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물오른 예능감을 선보이고 있는 황광희/ 사진=방송화면, 텐아시아 DB
물오른 예능감을 선보이고 있는 황광희/ 사진=방송화면, 텐아시아 DB
돌아온 광희의 활약이 종횡무진이다. 지난해 12월 7일 군 복무를 마친 광희는 공백을 무색할 정도로 예능감을 과시하며 안방에 웃음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광희는 전역하자마자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스타’ ‘아는형님’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해 예능계 대표 MC 강호동, 김구라, 전현무, 이영자 앞에서 녹슬지 않은 예능감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JTBC ‘요즘애들’ 녹화에 참여해 ‘무한도전’을 함께했던 국민MC 유재석과 재회했다. 오는 19일 녹화 예정인 ‘해피투게더4’의 ‘2019 예능PICK’ 특집에도 출연해 유재석과 또다시 만난다. 게스트 뿐 아니라 MC로도 맹활약 중이다.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 MC 자리를 꿰찬 광희는 아이돌 출신다운 면모로 출연자들과 소통하며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2017년 3월 군에 입대한 광희는 1년 9개월 만에 예능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리 군복무 기간이 짧아졌다지만 연예인에게 2년이란 공백은 결코 짧지 않다. 연예계 복귀 후에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오랫동안 애를 먹은 스타들도 여럿이다. 김종민은 KBS2 ‘1박2일’이 최고의 인기를 누릴 때 군에 입대했다. 전역한 이후 ‘1박2일’은 물론 여러 프로그램에서 “적응을 못하겠다”며 힘들어했다. MBC ‘무한도전’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하하도 전역 이후 얼른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하하, 힘내”라고 했고, 이는 곧 유행어가 됐다.

방송환경은 빠르게 변한다. 이와 맞물려 이른바 ‘예능대세’들이 눈깜짝할 사이 등장한다. 변해버린 환경에도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경쟁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광희도 예외는 아니다.

광희는 전역과 동시에 숱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입대 전부터 광희의 예능감을 알고 있는 제작진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데려다 썼고, 광희는 보란듯이 기대를 충족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광희를 다시 찾았다는 것은 예능인으로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성격도 한몫한다. PD, 작가, 선후배들에게 넉살좋게 행동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였다. 광희는 전역하자마자 군복을 입은 채 유재석, 김태호 PD, 박명수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입대 전 출연했던 ‘무한도전’ 식구들이다. 그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할말은 다하며 자신이 돌아왔음을 어필했다. 김 PD에게 “아~감독님”하며 애교를 부리는 것도 웬만한 연예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광희가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능인으로서 광희의 무기는 솔직함과 당당함이다. 예능에 발을 들인 초창기부터 강호동, 유재석 등 국민 MC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다 했다. 그렇다고 말을 잘 하는 건 아니다. 더듬기도 하고, 맥락이 맞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적당한 애교를 섞어가며 뻔뻔하게 할 얘기를 한다. 선배들은 그런 모습을 미워하지 않았다. 강호동, 유재석 등 국민 MC들이 거리낌없이 받아쳐 줬고 광희만의 스타일이 빛을 발했다. 마치 종이 인형처럼 가냘픈 몸으로 새침데기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은 광희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아이돌 출신인데도 여태껏 부른 노래 소절을 다 합쳐도 한 곡이 안 된다는 등 솔직한 모습으로 매력을 뽐냈다. 또 자신의 성형 사실을 거침없이 폭로하며 일명 자폭 개그로 웃음을 유발했다. 남자 아이돌의 성형 고백은 최초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속한 제국의 아이들의 박형식, 임시완 등이 배우로서 존재감이 뚜렷해지자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질투하는 척하면서 팀의 나머지 멤버들 이름을 한 번씩 거론하는 등 은근슬쩍 팀을 홍보하는 의리도 보였다. 시청자들도 ‘역시 광희답다’고 생각할 뿐 미워하지 않았다.

전역 이후 첫 예능 ‘전지적 첨견 시점’에서 매니저의 일진 논란이 불거졌다. 호기롭게 출발하자마자 제동이 걸렸다. 그래도 광희는 당당하게 대처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광희는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뭐가 있느냐”는 참견인들의 질문에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싶다”면서 “매니저고 뭐고 없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해 시선을 끌었다. 놀란 참견인들이 “그게 방송에서 할 소리냐”고 하자 광희는 “내가 왜 자꾸 남을 신경 써야 해? 하고 싶은 대로 못 하고 정말…”이라며 새침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솔직하고 당당한 광희도 한없이 작아진 적이 있었다. 10년 넘게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를 통해 합류한 광희는 초반, 우려한 대로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멤버들이 방송에서 대놓고 그를 위로하고 배려하면서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무도 공개수배’ 편에서 광희는 대활약을 펼쳤다. ‘무도’의 상징과도 같은 추격전에서 훨훨 날았다. 그는 그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부담감을 털어내듯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방송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VJ까지 버리고 내달렸다. 부족할지 모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했다. ‘무도 공개수배’ 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1년 9개월의 공백기를 깨고 나온 광희는 몰라보게 수척해졌다. 볼살이 쏙 빠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특유의 넉살과 유쾌한 모습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예능판을 휘젓고 있다. 그의 볼살은 빠졌지만 이미 예능감은 빵빵하게 가득 차 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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