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Mnet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서 코드쿤스트와 함께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함께 선사한 팔로알토. /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Mnet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서 코드쿤스트와 함께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함께 선사한 팔로알토. /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Mnet ‘쇼미더머니 777’(이하 ‘쇼미7’)이 큰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실력자들은 응당한 사랑을 받았고, 시청자들은 힙합 축제를 즐겼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팔로알토 하이라이트레코즈 대표는 ‘쇼미7’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팔로알토는 10년 넘게 힙합계에서 활동해 온 연륜으로 코드쿤스트와 함께 팀 소속이었던 루피와 키드밀리를 최종 3위권까지 올렸으며, 대중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Good Day’‘Save’ 등과 같은 곡을 남겼다. (‘쇼미7’에서 공개된 후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던 ‘Good Day’는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 2주가 지났을 때에도 멜론 실시간 차트 12위였다.)

마이크 선택을 받지 못한 래퍼는 무대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규칙을 없앤 것도 그였다. 팔로알토는 모든 래퍼들이 각자의 곡으로 경연을 준비할 수 있게끔 프로듀서들을 모아 제작진을 설득했다. ‘쇼미7’을 통해 많은 래퍼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팔로알토의 창작욕과 신예 육성의 꿈도 커졌다. 그는 2019년을 하이라이트레코즈의 가치를 보여줄 해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10. ‘쇼미7’가 끝난 이후 어떻게 지냈나?
팔로알토: 일본의 DJ 겸 프로듀서 테디로이드(TeddyLoid)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러 갔다. 원래 일본 래퍼 사루(Salu)와 ‘Two Dawgz and The Ape’라는 곡에 피처링으로만 참여했는데 테디로이드가 랩을 만족스러워 해 영상까지 찍고 싶어했다.(‘Two Dawgz and The Ape(feat. Paloalto & SALU)’의 뮤직비디오는 현재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10. ‘코드 쿤스트X팔로알토 팀’(이하 코팔팀)에서 두 명이나 파이널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나?
팔로알토: ‘될 수도 있겠다’라고는 생각했다. 팀원들의 균형이 잘 맞았다고 느꼈다. ‘Good Day’가 음원 차트에서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이런 기세라면 여러 명이 파이널에 올라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드 쿤스트와는 ‘우리 팀에서 세 명 다 올라가면 시청자들이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라고 농담도 했다.(웃음)

10. 프로듀서로서 가장 뿌듯했던 곡과 퍼포먼스는?
팔로알토: pH-1의 ‘주황색’이 정말 좋았다. pH-1은 음악 감각이 뛰어난 래퍼다. ‘주황색’이 코드쿤스트가 자신의 스타일을 탈바꿈한 비트였는데도 pH1이 자신의 감각대로 잘 해석했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pH-1이 점점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도 보여 뿌듯했다. 박재범, 안무가들과 함께한 퍼포먼스는 마치 팝 아티스트를 보는 것 같았다.

10. 무대구성에서 키드밀리의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팔로알토: 키드밀리는 자신과 함께 작업해왔던 비디오 비주얼 아티스트와 함께 화면을 구성하는 등 무대 연출을 주도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스태프들과 진척시키는 것을 보면서 대견했다.

10. 음악을 들을 때 매력을 느끼는 요소 중에서도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팔로알토: 랩이 음악에서 좋은 악기로서의 역할을 할 때 더 매력을 느낀다. 예를 들어 루피의 ‘Save’에서도 랩이나 힙합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좋은 음악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코드쿤스트도, 나도 이런 음악도 ‘쇼미더머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의도했다. 기교를 강조한 랩이 사람들에게 당장은 화려하게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강조하지 않은 음악도 힙합에 존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에서 더 매력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수년 간 알리고 싶었다.

10. 자신의 랩도 기교에 치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 않나?
팔로알토: 음악 해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 랩이 정박에 들어가는 랩이라고 하거나 단조롭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대체로 기교가 있고 화려한 랩 메이킹을 하는 경향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세부적인 다름과 변주가 존재한다.

‘쇼미7’ 녹화 중 pH-1이 내게 사람들은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주목하는데 자극적인 것을 나도 해보고 싶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pH-1과 작업하면서도 그러한 고민이 느껴졌다. 경연으로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기교가 화려한 랩만이 좋은 랩이 아니라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박자 위에서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좋은 랩의 기준이라는 것을 느낀 것 같다.

10. ‘쇼미4’에서부터 ‘거북선’ 등의 히트곡으로 대중에게 ‘훅 장인’으로서 더욱 알려지게 됐다. ‘쇼미7’에서 다시 프로듀서로 출연하면서는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팔로알토: ‘거북선’은 비트 부분도 지코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함께 만들어 간 곡이다. ‘쇼미7’의 팀 음원 미션을 만들 때도 코드쿤스트가 훅을 만드는 역할이나 전체적인 방향을 정해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던 터라 ‘쇼미4’처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했다. ‘Good Day’를 시작으로 그 바람이 이뤄져서 굉장히 즐거웠다.

10. ‘쇼미4’에 이어 ‘쇼미7’에 출연한 프로듀서로서 ‘쇼미더머니’의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팔로알토: 트리플세븐에서 더 다양한 래퍼들을 보여줬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해 프로듀서들도 다양성과 음악의 질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그룹대항전 때도 ‘쇼미’에서 가장 재밌는 파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열심히 준비한 래퍼들을 떨어뜨리지 말자고 힘을 합쳐서 얘기했다. 이전에 둘이서 같은 곡을 준비해서 무대에도 못 서보고 떨어지는 시스템이 너무 아쉬워서 기리보이와 함께 프로듀서들을 모아서 제작진에게 얘기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졌다.

10. 코드쿤스트와의 팀워크도 ‘쇼미7’을 보는 재미 중 하나였다.
팔로알토: 원래는 올해 정규 앨범을 두 장(‘Summer Grooves’‘4 the Youth’) 발매했고, 전국 투어를 돌고 있었기 때문에 방송계에 다시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웃음) 그러던 중 코드쿤스트와 팀이 되면 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코드쿤스트는 과거 함께 작업했을 때 비트를 요청하면 마음에 들어할 때까지 보내줬던 프로듀서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개그맨 박명수 씨의 개그 코드를 좋아하는데 ‘쇼미7’ 촬영을 하며 코드쿤스트에서 비슷한 개그 감각을 느꼈다.(웃음) 방송에는 안 나온 부분도 많을 정도로 굉장히 재밌었다. 내가 즐거워하니까 더 열심히 해주는 스타일이어서 어쩔 수 없는 리짓군즈 크루 멤버구나라고 느꼈다.(웃음)

2019년 하이라이트레코즈가 보여줄 것에 대한 기대를 이끌어 낸 팔로알토 대표. /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2019년 하이라이트레코즈가 보여줄 것에 대한 기대를 이끌어 낸 팔로알토 대표. /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10. 올해는 하이라이트레코즈 설립 8주년이다. 10주년을 앞둔 하이라이트레코즈의 목표는?
팔로알토: 현재 새로운 아티스트 영입에 관심이 많다. ‘고등래퍼’와 같은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힙합 음악을 하고, 좋아하는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해 늘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에 더 적극적으로 신예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졌다.

10. 신예 육성에 대한 마음이 커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
팔로알토: 저스디스와의 합작 ‘4 the Youth’를 만든 후 내가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가를 되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음악을 십수 년 하다 보니까 숙련된 태도가 열정을 이긴 것은 아닌지, 기계적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10. 결론은?
팔로알토: 여전히 음악이 너무 재밌고 새로운 음악도 늘 찾아 듣는다. 그렇지만 이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과 새로운 얼굴의 래퍼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르다. 나는 기성세대의 래퍼로서 비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메시지나 음악을 선보이더라도 신선하거나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음악보다 ‘팔로알토’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플레이어로서의 열정이 크고, 새 아티스트들과 함께 신선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10. 하이라이트레코즈의 새 래퍼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세간의 추측이 맞는지?
팔로알토: 스웨이디가 앞서 한번 힌트를 준 적은 있다. 거의 못 맞췄지만 맞춘 사람도 있었다.(웃음) 알려진 대로 허클베리피의 공연 ‘분신’에서 공개된다.

10. 2019년에는 개인으로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나?
팔로알토: 내면에 창작 욕구가 엄청나게 올라온 상황이라 내년에는 새 앨범 발매를 계획하고 있다. 음악 작업이 의욕적인 상태인데 현재 결과물도 만족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분신’에서 공개될 신인 이후에도 새롭게 영입될 아티스트들이 있다. 그들이 모두 발표가 된 후에 기존의 하이라이트레코즈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만한 프로젝트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10. 내년 하이라이트레코즈의 활동에서 기대할 만한 점은?
팔로알토: 많은 힙합 레이블에서 소속 아티스트들로 하여금 셀프 프로듀싱을 하게 두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에 비해 소속 뮤지션들의 트랙리스트 순서나 곡의 방향성 등 세부적인 면까지 관여를 많이 한다. 내년에는 특히 새롭게 영입한 신예들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려 제대로 된 레이블의 역할, A&R(신인 아티스트의 발굴, 레코드 기획·제작, 제작 관리, 곡목 관리 등을 하는 전문가)의 중요성, 크리에이티브 팀의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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