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적 상상력을 어디까지 인정해줘야 할까. 영화 ‘나랏말싸미’가 심각한 역사 왜곡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조철현 감독은 뒤늦게 해명 글까지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관객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한글은 세종이 눈병을 앓아가며 온 백성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이런 흐름을 거스른다. 영화에서 세종은 뜻은 높으나 무능하게 그려진다. ‘글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만 던져놓고 만드는 일은 대부분 신미가 도맡는다. 소리 글자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도 신미이고, 글자 모양을 디자인하는 것도 신미다. 업적을 세워놓고 공을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에게 돌리는 것도 신미다. 영화에서 집현전 학자를 비롯한 유자(儒者)들은 세종의 한글 창제에 반발할 뿐이다.
조철현 감독은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해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 1443년 12월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서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라며 “이 과정에서 신미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영화 도입부에도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지만 지난 15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자막을 넣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세종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호소했음에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나랏말싸미’는 송강호, 박해일에 고(故) 전미선까지 연기파 배우와 훈민정음 창제를 소재로 하면서 ‘대작’이 될 것이라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연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개봉 첫날 ‘반짝’ 1위를 하곤 2위로, 지난 28일에는 주말임에도 3위까지 내려갔다. 네티즌들은 “해례까지 있는 사실을 뒤집으려니 말이 안 된다” “감독 말대로라면 감독의 의도가 전해지지 않은 최악의 영화” “역사 왜곡이 심하다. 해외에서 개봉해 외국인들이 이 내용을 진실로 받아들이면 큰 문제”라고 반응했다.
세종은 지폐에 들어갈 정도로, 광화문 광장 가운데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런 위대한 업적을 지닌 세종이 영화에서는 신하들 등살에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신미에게만 기댄다. 여러 가설 중 하나로 영화가 재구성됐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전개와 캐릭터 설정이 너무나 국민의 정서에 어긋난다.
팩션이라는 장르는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창의적으로 재창작돼야 한다. 역사적 ‘팩트’ 자체를 뒤틀어버린 것이 ‘나랏말싸미’의 최대 실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한글은 세종이 눈병을 앓아가며 온 백성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이런 흐름을 거스른다. 영화에서 세종은 뜻은 높으나 무능하게 그려진다. ‘글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만 던져놓고 만드는 일은 대부분 신미가 도맡는다. 소리 글자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도 신미이고, 글자 모양을 디자인하는 것도 신미다. 업적을 세워놓고 공을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에게 돌리는 것도 신미다. 영화에서 집현전 학자를 비롯한 유자(儒者)들은 세종의 한글 창제에 반발할 뿐이다.
조철현 감독은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해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세종대왕께서 혼자 한글을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서 벌어졌을 갈등과 고민을 드라마화하려면 이를 외면화하고 인격화한 영화적 인물이 필요한데, 마침 신미라는 실존 인물이 그런 조건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기에 채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 1443년 12월 30일 임금이 친히 새 문자를 만들었다는 기록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그 공백을 활용한 드라마 전개에서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라며 “이 과정에서 신미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영화 도입부에도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지만 지난 15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자막을 넣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세종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호소했음에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세종은 지폐에 들어갈 정도로, 광화문 광장 가운데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런 위대한 업적을 지닌 세종이 영화에서는 신하들 등살에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신미에게만 기댄다. 여러 가설 중 하나로 영화가 재구성됐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전개와 캐릭터 설정이 너무나 국민의 정서에 어긋난다.
팩션이라는 장르는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창의적으로 재창작돼야 한다. 역사적 ‘팩트’ 자체를 뒤틀어버린 것이 ‘나랏말싸미’의 최대 실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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