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포스터.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포스터.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전국을 떠돌며 기상천외한 재주로 사람들을 홀리는 광대패 5인방. 덕호(조진웅 분)는 공갈패의 우두머리이자 총연출자이다. 홍칠(고창석 분)은 기술을, 근덕(김슬기 분)은 음향을, 진상(윤박 분)은 미술을 담당한다. 막내 팔풍(김민석 분)은 빠른 몸놀림으로 묘기를 부리고 잡일을 거든다. 이들은 한명회(손현주 분)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박희순 분)의 미담을 만들어 민심을 돌리라는 명을 받게 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과 야사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광대패가 이 일들을 연출했다는 상상력을 더했다. 광대패 5인방이 각각의 재주를 살려 거대한 불상을 만들고 꽃비를 내리게 하는 모습은 기상천외하고 신통방통해서 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임금이 행차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려 임금이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정이품송’ 이야기도 등장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초반에 화려한 볼거리로 기대치를 높여 놓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빠진다. 세조가 등장한 만큼 단종, 사육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야 예상 가능하지만 이들과 광대패의 연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야기가 진지한 방향으로 나가면서 웃음이 줄어드는데 그렇다고 감동이나 메시지가 강력하게 와 닿는 것도 아니다.

조진웅, 손현주, 박희순 등 주연 외에도 고창석, 최원영, 최귀화 등 배우들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 없다. 다만 캐릭터 자체의 신선한 맛은 부족하다. 세조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키우거나 과감히 축소해 광대패와 한명회, 혹은 광대패와 세조의 구도로 초점을 맞췄다면 더 흥미로운 전개가 됐을 법하다. 김슬기, 윤박, 김민석 등 젊은 배우들 각각의 캐릭터는 재밌지만 크게 돋보이진 못한다.

클라이맥스에서 결정적 한 방은 없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를 구상한 기발한 접근법, 영화 속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대패의 발명품, 판타지에 가까운 광대들의 재주가 자잘한 재미를 선사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1일 개봉.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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