <그 분이 오신다>라는 데뷔작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윤소정, 이문식, 정경순 같은 연기 달인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작은 기적인 셈이다.
활짝 열린 창문같은 그녀
인터뷰 중반 그녀가 기사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건넨 A4 뭉치에는 <굿바이 솔로>와 <고맙습니다>처럼 인간의 선함에 대한 믿음이 살아있는 드라마를 향한 애정과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지만 왠지 멋있는 기형도 시에 대한 동경, 나문희의 연기력과 조승우의 카리스마에 대한 존경심까지 그녀의 모든 취향이 무려 100문 100답으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보다 흥미로운 건 소속사의 요청 없이 혼자 그런 자료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그만큼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마치 활짝 열린 창문처럼. 그 창문을 통해 받아들이는 풍경은 숨김없이 드러나는 그녀의 감정처럼 왜곡되지 않은 온전한 모습이지 않을까. 이제 막 연기의 맛을 본, 그것도 코믹 연기로 데뷔한 그녀의 눈이 앞으로 훨씬 많은 감정과 개성을 담아내리라 기대하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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