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사진=KBS2 ‘왜그래 풍상씨’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왜그래 풍상씨’ 방송화면 캡처
KBS2 새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가 동생들에 죽고 사는 장남 유준상과 막장의 향기를 짙게 풍기는 오지호, 이시영, 전혜빈, 이창엽의 모습으로 유쾌한 시작을 알렸다. 막장 드라마라고 예고하고 시작했지만 진짜 막장은 시작도 안 했다. 명품 연기력으로 뭉친 배우들과 문영남 작가 특유의 찰진 대사가 어떤 웃음과 감동을 줄지 기대가 모인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왜그래 풍상씨’는 아버지(하재영 분)의 장례식장에서 모인 오남매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장례식장에 모인 풍상(유준상 분)과 진상(오지호 분), 정상(전혜빈 분), 화상(이시영 분), 외상(이창엽 분)은 아버지의 죽음에 멍하니 둘러 앉았다. 진상은 “우리가 언제 이렇게 아버지 앞에 나란히 모인 적 있었나”라고 물었고 동생들은 “아니”라고 답했다. 풍상의 동생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기는커녕 재산 싸움을 하는 옆 빈소를 보고 자신들은 받을 유산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풍상은 상주로 자리를 지켰지만 나머지 형제들은 달랐다. 진상은 부친상을 당한 와중에도 도박장을 갔고 나이 많은 누님(문희옥 분)과 노닥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례식장에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쳤다. 화상은 남자 친구(황동주 분)를 데려와 오빠들에게 “결혼할 남자”라고 인사시켰다.

그때 정상이 등장해 “넌 어쩜 그렇게 레퍼토리가 안 바뀌냐. 그렇게 좋아하는 업그레이드 좀 시켜라”고 차가운 눈빛을 쐈다. 그러면서 화상의 남자친구에게 “얘가 의사 공부하다가 피 보는 거 무섭고 돈 못 벌 것 같아서 그만 두고 부동산으로 수십 억 벌어 오빠 카센터 차려주고 온 형제 먹이고 입혔다고 했느냐”고 말했다. 놀란 남자의 모습에 정상은 “화상아, 서른 다섯 됐으면 철 좀 들어라. 혹시 스물 아홉이라고 했니?”라며 이혼녀라는 사실까지 모두 폭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집에 마음대로 드나든 것을 지적하며 “일부러 어수선한 틈에 남자 소개하는 거 도대체 몇 번째냐. 올봄에는 남자한테 사기 쳐서 콩밥 먹을 뻔한 거 풍상 오빠가 500만 원 주고 간신히 빼줬잖아”라고 비난했다. 결국 화상은 정상의 머리채를 잡았고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였다.

외상은 영정 사진을 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풍상과 아버지는 외상을 두고 다퉜고, 화가 난 아버지는 외상에게 “야구를 했으면 끝까지 할 것이지. 재활용도 안 되는 말종 쓰레기”라고 막말했다. 그때를 떠올린 외상은 풍상에게 “올 사람도 없는데 그만하자”고 했다. 풍상은 “자식 도리는 해야지”라고 외상을 다독였지만 외상은 “나, 저 인간 저렇게 생긴 것도 영정사진 보고 처음 알았다. 불쌍한 우리 엄마, 맨날 두들겨 맞다 나간 엄마 뺏어간 저 인간 장례 못 치른다”고 소리 지르며 영정사진을 던졌다.

그 모습에 풍상은 외상의 뺨을 때리며 “아무것도 해준 거 없는 아버지만 우리를 낳아준 아버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상은 “낳기만 하면 다 부모냐”고 외면했다. 진상도 “형 보고 온 거다. 형 아니면 오지도 않았다”고 동조했다. 풍상은 “니들 없어도 되니까 다 나가라”고 포기했다. 풍상은 장례식 비용을 계산하려 했지만 한도 초과였다. 그때 정상에게 “장례비용 입금했어”라는 문자가 왔다.

홀로 자리를 지키던 풍상의 앞에 친모 노양심(이보희 분)이 나타났다. 풍상은 셀카를 찍는 노양심을 불러내 “평생 당신 때문에 지옥 속에서 사신 분이다.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나 다 봤다”고 원망했다. 그러나 노양심은 “열여덟에 너 낳고 나도 생고생했다. 나는 뭐 억울한 게 없어서 그런 줄 아느냐”면서 “근데 혹시 네 아버지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금덩어리 못 봤느냐”고 본색을 드러냈다.

풍상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금덩어리가 아니라 똥덩어리도 못 봤다. 그건 챙기면서 동생들 안부 하나 안 물어보냐”고 물었다. 노양심은 “네 동생들은 네가 알아서 챙기겠지. 차비나 줘”라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이에 풍상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쓰레기통에 던지며 “7만 8000원, 가진 돈 전부다. 부탁드리는데 내 동생들 앞에 나타나지 마라.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들 건드리지마”라고 경고했다.

아버지의 지인을 만난 풍상은 아버지가 간암 때문에 죽었다는 걸 알게 됐다. 간 이식이 필요했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간 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자식들 얼굴이라도 보겠다고 나선 길에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지인은 “특히 큰 아드님께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했다. 그 말 안 하면 눈을 못 감으시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풍상은 1년 전 함께 식사하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풍상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유골을 뿌리다 유골함을 물에 빠트렸다. 풍상은 세상을 향해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며 유골함을 잡으러 물에 뛰어들었다.

◆ 그냥 막장 NO : 품격 있는 막장

“막장 드라마가 맞다”는 진형욱 PD의 말처럼 ‘왜그래 풍상씨’는 첫 회부터 막장의 향기를 강하게 뿜었다. 아버지가 죽었지만 눈물도 나지 않고 슬프지도 않다. 애도보다는 돈이 좋고 받은 상처가 더 중요한 남매들이다. 부모 자식 간의 정을 거부하며 ‘불효’를 저지르는 모습은 분명 막장이지만 별로 놀랍진 않다. 현실과 닮아 말이 되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희생하는 풍상부터 ‘인생 한방’을 노리며 온갖 진상짓은 다하는 진상, 막무가내에 열등감 덩어리 화상, 잘났기 때문에 비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상, 사랑을 받지 못해 폭력적이고 거친 외상까지 모두 우리 주변이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들의 모습과 닮은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고, 한 캐릭터에게 연민을 느낄지도 모른다.

‘왜그래 풍상씨’는 답답함으로 시작하지만 곱씹을수록 공감과 연민으로 끝난다. 막장인 듯 막장 아닌, 막장 같은 드라마다. 그런 감정들은 드라마의 기획의도와 맞아 떨어진다. ‘가족’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익숙해서 막 대했을지도 모르는 가족이, ‘짐’이라고 여겼던 가족이 ‘힘’은 아니었는지 시청자와 해답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 그냥 막장 NO : 코믹+감동 다 있다

문영남 작가는 막장 가족극의 대모답게 캐릭터들의 이름부터 막장이다. 주인공 풍상, 진상, 화상뿐만 아니라 노양심, 간분실(신동미 분) 등등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이름이 곧 캐릭터의 성격이다. 여기에 각종 사고들과 요소들은 억지스럽기도 하고 복장도 터지는 전개지만 곳곳에 코믹 요소를 배치해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왜그래 풍상 씨’에서도 문영남식 코미디는 드러났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중간에 전칠복(최대철 분)이 말리겠다고 나서다 바지가 찢어져 빨간 팬티를 노출하는가 하면, 화상은 눈물 셀카를 찍겠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적절한 시점에서 터지는 웃음은 막장 요소를 무겁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드라마를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도왔다. 이에 앞으로 적절하게 배치될 코믹과 감동 요소들에 기대가 쏠린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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