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데뷔 후 첫 미니 앨범 ‘가든’을 발매한 뮤지션 페노메코. 사진제공=밀리언마켓
데뷔 후 첫 미니 앨범 ‘가든’을 발매한 뮤지션 페노메코. 사진제공=밀리언마켓
페노메코가 첫 미니 앨범 ‘Garden’(이하 ‘가든’)을 발매했다. 2014년 데뷔 후 약 4년 만이다. 크루 팬시차일드 소속으로 활동했고 Mnet 음악쇼 ‘브레이커스’에서 최종 우승하는 등 그간 페노메코가 실력으로 쌓아온 이력을 생각하면 꽤 늦은 첫 앨범이다.

‘가든’의 첫 트랙 ‘COOL(Feat. Tobi Lou)’은 세월만큼 쌓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감각적인 비트와 어울리는 페노메코와 토비 로우의 랩은 기분 좋은 세련됨을 안겨줄 것을 예고했다. 예상은 마지막 트랙까지 들어맞았다. ‘가든’의 모든 수록곡은 각각 전달하려는 분위기와 매력이 확실했다.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가든’의 확실한 차별점은 청각 외에 또 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앨범이라는 것이다. 페노메코는 수록곡마다 상징하는 꽃과 향을 정하고, 그 향들을 조합해 향수 ‘가든’을 만들었다. 그는 직접 식물 디자이너와 조향사를 찾아가 함께 완성했으며, ‘가든’만을 위한 목걸이도 제작했다. 그가 디자인에 참여했음은 물론이다. ‘음악의 조향사’가 된 페노메코를 만났다.

10. ‘가든’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페노메코: 트랙을 많이 써 둔 상태에서 트랙리스트에 넣어보고 빼 보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곡들을 계속 듣다 보니 향이 가득한 정원의 중앙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강렬하게 받아서 ‘가든’이라고 정하게 됐다. 각 곡들마다 고유의 향과 상징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10. 그 생각을 어떻게 구체화했나?
페노메코: 식물 디자이너에게 찾아가서 곡마다 느꼈던 감정을 설명하고 그 감정에 어울리는 식물을 정했다. 조향사에게도 찾아가 정한 식물, 혹은 꽃을 설명하고 향을 찾아봤다.

10. 그렇게 해서 앨범과 함께 탄생한 동명의 향수 ‘가든’은 어떤 향인가?
페노메코: 앨범에 수록된 여섯 트랙의 향을 조합한 향이다. 각 향의 비율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여러 버전을 시도해봤다. 완성된 향을 맡아보니 예쁜 비누향이 났다. 깨끗한 살 내음이 풍겼다.

10. 첫 앨범 발매가 늦은 편이라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페노메코: 항상 숙제처럼 마음에 걸려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담감도 같이 올라갔다. 사람들의 기대도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 앨범을 2018년 안에 꼭 내고 싶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도록,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그래서 ‘가든’은 내 자신에게 주는 위로와 같은 앨범이다.

10. 앨범 작업 과정은 어땠나. 처음에 생각했던 곡들이나 느낌에 변화는 없었나?
페노메코: 감정이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수많은 감정이 극단까지 갔을 때의 순간들,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해 ‘가든’에 모았다. 원래는 Mnet ‘쇼미더머니6’에 출연한 이후 앨범 단위로 발표하려 했으나 ‘브레이커스’에도 나가게 돼 공백 기간이 생겼다. ‘브레이커스’가 끝난 이후에는 아예 다른 결로 새롭게 작업을 시작했다. 타이틀곡 ‘No.5(Feat. Cush)’가 ‘쇼미더머니6’ 이후에서부터 갖고 있던 트랙이다. 제일 감정 기복이 많았을 때 작업한 곡이고 완성되기까지도 제일 오래 걸렸다.

앨범, 향수, 목걸이를 동시에 선보인 페노메코. 사진제공=밀리언마켓
앨범, 향수, 목걸이를 동시에 선보인 페노메코. 사진제공=밀리언마켓
10. ‘가든’에 담긴 음악과 향수와의 관계도 흥미롭다.
페노메코: 사람에게 하나의 화학 작용(케미스트리)이 일어났을 때의 과정을 향수의 기본적인 개념처럼 곡에 옮겨 담고 싶었다. 향수의 향은 톱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을 봤을 때의 첫 인상을 톱노트, 점차 이는 호기심을 미들노트, 호기심 뿐만 아니라 이끌리게 되는 다른 매력을 베이스노트로 표현하고 싶었다. 베이스노트를 잔향이라고도 하는데, 잔향은 본연에 가장 가까운 향이다. 이처럼 ‘No.5(Feat. Cush)’가 시작부터 끝까 향수처럼 ‘맡아지는 곡’이 되길 바랐다.

10. ‘가든’이 어떤 앨범으로 완성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나?
페노메코: 듣는 것뿐만 아니라 볼 수도 있고, 냄새도 맡아볼 수 있고, 만져볼 수도 있는 앨범이면 좋겠다. 청각 이외에도 다른 감각의 요소들을 듣는 사람에게도 전달하고 싶어서 향수도 제작하고, 목걸이도 만들게 됐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요소를 잘 담은 것 같다.

10. 목걸이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페노메코: 목걸이는 양면인데 한 면에는 점자가, 한 면에는 ‘가든’이 영어 필기체로 적혀 있다.‘킹크로치’ 등 언더 컬쳐 브랜드로 유명한 디자이너 ‘매드모스’에게 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줘 제작하게 됐다. 기본 아이디어를 크게 수정하지 않은 채 전체를 은으로 만든 목걸이가 완성됐다.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착용하면 되지만, 점자가 있는 면을 추천한다.

10. 앨범 하나만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불면증으로도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향수부터 목걸이까지 제작하면서 직접 발로 뛴 이유가 있었는지?
페노메코: 항상 처음이 중요하니까 ‘가든’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다 쓰고 싶었다. 표현할 수 있는 요소를 놓치기도 싫었다. 할 수 있는 방면에서는 욕심을 많이 냈고 그래서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했다. 목걸이를 만들 때는 2018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싶었고 완성될 때 신기했다.

10. 주변의 뮤지션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페노메코: 지코는 목걸이랑 향수만 달라고 했다.(웃음) ‘네가 이렇게 보여주려고 하는구나’라는 피드백도 있었다. 팬시차일드 친구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앨범에 영감이 된 것 같다.

10. 1번 트랙 ‘COOL’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토비 로우(Tobi Lou)와의 협업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페노메코: 토비 로우 형님의 팬이었다.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고 사람들을 한 번에 매혹시킬 만한 영상 감각도 갖고 있어서 항상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다. 그래서 SNS를 통해 곡을 보내드렸는데 직접 본인의 벌스를 완성해서 보내줬다. 사실 각자의 나라에서 작업을 하는 거라 걱정을 많이 하긴 했다. 하지만 형님의 벌스를 처음 들었을 때 ‘최고의 벌스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내 음악을 많이 듣고 써 준 티가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협업할 때도 엄청 쿨하고 신사적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다. “토비 로우 형님, 감사합니다.” 한국에 온다면 같이 삼겹살을 먹으러 가고 싶다.

‘가든’이 선물이자 위로로 다가가기를 바란다는 페노메코. 사진제공=밀리언마켓
‘가든’이 선물이자 위로로 다가가기를 바란다는 페노메코. 사진제공=밀리언마켓
10. 신예 중에서 눈여겨보는 뮤지션이 있나?
페노메코: ‘소금’이라는 뮤지션이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다. 마치 불모지에서 피어난 한 송이의 꽃, 가뭄 속의 장미 같다.

10. 소속 레이블 중에서는 어떤가? 이제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됐는데.
페노메코: ‘문’이라는 신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친구가 있다. 언젠가 내가 밥을 사주기로 했는데 한 시간 반을 기다렸던 기억을 안겨준 친구다.(웃음)

10. 올 한 해 녹음실 안팎으로 활약이 대단했다. ‘브레이커스’ 최종 우승을 빼놓고 페노메코의 2018년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페노메코: ‘브레이커스’를 통해 무대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했다. 내가 만든 음악을 멋있게 보여주고 싶은 갈증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자리가 많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경쟁 프로그램과 맞지 않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웃음)

10. 엑소의 정규 5집 타이틀곡 ‘Tempo’(템포)의 작사에도 참여했다.
페노메코: 다른 가수들의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은근히 재밌고 신기하다. 지금까지는 나를 중심으로 가사를 쓰는 느낌이 강했는데, 다른 가수들의 곡에 참여할 땐 다른 자아를 두고 다른 방향과 시선으로 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있다.

10. 2019년에는 어떤 것을 하고 싶나?
페노메코: 해외에 많이 나가보고 싶다. 되도록 음악에 관련된 일에 영감을 많이 받고 싶다. 지금까지는 가내 수공업 같은 느낌으로 음악 작업을 한 것 같다. 이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다. ‘가든’은 정말 많이 돌아다니면서 완성한 앨범에 속한다. 그 과정에서 밖으로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성향도 많이 바뀌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 것 같다. ‘가든’을 오랜 기간에 걸쳐 작업했으니 조금만 쉬고 바로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음 앨범도 구상 중이다.

10. 2019년에 바라는 것은?
페노메코: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스타일이고 걱정도 많아서 불면증도 생겼다. 그런데 ‘가든’을 완성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가든’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겠지만 듣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기도 하고, 선물처럼 들리게 하고 싶기도 하다.

10. 혹시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면?
페노메코: 경쟁 프로그램은 피할 것 같고, 예능으로 유명한 것도 아니라서 음악을 하는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 먹방 프로그램에는 나가보고 싶다. 먹는 것을 좋아한다.(웃음) 그 중에서도 맛있는 것을 많이 주는 ‘맛있는 녀석들’ 출연 기회가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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