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천우희가 짙은 감성 연기로 가을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채비를 마쳤다. 연인, 가족,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여러 사람에게 상처 받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30대 여성 서영으로 분해 몰입도 높은 연기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 ‘버티고’에서다. 천우희는 2004년 개봉작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2014년 ‘한공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에는 스스로 한계에 부딪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때 만난 작품이 ‘버티고’다. 연기를 통해 힘든 시기를 극복했다는 천우희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영화를 본 소감은?
천우희: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나면 늘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쉬운 부분도 있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10. 어떤 부분이 아쉬웠나?
천우희: 배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기를 먼저 보게 된다. ‘이 장면에선 이렇게 연기해야겠다’ 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느낌이 잘 구현됐나를 봤다. 잘 맞아 떨어진 곳도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10. 마지막 장면에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났지만 관객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천우희: 사실 배우들끼리도 의견이 다 달랐다. 관객들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다 다를 것이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장면이다. 내가 어떤 이야길 해버리면 그게 정답처럼 보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10. 서영이란 인물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왜 저렇게까지 힘겨워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서영은 어떤 인물인 것 같은가?
천우희: 서영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이 인내하고 배려했다. 자기 중심이 아니라 가족, 연인,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우선시해 결국 자기가 뒤로 밀렸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답답해 보였다. 왜 이렇게 참아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도 됐다. 우리 주변에도 뭐든 수월하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것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서로 다른 이들과 살아가면서 잘 지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서영이다. 최근에 ‘멜로가 체질’에서 내가 연기한 진주와는 또 다른 성향이다. 둘 다 30대 여성인데 그 모습이 다른 것뿐이지,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0. 서영에게 연인 진수(유태오 분)는 어떤 존재였나?
천우희: 그나마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진수 앞에선 웃거나 장난도 친다. 우리도 가족이 가장 가깝긴 하지만 말하지 못하거나 표현 못 할 때가 있지 않나. 서영에겐 엄마가 그런 존재다. 미울 때가 있지만 밀어낼 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가깝게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숨통을 트이게 한 사람이 진수다.
10. 진수를 연기한 유태오와의 호흡은 어땠나?
천우희: 첫 촬영부터 키스신이 있었다. 친한 건 아니어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래서 서로 쿨한 척했다. ‘연기인데 뭐 어때?’라면서도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10. 유태오의 한국말이 서툴러서 어렵진 않았나?
천우희: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언어라는 게 미묘한 표현 차이 때문에 처음의 의도와 달라질 수 있다. 태오 씨는 최대한 톤을 잡고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줬다. 호흡을 맞추는 입장에서 너무 고마웠다.
10. 로프공 관우(정재광)는 서영에게 어떤 존재일까? 사랑이란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천우희: ‘만약 로프공이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배우들끼리 농담 삼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키스를 하지만 과연 사랑일까? 연인, 가족에게 상처받고, 사회생활에서 압박감을 느낄 때 관우라는 사람이 손을 잡아줬지만, 성별로 나누기보다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10.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이 뭐였나?
천우희: 마지막 장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우의 말이 꼭 나한테 해주는 이야기 같았다. 작년 이맘때 ‘버티고’를 촬영했다. 한창 힘들 때였는데 그 말이 와 닿았다. 그 전까지 연기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내 연기가 별로라고 생각했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연기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그랬다. 모든 것이 탐탁지 않았다. 마지막 대사를 보고 나서 어떤 완성도를 가져오든, 흥행하든 안 하든 이 작품을 하면서 의욕을 되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최선을 다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10. 왜 그렇게 자신감이 떨어졌나? 계기가 있었나?
천우희: 영화 ‘우상’을 찍을 때 그 어느 때 보다 잘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감독님과 두 번째 만남이었기에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유동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7개월간 그 긴장감과 감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왜 상황에 좌지우지되지?’ ‘이 정도 캐릭터를 왜 소화 못 하지?’라며 자책했다. 결국 스스로 별로라고 생각했고,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관객들은 늘 천우희의 연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는데 의외다.
천우희: 주변에서는 좋았다고 하고, 많이 격려해주셨는데도 스스로 실망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고 고달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나를 엄청 몰아붙인 것 같다.
10. 힘들었을 때 ‘멜로가 체질’ 같이 가벼운 작품을 먼저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버티고’는 무거운 작품인데 ‘우상’에 이어 선택한 것도 의외다.
천우희: 연기하는 데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 ‘멜로가 체질’이 비교적 가벼운 장르지만 내겐 매우 진지했고 진심으로 대해야 했다. 가벼운 연기라고 해서 쉬운 건 아니다. 오히려 어려웠던 시기에 ‘버티고’를 선택해 감정 표현을 연기로 대신 하면서 위안이 됐고 치유됐다.
10. 이제는 많이 극복했나?
천우희: ‘우상’을 찍었던 시기에 고(故) 김주혁 선배의 일도 있었고 연기 외적으로도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게 뭘까?’라며 자신을 돌이켜 봤다. 그 전에는 가장 최선의 연기, 가장 완벽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괴롭더라도 티 내지 않고 모두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행복하고 나를 먼저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삶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버티고’를 하면서 의욕을 찾고 마음을 추슬렀다. 이어 ‘멜로가 체질’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연기하면서 한 꺼풀 더 벗겨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를 옥죄어서 가혹하게 몰아붙이지 않았나 싶었다.
10. ‘멜로가 체질’은 또래 여성 세 명이 함께 해서 더 좋았겠다.
천우희: 대사도 많고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정적으로 어두워지지 않으니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전)여빈이, (한)지은이 등 또래 친구들과 같이해서 너무 즐거웠다. 그 나이 때 고민할 만한 부분들이 비슷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지냈다.
10. 첫 코미디인데도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스스로 만족하나?
천우희: 코미디라는 장르는 처음이었고 드라마도 정말 오랜만에 했다. 코미디는 항상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밝은 분위기의 코미디도 잘할 자신이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름의 욕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잘 한 것 같다. 얼마 전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 많은 분이 ‘잘 봤다’ ‘재미있었다’고 말해 주셨다. 그런 반응을 보고 든 생각이다. (웃음)
10. 힘든 시기를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을 하면서 극복했다고 했다. 극 중 서영처럼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연기’ 말고 또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나? 보통 사람들은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지 않나.
천우희: 억지로 무언가를 해서 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나름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웃음) 힘든 순간들도 지나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더라. 그런 순간이 있어야 단단해진다. 무엇이든 참으면 병이 된다. 편한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따뜻한 에너지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10.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에서 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끄는 연기를 펼쳤다. 그들과 연령대가 비슷한데 30대가 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천우희: 30대가 제일 좋다. 무얼 해도 가능한 나이다. 가장 왕성하고 의욕이 넘치는 때 아닌가. 30대가 가기 전에 정말 좋은 대본과 연출자를 만나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
10. 결국, 또 연기다. 또 없나?
천우희: 은근히 소심해서 혼자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그렇게 스스로 자립심을 키워보고 싶다.
10. ‘버티고’를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천우희: 나는 대사 한 줄로 위안을 받았다. 관객마다 다 다를 것이다. 공감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선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영화를 보고 힘듦이나 불쾌함보다 위로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10. 영화를 본 소감은?
천우희: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나면 늘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쉬운 부분도 있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10. 어떤 부분이 아쉬웠나?
천우희: 배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기를 먼저 보게 된다. ‘이 장면에선 이렇게 연기해야겠다’ 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느낌이 잘 구현됐나를 봤다. 잘 맞아 떨어진 곳도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10. 마지막 장면에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났지만 관객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천우희: 사실 배우들끼리도 의견이 다 달랐다. 관객들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다 다를 것이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장면이다. 내가 어떤 이야길 해버리면 그게 정답처럼 보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10. 서영이란 인물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왜 저렇게까지 힘겨워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서영은 어떤 인물인 것 같은가?
천우희: 서영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이 인내하고 배려했다. 자기 중심이 아니라 가족, 연인,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우선시해 결국 자기가 뒤로 밀렸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답답해 보였다. 왜 이렇게 참아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도 됐다. 우리 주변에도 뭐든 수월하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것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서로 다른 이들과 살아가면서 잘 지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서영이다. 최근에 ‘멜로가 체질’에서 내가 연기한 진주와는 또 다른 성향이다. 둘 다 30대 여성인데 그 모습이 다른 것뿐이지,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10. 서영에게 연인 진수(유태오 분)는 어떤 존재였나?
천우희: 그나마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진수 앞에선 웃거나 장난도 친다. 우리도 가족이 가장 가깝긴 하지만 말하지 못하거나 표현 못 할 때가 있지 않나. 서영에겐 엄마가 그런 존재다. 미울 때가 있지만 밀어낼 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가깝게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숨통을 트이게 한 사람이 진수다.
10. 진수를 연기한 유태오와의 호흡은 어땠나?
천우희: 첫 촬영부터 키스신이 있었다. 친한 건 아니어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래서 서로 쿨한 척했다. ‘연기인데 뭐 어때?’라면서도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10. 유태오의 한국말이 서툴러서 어렵진 않았나?
천우희: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언어라는 게 미묘한 표현 차이 때문에 처음의 의도와 달라질 수 있다. 태오 씨는 최대한 톤을 잡고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줬다. 호흡을 맞추는 입장에서 너무 고마웠다.
10. 로프공 관우(정재광)는 서영에게 어떤 존재일까? 사랑이란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천우희: ‘만약 로프공이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배우들끼리 농담 삼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키스를 하지만 과연 사랑일까? 연인, 가족에게 상처받고, 사회생활에서 압박감을 느낄 때 관우라는 사람이 손을 잡아줬지만, 성별로 나누기보다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천우희: 마지막 장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우의 말이 꼭 나한테 해주는 이야기 같았다. 작년 이맘때 ‘버티고’를 촬영했다. 한창 힘들 때였는데 그 말이 와 닿았다. 그 전까지 연기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내 연기가 별로라고 생각했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연기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그랬다. 모든 것이 탐탁지 않았다. 마지막 대사를 보고 나서 어떤 완성도를 가져오든, 흥행하든 안 하든 이 작품을 하면서 의욕을 되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최선을 다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10. 왜 그렇게 자신감이 떨어졌나? 계기가 있었나?
천우희: 영화 ‘우상’을 찍을 때 그 어느 때 보다 잘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감독님과 두 번째 만남이었기에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유동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7개월간 그 긴장감과 감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왜 상황에 좌지우지되지?’ ‘이 정도 캐릭터를 왜 소화 못 하지?’라며 자책했다. 결국 스스로 별로라고 생각했고,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관객들은 늘 천우희의 연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았는데 의외다.
천우희: 주변에서는 좋았다고 하고, 많이 격려해주셨는데도 스스로 실망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고 고달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나를 엄청 몰아붙인 것 같다.
10. 힘들었을 때 ‘멜로가 체질’ 같이 가벼운 작품을 먼저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버티고’는 무거운 작품인데 ‘우상’에 이어 선택한 것도 의외다.
천우희: 연기하는 데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 ‘멜로가 체질’이 비교적 가벼운 장르지만 내겐 매우 진지했고 진심으로 대해야 했다. 가벼운 연기라고 해서 쉬운 건 아니다. 오히려 어려웠던 시기에 ‘버티고’를 선택해 감정 표현을 연기로 대신 하면서 위안이 됐고 치유됐다.
10. 이제는 많이 극복했나?
천우희: ‘우상’을 찍었던 시기에 고(故) 김주혁 선배의 일도 있었고 연기 외적으로도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게 뭘까?’라며 자신을 돌이켜 봤다. 그 전에는 가장 최선의 연기, 가장 완벽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괴롭더라도 티 내지 않고 모두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행복하고 나를 먼저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삶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버티고’를 하면서 의욕을 찾고 마음을 추슬렀다. 이어 ‘멜로가 체질’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연기하면서 한 꺼풀 더 벗겨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를 옥죄어서 가혹하게 몰아붙이지 않았나 싶었다.
10. ‘멜로가 체질’은 또래 여성 세 명이 함께 해서 더 좋았겠다.
천우희: 대사도 많고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정적으로 어두워지지 않으니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전)여빈이, (한)지은이 등 또래 친구들과 같이해서 너무 즐거웠다. 그 나이 때 고민할 만한 부분들이 비슷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지냈다.
천우희: 코미디라는 장르는 처음이었고 드라마도 정말 오랜만에 했다. 코미디는 항상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밝은 분위기의 코미디도 잘할 자신이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름의 욕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잘 한 것 같다. 얼마 전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 많은 분이 ‘잘 봤다’ ‘재미있었다’고 말해 주셨다. 그런 반응을 보고 든 생각이다. (웃음)
10. 힘든 시기를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을 하면서 극복했다고 했다. 극 중 서영처럼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연기’ 말고 또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나? 보통 사람들은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지 않나.
천우희: 억지로 무언가를 해서 풀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나름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웃음) 힘든 순간들도 지나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더라. 그런 순간이 있어야 단단해진다. 무엇이든 참으면 병이 된다. 편한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따뜻한 에너지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10.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에서 30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끄는 연기를 펼쳤다. 그들과 연령대가 비슷한데 30대가 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천우희: 30대가 제일 좋다. 무얼 해도 가능한 나이다. 가장 왕성하고 의욕이 넘치는 때 아닌가. 30대가 가기 전에 정말 좋은 대본과 연출자를 만나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
10. 결국, 또 연기다. 또 없나?
천우희: 은근히 소심해서 혼자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그렇게 스스로 자립심을 키워보고 싶다.
10. ‘버티고’를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천우희: 나는 대사 한 줄로 위안을 받았다. 관객마다 다 다를 것이다. 공감이라는 게 어떤 상황에선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영화를 보고 힘듦이나 불쾌함보다 위로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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