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이러한 문제를 고민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비수기 관객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는 이렇다. 서로 숨길 것 없이 어린 시절부터 40년 동안 끈끈한 우정을 지켜오고 있는 형제 같은 친구들이 있다. 집들이를 하게 된 석호(조진웅)는 친구들을 초대해 옛 추억을 공유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그러던 중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이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을 제안한다. 여기 모인 7명의 커플들은 식사를 하는 동안 걸려오는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등을 모두 공개하게 되고, 재미로 시작했던 게임은 겉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SNS가 범람하는 현대사회, ‘완벽한 타인’은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이 서로의 핸드폰을 강제로 공개하면서 겪는 최악의 상황을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담아냈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 캐릭터의 매력까지 흠잡을 데 없다. 배우들의 생생하고 능청스러운 연기와 찰진 대사가 탁월한데 각기 다른 다양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과장돼 있지 않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쏟아지는 유머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만든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제한된 인물들의 관계에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을 짜임새 있는 구성과 완성도 있는 연출력으로 한계를 극복했다.
‘완벽한 타인’의 흥행은 한국영화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 화려한 설정, 과격한 표현, 무거운 사회문제 등이 없어도 얼마든지 인물들 간의 대화와 관계 설정만으로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는 영화, 놓치기 아깝다. 작품성이 있는 작은 영화들의 제작과 흥행이 2019년에는 더욱 활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양경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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