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악플의 밤’의 설리. / 제공=JTBC2
‘악플의 밤’의 설리. / 제공=JTBC2
JTBC2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이 폐지 요구에 직면했다. MC로 출연했던 고(故) 설리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제작진은 15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故) 설리의 안타까운 비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오는 18일로 예정된 17회 방송을 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방송을 시작한 ‘악플의 밤’은 스타들이 자신을 둘러싼 악플(악성댓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한 연예인들은 자신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글들을 직접 읽으며 “인정한다” 혹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하며 속내를 털어놓는 식이다.

설리는 코미디언 신동엽, 김숙, 가수 김종민과 더불어 MC로 나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다른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악플의 밤’을 통해 밝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설리. 하지만 지난 14일 설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악플의 밤’에서 했던 설리의 발언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방송에서 고인은 연예인의 이중적인 삶을 언급하며 “실제 인간 최진리(설리의 본명)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을 해야 할 때가 많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한 웹예능 ‘진리상점’에서도 자신을 향한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과거 발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악플의 밤’의 설리. / 제공JTBC
‘악플의 밤’의 설리. / 제공JTBC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악플의 밤’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악플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댓글 매너’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수위 높은 악플을 직접 읽는 출연자들의 고충이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당차게 받아치며 소신을 밝히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조명하더라도, MC 설리의 비보가 전해진 가운데 시청자들이 전처럼 ‘악플의 밤’을 웃으면서 볼 수도 없을 거라는 의견이 다수다. 또한 악플의 당사자인 연예인들에게는 지나치게 가학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지적, 너무 자극적이며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악플을 듣다가 더 우울해질 수도 있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악플의 밤’의 제작진은 오는 18일 방송의 휴방을 결정했고,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JTB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설리는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빈소와 발인 등 고인의 모든 장례 절차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취재진에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팬들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문 장소를 마련했다고 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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