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그룹 마흔파이브로 뭉친 코미디언 김지호(왼쪽부터),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 / 제공=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그룹 마흔파이브로 뭉친 코미디언 김지호(왼쪽부터),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 / 제공=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마흔대로 살지 말고 마음대로 사는거야~’
KBS2 ‘개그콘서트’에서는 ‘대선배’로, MBC ‘쇼!음악중심’에서는 ‘신인 가수’로 활동 중인 그룹 마흔파이브의 데뷔곡 ‘스물마흔살’의 한 소절이다.

KBS 공채 22기 코미디언 허경환·박영진·김원효·박성광·김지호로 꾸려진 마흔파이브는 지난달 24일 첫 번째 싱글 ‘스물마흔살’을 발표하고 어느 때보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해오던 꿈의 프로젝트 ‘마흔파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마흔 살을 두 달 앞두고, 더 이상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우선 몸담고 있는 소속사가 모두 달라서 그룹 활동으로 1년 계약을 맺고 악기와 노래, 춤 연습에 돌입했다.

그 야심찬 시작인 ‘스물마흔살’은 가수뿐만 아니라 ‘갓떼리C’라는 작곡가로도 두각을 나타내는 홍진영을 비롯해 알고보니 혼수상태, 김지환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곡이다. 홍진영은 프로듀싱까지 맡아 마흔파이브의 도전에 힘을 보탰다. ‘너도 하니까 나도’ 식의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다가오는 마흔 살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열정을 갖고 모인 마흔파이브. 예상을 뒤엎는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로 출발한 이들은 멋들어지는 악기 연주부터 개그와 음악을 접목한 다채로운 공연, 내친김에 해외 진출까지 찬란한 마흔을 꿈꾸고 있다.

10. 어떻게 뭉치게 됐나요?
김원효 : 오랫동안 품어온 저의 계획이었어요. 모두 KBS 공채 22기 동기들인데, 나이도 81년생으로 다 같죠. ‘개그콘서트’를 할 때 코너처럼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거예요. 계획을 더 키웠죠. 마흔이 되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빨리 공개하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서른 아홉에 뭉친 겁니다.(웃음)

10. 다른 멤버들은 제안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박성광 : 처음 이야기를 들은 건 3년 전이에요. 1년에 한 번씩 같은 이야기를 들었죠. 지난해 겨울에는 본격적으로 해보자면서 악기를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한 치킨집에서 ‘창단식’이라고 적은 종이까지 벽에 붙여놓고 창단식도 했습니다. 영상도 남겨놨어요.(웃음) 처음 들을 때만 해도 “그래 알았어~”라고 답하면서도 “될까?” 싶은 마음이었어요. 심지어 창단식에 (허)경환이는 오지도 않았죠.

10. 다들 찬성하는 분위기였습니까?
김지호 : 김원효가 몇 년을 구상하고 계획한 뒤에 말한 건데 우리는 5분 만에 다 거절했어요, 하하.
박성광 : 거절이라기 보다 “되겠어?”라면서 의구심을 품은 거죠. 그러면서도 혹시 몰라서 악기 연습을 했어요.(웃음) 그런데 김원효가 MBC ‘복면가왕’에 나가서 “(마흔파이브로) 음원을 발표할 겁니다”라고 선언을 해버린 거죠.
김원효 : 우리가 힘을 합치면 뭐든 안되겠나 싶어서 일단 저지르고 부탁을 했습니다.(웃음) 그래서 ‘마흔파이브’라는 이름도 상표권 등록해 증서를 갖고 가서 보여줬어요. “이제 진짜 해야 한다”면서요.
박성광 : 정말 추진력이 좋더라고요.(웃음)

10. 처음부터 밴드를 준비했나요?
김원효 : 홍진영을 만나서 컨설팅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러 이야기를 들었어요. 밴드로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음악이 제한적이라면서 그룹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옷을 입으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밴드 음악을 하려고 악기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내자고 하면 흉내 내면서 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 없을 것 같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배우고 있습니다. 언제든 연습할 수 있도록 연습실도 1년 계약으로 빌렸어요.

10. 마흔파이브로 뭉쳐서 진짜 보여주고 싶은 게 뭔가요?
허경환 : 팀을 만들 때는 ‘공연을 하자’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홍진영이 노래를 만들어줬고, 다양한 방송을 통해서 팀과 노래를 알리고 있죠. 이후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공연을 열고 싶습니다.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도전하는 팀이 될 거예요.
김원효 : 마흔을 좀 특별하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20대가 우리를 좋아해 주면 기쁘겠지만 30~40대가 공감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을 열고 싶습니다.

그룹 마흔파이브가 “도전하는 마흔 살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 제공=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그룹 마흔파이브가 “도전하는 마흔 살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 제공=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10. 데뷔곡이 흥겨운 노래가 아니라 잔잔한 느낌의 발라드여서 더욱 신선합니다. 가사 작업에도 모두 참여했죠?
박성광 :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자고 생각해서 고른 노래입니다. 이후에는 우리에게 기대하는 까불고 재미있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음악방송을 위해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버전도 만들어놨어요.
김원효 : 가사를 직접 써서 우리끼리 발표회도 했어요. 첫 발표회 때는 노래 제목인 ‘스물마흔살’만 건졌어요. 그렇게 한 번 실패하고 다음에는 다 같이 모여서 작사를 하니까 잘 되더라고요. 우리들의 스무살과 마흔을 살아온 얘기, 솔직한 마음을 썼습니다.

10. 다 같이 모여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김원효 : 어려움이 많죠. 일단 소속사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일정 맞추는 것도 어려워요.
박성광 : 연습 시간을 맞추는 것과 더불어서 현실적인 부딪힘은 우리는 신인가수라 행사나 방송 출연료를 신인 때로 맞춰야 하는 데서 나와요. 몇 명이 예전에 받았던대로 받으려고 하니까…. 하하하.

10. 다투기도 하나요?
박성광 : 몸싸움을 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허경환 : 메신저 대화방에서 누가 봐도 화난 것처럼 이야기해요. 어느 날 김원효가 ‘서운하다’는 장문의 글을 남기고 단체 대화방을 나간 적이 있어요.(웃음) 그런데 서운함이 오래 이어지진 않아요. 이 친구들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부분도 많더라고요.
김원효 : 이 친구들을 만나면 스무 살처럼 싸운다는 게 웃겨요.
김지호 :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툭툭 털고 일어나죠. 메신저 대화방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허경환도 단체방에서 한 번 나간 적 있습니다.(웃음)

10. 실력이 늘어가는 것도 느낍니까?
박성광 : 홍진영이 녹음할 때 포인트를 짚어주고 응원을 해줘서 힘을 얻었고, 전문가에게 보컬 수업도 받고 있어요.
박영진 : 사실 저는 노래를 안 부르는 조건으로 합류했어요. 악기도 드럼을 맡아서 연습했죠. ‘복면가왕’의 보컬 트레이너에게 ‘가망 없음’ 판정을 받았거든요. 다른 멤버들은 발성, 호흡을 배우면 늘겠다고 했는데 저에게는 힘들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하고 노래 부르는 것에 대한 울렁증도 심한데, 점점 극복하면서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항간에는 MR 제거 영상도 떠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아주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0. 코미디언으로는 베테랑들인데, 신인 가수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어때요?
김원효 : 새벽 4시에 모여서 연습하는 것도 처음이고, 사실 우리 기수는 ‘개그콘서트’에 가도 선배 대우를 받아요. 그런데 가수로는 모든 게 처음이어서 신인처럼 하자고 굳이 마음을 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신인의 자세가 나옵니다.

10. 음악방송에 출연했을 때 다른 가수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박성광 : 데뷔했다고 하니까 축하한다고는 해주는데 우리 팀을 잘 모르더라고요.(웃음) 큰 기대 없이 흥미 위주, 단발성 활동으로 보는 것 같아요.
김지호 : 대기실을 다 돌면서 CD를 건넸어요. 아이돌 친구들이 우리를 어려워하니까 우리도 어렵더라고요.(웃음)
김원효 : 웃겼던 건 “예쁘게 봐달라”고 인사를 하니까 그 친구들이 우리에게 “어렸을 때부터 팬”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초등학교 때 지방 공연에서 악수해줘서 고마웠다”라고도 하고요, 하하.
박성광 : 한 친구는 ‘창작동요제’에 나왔다고 인사하더라고요. 제가 MC를 봤거든요.

10. 코미디언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가 뭉친 그룹 셀럽파이브와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김원효 : 비슷한 건 ‘파이브’라는 이름밖에 없고 우리와는 모양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개그를 하는 사람들이 뭉친 그룹이어서 같아 보일 수도 있죠. 우리가 갈 길을 먼저 가고 있으니까 선배들의 영향을 당연히 받고 배울 점은 배우고 싶습니다.
허경환 : 우리는 남성그룹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보여줄 겁니다.
김지호·박영진 : 사실 비교를 해주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룹 마흔파이브. / 제공=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그룹 마흔파이브. / 제공=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10. 가수가 되고 뿌듯한 순간이 있었습니까?
김원효 : 개그 할 때도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는 순간이 가장 재미있는데, 가수로서도 콘셉트 회의를 하고 쉴 틈 없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좋아요. 그리고 혼자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 것과 팀으로 나가는 건 완전히 다른 기분이에요.
박영진 : 가수로 무대에 오르는 건 리듬이 달라요. 공개 코미디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항상 정해진 대로 움직였는데, 이번에 음악 방송에 출연하면서 새벽부터 리허설하고 생방송 무대에 오르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별 탈 없이 해내서 스스로 대견한 기분도 들어요. 공개 코미디를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는데 다시 스무 살 신인 때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성취감을 얻으려면 아직은 부족해서 더 해야겠지만, 고무적으로 기분 좋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10. ‘개그콘서트’가 다음달부터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방송 시간을 옮기는데, 좀처럼 예전만큼의 인기나 명성을 못 얻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코미디언들의 가수 도전이 늘어나면서, 공개 코미디의 시대는 이렇게 저무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요.
허경환 : 우리가 한창 ‘개그콘서트’를 할 때도 제약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후배들 때는 개그가 더 편해지겠지, 우리도 언젠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겠지 생각했는데 더 심해졌습니다. 비하했다, 왜곡됐다, 편협하다 등의 말이 나오니까 어떤 얘기도 못하는 거죠. 그 좁은 틈에서 후배들이 개그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안쓰럽죠. 우리가 후배들을 챙기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두렵기도 해요. 삶은 자극적인데 뱉을 수 있는 건 한정적이어서 괜히 나가서 “뭐야~ 별로 재미도 없네”라는 말을 들을까봐요.
김원효 : 우리가 ‘개그콘서트’ 밖으로 나온 게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것들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코너를 처음부터 다 짜서 보여줘도 우리 것이 없거든요. 그렇지만 공연이나 음반, 유튜브 영상에는 저작권이란 게 있잖아요. 그렇게 하나씩 찾아가는 거죠.
박영진 : 지금도 모두 ‘개그콘서트’의 코너 아이디어 검사를 받고 있어요. 좋은 게 나오면 출연하는 거죠.
박성광 : ‘개그콘서트’의 방송 시간대가 바뀌는 건 저에게도 좀 충격적인 일이긴 합니다. 지금 출연 중인데, 프로그램이 잘 안돼서 음악으로 방향을 트는 건 아니에요.

10. 웃음을 주는 일도 계속하는 거죠?
박성광 :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는 공연이었고, 개그와 노래를 같이 보여드리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웃음을 드릴 수 있다면 매체가 뭐든 상관없어요.
김지호 : 유쾌한 에너지를 준다면 어떤 무대든 오르고 싶습니다. 마흔파이브의 멤버들과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함께 하고 싶어요. 여행을 가거나 ‘몸만들기 프로젝트’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마흔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루고 싶습니다.

10. 각자에게 마흔은 어떤 의미입니까?
김지호 : 우리의 이번 음반 제목을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정했는데, 그 제목처럼 다시 찾아온 스무 살 같습니다. 꿈꾸고 도전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죠.
김원효 : ‘스물마흔살’의 가사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스무 살 때처럼, 마흔대로가 아니라 마음대로 40대를 즐겨보고 싶어요.
박영진 : 지금까지 눈치를 보면서 살았어요. 남들에게 잘 보여야 해, 나잇값을 해야 해, 근엄해 보여야 해 등등. 마흔이 되면 조금은 더 나를 위해, 나의 가족들을 위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최소한 내 마음에 드는 삶을 살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박성광 : 꿈꾸는 마흔, 설레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새롭게 도전하는 것도 많고, 기대하는 것도 많고 설렘이 많은 그런 날들이 많았으면 해요.

10. 두 번째 음반은 언제 나오나요?
김원효 : 내년 상반기까지 2집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밴드 음악도 한 곡 받았고 연습만 잘하면 되는데, 워낙 어려운 곡이어서 쉽지는 않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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