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우기: 1980~90년대 흑인 음악이 갖고 있었던 사운드의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과거에 비해 곡의 재생 시간이 짧아지기도 했고 악기 연주자들도 점점 덜 참여한다. (최근 116년 전통의 기타 제조업체 깁슨이 파산신청을 하는 등)기타 회사도 없어지는 상황이 아쉬워서 예전의 사운드를 듣기 좋게 구현해보고 싶었다.
10. 작업실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상을 자주 틀어놓고 작업한다고 들었다. ‘마이 테이프2’를 완성하면서도 그랬나?
우기: 항상 틀어놓는 영상 중 하나다.(웃음) 디즈니나 지브리를 포함해서 콘서트·광고·영화 등 다양한 영상을 틀어둔다. ‘마이 테이프2’를 작업할 때는 디안젤로의 콘서트 영상을 많이 봤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이 본 건 ‘Brown Sugar’(1995, 디안젤로의 정규 1집) 관련 영상과 1990년대 영화·영상이다. 사운드 측면에서도 그렇고 디안젤로가 만드는 종류의 음악들, 그의 이미지에 영감을 받은 것 같다.
10. 그래서 그런지 ‘마이 테이프’ 1과 2 모두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영상 작품처럼 완성하기 위해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마이 테이프1’의 ‘GIRL’과 ‘ROLLING STONES’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짧은 청춘 영화처럼 이야기를 구성했다.
우기: 두 뮤직비디오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영화처럼 영상을 남겨놓고 싶어서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각색해서 곳곳에 의미를 숨겨놓기도 했다. 내가 1초 정도 등장하기도 한다.
10. 해외에서 촬영한 분위기였는데 1초 등장은 아깝지 않나?
우기: 미국 시애틀에서 촬영했다. 사람들이 정말 잘 모른다. 자기만족인 거다.(웃음) 지금까지 그렇게 음악을 만들어오기도 했고. 밴드 퀸도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 때 자신만의 의미를 넣었다고 알고 있다.
10. ‘마이 테이프2’의 타이틀곡 ‘CALL MY NAME(Feat. 지소울)’의 뮤직비디오는 티저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처럼 시작해 흑인 여성 댄서의 춤으로 이어졌는데.
우기: ‘페이크’다.(웃음) 티저만 보면 영화처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본편을 보면 댄스 필름에 가깝다. 등장하는 댄서는 리한나, 니키미나즈 등과 작업한 폴댄서다. 처음에 섭외를 받았을 땐 K팝 아이돌 음악인 줄 알았다고 한다. 들어보니 흑인 음악이어서 프리스타일로 춤을 춰 줬다.
10. 선공개곡 ‘웰컴 투 서울(Feat. 어글리덕, pH-1, 박재범)’은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독특했다. 그래서 새롭고 트렌디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우기: 트렌디한 것을 안 좋아해서 오히려 ‘요즘 하지 않는 것’‘새로운 것’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트렌디하다는 감상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구성도 마음대로 하고 곡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연주도 넣었다. 카세트테이프 발매도 좀 더 어린 친구들에게는 신선한 방식의 음악 듣기로 다가오지 않을까 해서 아이디어를 냈다.
10. ‘웰컴 투 서울(Feat. 어글리덕, pH-1, 박재범)’의 피처링 라인업은 어떻게 완성됐나?
우기: 원래는 어글리덕과 즉흥적으로 둘이서 만들려고 한 곡이었다. 그런데 작업도 더디고 너무 늦어져서 앨범에 못 들어갈 뻔 했다. 주제는 대략 나와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럼 다 모아볼까’란 생각으로 pH-1에게 전화했더니 바로 도와줬다. 세 명이서 말장난하면서 만들다가 벌스가 완성됐다. 이제 훅을 해야 하는데 그쯤 소금(신예 뮤지션)이가 작업실에 놀러 와서 ‘웰컴 투 서울’ 목소리를 녹음해줬다.(웃음) 그러다 재범이 형도 한번 가사를 넣어봐도 되냐고 물어 봐서 마디 수를 늘려서 해봤는데 너무 좋았다. 그때 유병언(바밍타이거 소속 뮤지션)도 놀러 와서 내레이션을 부탁했다.
10.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곡이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우기: 그래서 오래 붙잡고 있는 곡은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 이렇게 쓴 곡들이 굉장히 많았고 결과물도 잘 나왔다. ‘주지마’도 그랬고, 식케이의 ‘RING RING’도 그랬다. ‘RING RING’은 식케이와 녹음이 끝난 후에 다시 만든 거다. 식케이가 개코 형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번 개코 형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1분 만에 답장이 와서 녹음실에서 금방 만들었다. 또 악기를 잘못 쳤을 때 오히려 멋있게 나오는 소리들도 있다. 이런 사운드들은 나중에 하려고 해도 흉내내기 힘들다. ‘주지마’에서도 기타를 잘못 친 부분들이 있는데 되려 내가 원하는 소리가 나와버려서 좋았다.
10. 올해 프로듀싱한 음악 중 가장 뿌듯한 곡은?
우기: 올해 발매한 곡들은 빠짐없이 모두 마음에 든다. 그 중에서도 ‘주지마’는 사실 잘 될 이유가 없는 곡이었는데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다. 곡이 나오게 된 배경인 방송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이하 ‘하이에나’)가 시청률도 낮았던 데다 ‘주지마’는 마지막 회에 공개된 곡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대박’을 바라지 않고 그냥 재밌게 하자, 하던 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제일 재밌게 만든 노래였는데 그 마음을 인정받은 느낌이라 좋았다.
10. ‘CLASSIC(Feat. 김도균 of 백두산, 펀치넬로, 병언)’의 피처링도 이색적이다.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과는 어떻게 협업이 이뤄졌는지?
우기: 김도균 선생님은 헤비메탈처럼 강렬한 음악으로 유명하지만 블루스 쪽으로도 조예가 깊으셔서 모이게 됐다. 연락이 쉽지는 않았으나 김종서 형님이 도와줬다. ‘하이에나’ 인연으로 김종서 형님과 쌈디 형 등과 단체 메시지 방도 생겼다. 김종서 형님 피처링도 먼저 받으려고 했는데 쌈디 형에게 뺏겼다.(웃음) 쌈디 형이 방송을 안 보는 척 하면서 다 챙겨보고 먼저 연락해 ‘데몰리션 맨’ 피처링을 받았더라. 김종서 형님을 위한 트랙은 다시 쓰는 것으로 다짐했다.
10. ‘김종서 형님 피처링도’라는 건 이러한 케이스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은 뉘앙스다.
우기: SBS ‘더 팬’에 출연 중인 유라도 거의 제일 처음 알았다. ‘더 팬’에서 유명해지기 전에 먼저 발매했으면 더 좋았을텐데.(웃음) 유라는 마치 ‘여자 카더가든’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매력이 있다.
10. 또 매력있게 느껴지는 신예가 있는지?
우기: ‘웰컴 투 서울’에 참여한 소금이다. 소금은 목소리가 악기처럼 난다. 피아노 건반으로 비유하면, 건반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이 음 같다. 테이프 같기도 하고 굉장히 좋다.
10. ‘마이 테이프2’를 함께 완성한 아티스트들의 피드백은 어땠나?
우기: 다들 만족해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CALL MY NAME’에 참여한 지소울 형이 스스로 잘했다는 것을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웃음) ‘CALL MY NAME’은 작업이 굉장히 빨리 됐다. 스케치도 한시간 만에 끝났고, 본 녹음도 한 시간 걸렸다. 지금까지 낸 트랙 중 처음으로 모든 가사가 영어로 만들어진 곡이기도 하다. 원래 한국어로 하려고 하다가 불륜 드라마 OST 느낌이라 영어로 바꿨다. 영어 가사를 지소울 형이 빨리 썼는데 ‘너무 빨리 만들지 않았나’라고 어색해해서 군대 가기 전까지 곡을 낼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정작 내 주변에서는 반응이 뜨거웠었는데 말이다.(웃음)
10. 단독 앨범 시리즈든, 다른 아티스트를 위한 트랙이든 자신만의 감성이 흐른다. 그 감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우기: 하나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들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마이클잭슨의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성격도 한번 꽂히면 계속 꽂힌다. 한 식당에서도 1년 반 동안 치즈 돈가스만 먹었다. ‘주지마’ 만들 때는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의 ‘The Highways of My Life’를 수백번 씩 들었다.
10. 하이어뮤직 프로듀싱 팀 중 그루비룸의 휘민이 인생 상담을 많이 한다고? 요즘 프로듀서들에겐 어떤 것이 고민인가?
우기: 휘민이가 Mnet ‘고등래퍼2’에 나오더니 연락이 뜸해졌다. 이휘민 나쁜 사람…신곡도 많아지고, 래퍼들도 많아지다 보니 곡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제일 큰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힙합계가 좁기도 하고, 다 아는 사이였는데 요즘엔 래퍼들도, 프로듀서들도 생각 이상으로 많아졌다. 비슷한 장르들의 음악이 많아지고 힙합이 거의 주류가 돼 가면서 나도 맞춰야 하는지,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10. ‘리와인드 마이 테이프’ 시리즈는 계속되나?
우기: 두 번째 테이프까지다. 만약 ‘리와인드 마이 테이프’처럼 하고 싶은 확실한 콘셉트가 있다면 또 하고 싶다. 내년에는 더 여러 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곡으로, 싱글 위주로 선보이려고 한다.
10. 힌트를 준다면?
우기: 영국의 서브컬쳐 아티스트와 협업한 싱글이 나올 예정이다. ‘COLORS’(전 세계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색깔과 함께 소개하는 유튜브의 유명 음악 플랫폼)에 등장한 아티스트인데 독특하고 매력있다. 영국인인데 흑인 음악을 하고, 목소리만 들으면 여성인데 실제로는 남성이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10. 내년에 가장 기대되는 작업은?
우기: 작업은 매번 기대되고 재밌다.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궁금하다. 올해 내가 투 체인즈와 작업을 하게 될지, ‘주지마’로 방송 전파도 타고 상도 받을 수 있을지 전혀 몰랐다. 매년 새로운 무언가가 경신되는 느낌이라 내년에는 또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 기대된다. 내년에는 더 특이하고 생각도 못할 법한 조합들로 음악을 해볼 것 같아서 그 작업에 기대가 모인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래퍼 혹은 가수들에게 실력만큼 중요한 요소가 프로듀서다. 어떤 프로듀서를 만나느냐에 따라 ‘좋은 곡’이 완성될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의 대표 프로듀서 우기는 래퍼 뿐만 아니라 대형 아이돌 소속사로부터도 러브콜을 받는다. 우기는 ‘스테디셀러’를 만드는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박재범의 ‘곁에 있어주길’, 로꼬의 ‘남아있어(Feat. 크러쉬)’ ‘너도’, 식케이의 ‘RING RING’부터 로꼬X화사의 ‘주지마’까지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을 만들어왔다.10. ‘마이 테이프2’에 담긴 음악은 ‘테이프 1’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2018년은 우기에게 더욱 특별한 해였다. 박재범, 그래미 수상자(2017)인 미국 래퍼 투 체인즈(2 Chainz)와 함께 ‘SOJU’를 만들었고, 우연히 만든 ‘주지마’는 ‘2018 멜론뮤직어워드’에서 핫트렌드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첫 단독 앨범도 시리즈로 두 장을 선보였다.
지난 16일 발매한 두 번째 EP ‘REWIND MY TAPE part.2’(이하 ‘마이 테이프2’)가 그 중 하나다. 우기가 어린 시절 들었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어른이 된 지금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음악이 담겼다.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돼 우기의 음악이 이끄는 시대 속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어 더 특별하다. 음악 작업이 매번 재밌다는 우기는 내년에는 또 어떤 조합이 탄생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고 했다.
우기: 1980~90년대 흑인 음악이 갖고 있었던 사운드의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과거에 비해 곡의 재생 시간이 짧아지기도 했고 악기 연주자들도 점점 덜 참여한다. (최근 116년 전통의 기타 제조업체 깁슨이 파산신청을 하는 등)기타 회사도 없어지는 상황이 아쉬워서 예전의 사운드를 듣기 좋게 구현해보고 싶었다.
10. 작업실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상을 자주 틀어놓고 작업한다고 들었다. ‘마이 테이프2’를 완성하면서도 그랬나?
우기: 항상 틀어놓는 영상 중 하나다.(웃음) 디즈니나 지브리를 포함해서 콘서트·광고·영화 등 다양한 영상을 틀어둔다. ‘마이 테이프2’를 작업할 때는 디안젤로의 콘서트 영상을 많이 봤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이 본 건 ‘Brown Sugar’(1995, 디안젤로의 정규 1집) 관련 영상과 1990년대 영화·영상이다. 사운드 측면에서도 그렇고 디안젤로가 만드는 종류의 음악들, 그의 이미지에 영감을 받은 것 같다.
10. 그래서 그런지 ‘마이 테이프’ 1과 2 모두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영상 작품처럼 완성하기 위해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마이 테이프1’의 ‘GIRL’과 ‘ROLLING STONES’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짧은 청춘 영화처럼 이야기를 구성했다.
우기: 두 뮤직비디오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영화처럼 영상을 남겨놓고 싶어서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각색해서 곳곳에 의미를 숨겨놓기도 했다. 내가 1초 정도 등장하기도 한다.
우기: 미국 시애틀에서 촬영했다. 사람들이 정말 잘 모른다. 자기만족인 거다.(웃음) 지금까지 그렇게 음악을 만들어오기도 했고. 밴드 퀸도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 때 자신만의 의미를 넣었다고 알고 있다.
10. ‘마이 테이프2’의 타이틀곡 ‘CALL MY NAME(Feat. 지소울)’의 뮤직비디오는 티저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처럼 시작해 흑인 여성 댄서의 춤으로 이어졌는데.
우기: ‘페이크’다.(웃음) 티저만 보면 영화처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본편을 보면 댄스 필름에 가깝다. 등장하는 댄서는 리한나, 니키미나즈 등과 작업한 폴댄서다. 처음에 섭외를 받았을 땐 K팝 아이돌 음악인 줄 알았다고 한다. 들어보니 흑인 음악이어서 프리스타일로 춤을 춰 줬다.
10. 선공개곡 ‘웰컴 투 서울(Feat. 어글리덕, pH-1, 박재범)’은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독특했다. 그래서 새롭고 트렌디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우기: 트렌디한 것을 안 좋아해서 오히려 ‘요즘 하지 않는 것’‘새로운 것’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트렌디하다는 감상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구성도 마음대로 하고 곡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연주도 넣었다. 카세트테이프 발매도 좀 더 어린 친구들에게는 신선한 방식의 음악 듣기로 다가오지 않을까 해서 아이디어를 냈다.
우기: 원래는 어글리덕과 즉흥적으로 둘이서 만들려고 한 곡이었다. 그런데 작업도 더디고 너무 늦어져서 앨범에 못 들어갈 뻔 했다. 주제는 대략 나와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럼 다 모아볼까’란 생각으로 pH-1에게 전화했더니 바로 도와줬다. 세 명이서 말장난하면서 만들다가 벌스가 완성됐다. 이제 훅을 해야 하는데 그쯤 소금(신예 뮤지션)이가 작업실에 놀러 와서 ‘웰컴 투 서울’ 목소리를 녹음해줬다.(웃음) 그러다 재범이 형도 한번 가사를 넣어봐도 되냐고 물어 봐서 마디 수를 늘려서 해봤는데 너무 좋았다. 그때 유병언(바밍타이거 소속 뮤지션)도 놀러 와서 내레이션을 부탁했다.
10.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곡이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우기: 그래서 오래 붙잡고 있는 곡은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 이렇게 쓴 곡들이 굉장히 많았고 결과물도 잘 나왔다. ‘주지마’도 그랬고, 식케이의 ‘RING RING’도 그랬다. ‘RING RING’은 식케이와 녹음이 끝난 후에 다시 만든 거다. 식케이가 개코 형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한번 개코 형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1분 만에 답장이 와서 녹음실에서 금방 만들었다. 또 악기를 잘못 쳤을 때 오히려 멋있게 나오는 소리들도 있다. 이런 사운드들은 나중에 하려고 해도 흉내내기 힘들다. ‘주지마’에서도 기타를 잘못 친 부분들이 있는데 되려 내가 원하는 소리가 나와버려서 좋았다.
10. 올해 프로듀싱한 음악 중 가장 뿌듯한 곡은?
우기: 올해 발매한 곡들은 빠짐없이 모두 마음에 든다. 그 중에서도 ‘주지마’는 사실 잘 될 이유가 없는 곡이었는데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다. 곡이 나오게 된 배경인 방송 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이하 ‘하이에나’)가 시청률도 낮았던 데다 ‘주지마’는 마지막 회에 공개된 곡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대박’을 바라지 않고 그냥 재밌게 하자, 하던 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제일 재밌게 만든 노래였는데 그 마음을 인정받은 느낌이라 좋았다.
10. ‘CLASSIC(Feat. 김도균 of 백두산, 펀치넬로, 병언)’의 피처링도 이색적이다.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과는 어떻게 협업이 이뤄졌는지?
우기: 김도균 선생님은 헤비메탈처럼 강렬한 음악으로 유명하지만 블루스 쪽으로도 조예가 깊으셔서 모이게 됐다. 연락이 쉽지는 않았으나 김종서 형님이 도와줬다. ‘하이에나’ 인연으로 김종서 형님과 쌈디 형 등과 단체 메시지 방도 생겼다. 김종서 형님 피처링도 먼저 받으려고 했는데 쌈디 형에게 뺏겼다.(웃음) 쌈디 형이 방송을 안 보는 척 하면서 다 챙겨보고 먼저 연락해 ‘데몰리션 맨’ 피처링을 받았더라. 김종서 형님을 위한 트랙은 다시 쓰는 것으로 다짐했다.
10. ‘김종서 형님 피처링도’라는 건 이러한 케이스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은 뉘앙스다.
우기: SBS ‘더 팬’에 출연 중인 유라도 거의 제일 처음 알았다. ‘더 팬’에서 유명해지기 전에 먼저 발매했으면 더 좋았을텐데.(웃음) 유라는 마치 ‘여자 카더가든’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매력이 있다.
10. 또 매력있게 느껴지는 신예가 있는지?
우기: ‘웰컴 투 서울’에 참여한 소금이다. 소금은 목소리가 악기처럼 난다. 피아노 건반으로 비유하면, 건반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이 음 같다. 테이프 같기도 하고 굉장히 좋다.
우기: 다들 만족해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CALL MY NAME’에 참여한 지소울 형이 스스로 잘했다는 것을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웃음) ‘CALL MY NAME’은 작업이 굉장히 빨리 됐다. 스케치도 한시간 만에 끝났고, 본 녹음도 한 시간 걸렸다. 지금까지 낸 트랙 중 처음으로 모든 가사가 영어로 만들어진 곡이기도 하다. 원래 한국어로 하려고 하다가 불륜 드라마 OST 느낌이라 영어로 바꿨다. 영어 가사를 지소울 형이 빨리 썼는데 ‘너무 빨리 만들지 않았나’라고 어색해해서 군대 가기 전까지 곡을 낼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정작 내 주변에서는 반응이 뜨거웠었는데 말이다.(웃음)
10. 단독 앨범 시리즈든, 다른 아티스트를 위한 트랙이든 자신만의 감성이 흐른다. 그 감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우기: 하나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들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마이클잭슨의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성격도 한번 꽂히면 계속 꽂힌다. 한 식당에서도 1년 반 동안 치즈 돈가스만 먹었다. ‘주지마’ 만들 때는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의 ‘The Highways of My Life’를 수백번 씩 들었다.
우기: 휘민이가 Mnet ‘고등래퍼2’에 나오더니 연락이 뜸해졌다. 이휘민 나쁜 사람…신곡도 많아지고, 래퍼들도 많아지다 보니 곡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제일 큰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힙합계가 좁기도 하고, 다 아는 사이였는데 요즘엔 래퍼들도, 프로듀서들도 생각 이상으로 많아졌다. 비슷한 장르들의 음악이 많아지고 힙합이 거의 주류가 돼 가면서 나도 맞춰야 하는지,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10. ‘리와인드 마이 테이프’ 시리즈는 계속되나?
우기: 두 번째 테이프까지다. 만약 ‘리와인드 마이 테이프’처럼 하고 싶은 확실한 콘셉트가 있다면 또 하고 싶다. 내년에는 더 여러 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곡으로, 싱글 위주로 선보이려고 한다.
10. 힌트를 준다면?
우기: 영국의 서브컬쳐 아티스트와 협업한 싱글이 나올 예정이다. ‘COLORS’(전 세계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색깔과 함께 소개하는 유튜브의 유명 음악 플랫폼)에 등장한 아티스트인데 독특하고 매력있다. 영국인인데 흑인 음악을 하고, 목소리만 들으면 여성인데 실제로는 남성이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10. 내년에 가장 기대되는 작업은?
우기: 작업은 매번 기대되고 재밌다.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궁금하다. 올해 내가 투 체인즈와 작업을 하게 될지, ‘주지마’로 방송 전파도 타고 상도 받을 수 있을지 전혀 몰랐다. 매년 새로운 무언가가 경신되는 느낌이라 내년에는 또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 기대된다. 내년에는 더 특이하고 생각도 못할 법한 조합들로 음악을 해볼 것 같아서 그 작업에 기대가 모인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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