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부산 김지원 기자]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에서 배우 전도연은 아들을 잃은 엄마의 애끓는 심정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의 열연에 관객들은 눈물을 쏟았다. 전도연은 힘들 것을 예상에 몇 차례 고사했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 이 작품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영화 ‘생일’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종언 감독과 배우 전도연이 참석했다.
이종언 감독은 “개봉할 때도 좋았는데 몇 개월 후 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돼 감회가 새롭다. 박수 치면서 반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전날 열린 부일영화상에서 전도연은 ‘생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전도연은 “감동이었다”면서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영화제라 축제 분위기인데 무거운 내용이라 걱정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전도연은 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쉽지 않은 역할에 전도연은 몇 차례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이 감독은 영화 ‘밀양’으로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로 일하며 전도연과 인연을 맺었다.
이 감독은 전도연과의 미팅에 지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도연을 만나러 가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저와 천천히 식사하면서 글을 읽은 느낌들을 하나하나 말씀해주셨다. 그 자리에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정말 미안한데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받아들였지만 또 다시 찾아뵐 수밖에 없었고 또 다시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도연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전도연은 “‘밀양’의 신애라는 역을 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 아이 잃은 엄마 역은 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밀양’ 이후 그런 역할 제안이 많이 들어왔는데 다 고사했다. 그러던 와중에 ‘생일’이 왔다. 오랜 시간 (그런 슬픔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쳤는데 ‘생일’을 하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면서도 “고사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생일’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에게 돌고 돌아 다시 내게 왔다”고 작품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영화에서는 설경구가 순남의 남편 정일을 연기했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2001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전도연은 “내가 거절한 이후 설경구가 캐스팅 됐다는 기사를 봤다. 이 작품을 다시 하겠다고 생각한 건 좋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설경구가 내가 의지할 수도 있는 배우라는 이유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설경구가 전도연을 피해다녔다는 이야기에 대해 전도연은 “순남이 고통스러운 모습을 많이 찍었는데 제 감정을 존중했기 때문에 거리를 두고 나를 지켜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두 사람을 캐스팅한 데 대해 “이런 일이 모든 신인 감독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또한 “글을 쓸 때 감정을 상상하는데 두 사람이 연기한 걸 모니터로 처음 보게 됐을 때 ‘두 분이 어떻게 내가 느꼈던 감정, 그 안에 들어갔다 왔을까, 또는 내가 생각 못했던 디테일을 가져왔을까’라고 느끼며 놀랐다”고 감탄했다.
영화에는 순남이 아들을 그리워하며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있다. 전도연은 “촬영에 들어가면 나 혼자 카메라 앞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 같다. 무섭고 두렵고 내가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한다”면서 “깊은 슬픔을 표현해야 하는 신일수록 모른 척한다. 내 자신에게 슬퍼야한다고 최면을 걸면 나에게 강요하는 것 같아 도망가고 싶어질 것 같다. 그래서 딴 짓하고 모른 척하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던진다. 잘하자기보다 느끼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마지막에는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극 중 순남의 아들 수호의 생일을 기념해 그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진다. 전도연은 “무서운 신이었다. 캐스팅 후 배우들이 대본리딩을 하는데 다들 너무 힘들어 해서 그 장면은 건너뛰자고 했다. 거기에 참여했던 모든 배우들이 무서워했던 신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누군가 울 때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기도 하면서 3일을 견뎠다. 다들 힘들었는데 서로 다독였고 이걸 우리가 해냈다는 마음에 동료애가 강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음에도 작품이 좋았던 건 남겨진 이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영화 속 인물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지금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도 입고 이런 자리에 있지만 나도 사실 보통 사람이다. 이 영화도 평범한 누군가의 이야기”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차기작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우성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선보이는 전도연은 “돈가방을 쫓고 쫓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라며 “정우성과는 동갑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안 사이다. 그런데 한 번도 작품을 안했더라. 사석에서는 오다가다 만난 적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보니 어색했다”며 웃었다. 이어 “‘생일’처럼 리얼한 영화를 찍은 후 직후에 이걸 촬영했다. 정우성과 오래된 연인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 내가 밥을 해주며 애교를 부리는 신을 찍다가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나 싶었다”면서 “그걸 견디고 나니 촬영이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한 전도연은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 고르고 있다”며 “관객과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이 감독은 “어떤 공간과 상황에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다음 글도 그런 걸 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영화 ‘생일’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종언 감독과 배우 전도연이 참석했다.
이종언 감독은 “개봉할 때도 좋았는데 몇 개월 후 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돼 감회가 새롭다. 박수 치면서 반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전날 열린 부일영화상에서 전도연은 ‘생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전도연은 “감동이었다”면서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영화제라 축제 분위기인데 무거운 내용이라 걱정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전도연은 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쉽지 않은 역할에 전도연은 몇 차례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이 감독은 영화 ‘밀양’으로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로 일하며 전도연과 인연을 맺었다.
이 감독은 전도연과의 미팅에 지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도연을 만나러 가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저와 천천히 식사하면서 글을 읽은 느낌들을 하나하나 말씀해주셨다. 그 자리에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정말 미안한데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받아들였지만 또 다시 찾아뵐 수밖에 없었고 또 다시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도연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전도연은 “‘밀양’의 신애라는 역을 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 아이 잃은 엄마 역은 안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밀양’ 이후 그런 역할 제안이 많이 들어왔는데 다 고사했다. 그러던 와중에 ‘생일’이 왔다. 오랜 시간 (그런 슬픔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쳤는데 ‘생일’을 하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면서도 “고사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생일’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에게 돌고 돌아 다시 내게 왔다”고 작품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이 감독은 두 사람을 캐스팅한 데 대해 “이런 일이 모든 신인 감독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또한 “글을 쓸 때 감정을 상상하는데 두 사람이 연기한 걸 모니터로 처음 보게 됐을 때 ‘두 분이 어떻게 내가 느꼈던 감정, 그 안에 들어갔다 왔을까, 또는 내가 생각 못했던 디테일을 가져왔을까’라고 느끼며 놀랐다”고 감탄했다.
영화 마지막에는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극 중 순남의 아들 수호의 생일을 기념해 그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진다. 전도연은 “무서운 신이었다. 캐스팅 후 배우들이 대본리딩을 하는데 다들 너무 힘들어 해서 그 장면은 건너뛰자고 했다. 거기에 참여했던 모든 배우들이 무서워했던 신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누군가 울 때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기도 하면서 3일을 견뎠다. 다들 힘들었는데 서로 다독였고 이걸 우리가 해냈다는 마음에 동료애가 강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음에도 작품이 좋았던 건 남겨진 이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영화 속 인물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지금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도 입고 이런 자리에 있지만 나도 사실 보통 사람이다. 이 영화도 평범한 누군가의 이야기”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차기작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우성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선보이는 전도연은 “돈가방을 쫓고 쫓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라며 “정우성과는 동갑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안 사이다. 그런데 한 번도 작품을 안했더라. 사석에서는 오다가다 만난 적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보니 어색했다”며 웃었다. 이어 “‘생일’처럼 리얼한 영화를 찍은 후 직후에 이걸 촬영했다. 정우성과 오래된 연인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 내가 밥을 해주며 애교를 부리는 신을 찍다가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나 싶었다”면서 “그걸 견디고 나니 촬영이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한 전도연은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 고르고 있다”며 “관객과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이 감독은 “어떤 공간과 상황에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다음 글도 그런 걸 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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